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브라질리언 주짓수(BJJ)의 도입 역사는 대체로 2000년대 초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크고 작은 종합격투기 대회가 열리면서 BJJ 또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수련을 시작한 인물들은 국내 BJJ 1세대로 분류되며, 현재는 업계의 중진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종목은 이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제도권 진입과 국가대표 선발을 통해 엘리트 스포츠로 격상되고, 진천선수촌에까지 입성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국내 도입 2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이루어낸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BJJ의 성장 과정에는 여러 논의가 뒤따랐다. 현재 국제대회에서 개최되는 ‘주짓수’는 엄밀히 말해 브라질리언 주짓수가 아니라, 유럽으로 전파되어 체계화된 주짓수(Ju jitsu) 종목이다. 이 종목은 성장 과정을 거쳐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제도권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한국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주짓수 국가대표팀이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면서 본격적인 엘리트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한국에서 주짓수가 제도권에 진입하기까지는 다소 진통이 있었다. 기존 BJJ 단체와 대한민국주짓수협회 측의 통합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에는 국제연맹과의 연계성을 중요시하는 판단에 따라, BJJ 기반 단체가 국내 주짓수 행정권을 갖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원래 ‘주짓수’라는 명칭은 일본어 柔術(쥬주츠, Jūjutsu)에서 비롯된 것이다. 100여 년 전 일본의 유도 사절단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그 계보 속에서 오늘날의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유러피안 주짓수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일본 무도계에서 해당 명칭의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타국의 사용을 제한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무도의 전파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인 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말 그대로 ‘柔術’이라는 개념이 문화적 확산 속에서 다양하게 발전해 온 것이다.
또한 브라질이나 독일 등 주짓수 종주국에서도 자신들의 무술에 굳이 ‘브라질리언’이나 ‘저먼’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하지 않는다. 이는 주짓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태도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주짓수 업계에서는 한때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PRIDE OF JIU’라는 표어까지 내세우며 자존심을 강조하던 인물들이 있었다. 그러나 제도권 편입 이후 이러한 구호는 자취를 감추었다. ‘JIU’에서 ‘JU’로의 표기 변화는 정체성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다만 단체의 성장과 홍보, 그리고 국가적 지원 체계 속에서의 발전이라는 현실적 조건 앞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자존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국내 주짓수 업계는 말 그대로 “우리는 그냥 순수하게 ‘주짓수’를 하고 있다”라고 말할 것이다. 동호인들 또한 주짓수에 대한 논쟁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점은 ‘JIU’와 ‘JU’ 사이에서 소위 간을 보며 유리한 방향으로 노선을 잡는 가벼운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주짓수 1~1.5세대들은 본래 수련하던 무예가 있으며, 주짓수를 병행해 오다가 완전히 전향한 사람들이 많다. 현재는 단일 종목으로 도장을 개관하는 이들도 상당수이다. 한국에 뿌리를 내린 만큼 바르게 성장하여 열매를 맺고 결실을 보았으면 한다.
한국 무예 시장에서 주짓수만의 매력을 찾아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 한때 ‘국민 관절기(關節技)’로 불린 암바는 사실 여러 종목에서 사용되는 관절기이다. 일본 고류 유술과 유도, 러시아 삼보, 캐치레슬링, 프로레슬링, 용무도 등 다양한 종목이 있음에도 이 기술을 떠올리면 ‘주짓수’가 연상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성과 중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무기술 도입과 같은 변질, 그리고 마케팅 홍보와 같이 무예 외적인 요소들로 관원을 불러 모으는, 소위 고인물 같은 한국 무예화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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