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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일본, 무예의 한국: 도장 문화의 명암

박세림 이학박사 | 기사입력 2026/03/06 [09:55]

무도의 일본, 무예의 한국: 도장 문화의 명암

박세림 이학박사 | 입력 : 2026/03/06 [09:55]

▲ 박세림 이학박사  ©한국무예신문

우리는 보통 ‘무도의 나라’라고 하면 일본을 떠올린다. 엄숙한 의식, 예절 등이 함께 연상된다. 그렇다면 무도의 나라 일본과 무예의 나라 대한민국 중 등록 된 도장의 수는 어디가 더 많을까? 예상컨대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예로 들어보자. 태권도는 현재 도장 간 거리 제한이 없어 소위 목좋은 곳에 두세 군데의 태권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정부가 태권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유례없는 ‘새벽반’까지 운영될 정도로 태권도장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야말로 태권도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 전국의 대학에서는 태권도학과를 개설하고 학생을 모집했으며, 태권도의 인기는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식을 줄 몰랐다.

 

이외에도 과거 소소하게 합기도, 특공무술 도장 등이 동네 곳곳에서 수련생을 지도하며 무예 도장으로서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실 태권도를 제외한 다른 무예 종목들은 대중의 괸심을 받기 어려웠다. 언론의 기형적인 홍보 정책으로 한국은 말 그대로 ‘태권도의 나라’가 되었다.

 

문제는 도장의 수가 기형적으로 많아지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태권도 다음으로 수련생이 많은 합기도 또한 태권도의 경영 시스템을 모방해 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체육회에 가입된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제도권 단체에 가입된 도장과 가입 하지 않은 도장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태권도와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의 크기는 한정돼 있는데 무예 도장 수는 갈수록 늘어나니,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전무술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 무도관이나 지역 체육관 등을 빌려 지역 주민이나 동호인을 상대로 교습을 진행한다. 일본에서 이러한 도장 문화가 정착된 이유는 아마도 높은 집값도 한몫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무도를 보존하고 관광 상품화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전일본 고무도 연무 대회'를 통해 유파별 기술을 공개하고 명맥을 유지함으로써 대중에게 그 가치를 알리고 있다. 참가 단체의 종류를 살펴보면 검술, 발도술, 유술, 장술, 그리고 조총 술과 흡사한 포술(Hojutsu) 등이 있다.

▲ 사진설명: 한일 양국의 무사 AI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일본은 중학교까지 무도 수업을 의무화하여, 성장기 학생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 또한 특정 종목만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타격 무도, 유도, 검도 등 다양한 종목을 배울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일본 역시 초고령화 사회와 인구 절벽에 부딪혀 현재 큰 어려움에 처했다.

 

많은 사람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일본의 국기(國技)가 스모(相撲)라는 점이다. 잘 알려진 대로 유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며, 가라테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다. 반면 검도는 무도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일반적인 체육 범주에 편입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다양한 유술과 검술 유파들이 고무도 연무 대회를 통해 소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무도 종목을 골고루 보존하고 있다.

무예와 무도의 기술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지도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기술이 헐값에 팔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앞으로 한국 무예의 활성화를 이루려면 과감한 도장 수 조정과 함께, 지도자 자격 요건 또한 한층 더 전문적이고 까다롭게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무예 도장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길이다. 현재 한국 무예 시장은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온 폐해를 겪고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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