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논문 비평 · 1/3] 승자의 기록인가, 제도의 예속인가김정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탈구축적 독해 — 연구자는 어디에 서 있었는가합기도가 대한체육회 정회원으로 진입한 과정을 다룬 박사학위 논문 한 편이 있다. 공문서와 판결문을 총동원하고, 소송 기록을 집성하며, 합기도 현대사의 굴곡을 제도의 언어로 재구성한 이 연구는 분명 방대한 공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방대함이 곧 공정함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이 비평은 그 간극을 추적한다.
3회에 걸쳐 게재될 이 시리즈는 김정환의 박사학위 논문 「합기도의 통합 및 발전과정에 관한 사적 고찰」(2021)을 대상으로, 연구자의 위치성과 방법론의 구조, 논리적 균열, 그리고 학문 윤리의 문제를 순서대로 검토한다. 논문 저자 개인의 인격이나 도덕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학술 텍스트가 어떻게 구성되고, 무엇을 배제하며, 어떤 권력 질서를 정당화하는지를 살피는 작업이다. 이것이 언론 비평이 해야 할 일이다.
스크린의 프레임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 프레임 안의 사건을 결정하듯, 한 무예의 역사는 수련장 안의 기술 교류보다 법정과 회의실의 문서 더미 속에서 결정될 때가 있다. 합기도의 현대사는 어쩌면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단합과 통합을 가장 크게 외쳐온 무예가, 역설적으로 가장 첨예한 분열의 전선 위에 서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하기 어렵다.
김정환의 논문은 바로 이 복잡한 역사를 다룬다. 합기도 최초의 단체 설립부터 대한체육회 정회원 진입까지의 과정을 추적하며, 공적 권위를 통한 대표성 확보를 발전의 핵심 경로로 제시한다. 기존 합기도 담론이 개별 유파의 정통성 논쟁이나 내부 계보 문제에 머무른 데 비해, 이 연구는 행정과 법률, 제도와 권력의 층위에서 합기도사를 재구성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학술적 성취를 인정할 수 있다.
■ 논문이 이룬 것들
먼저 성취부터 말해야 한다. 이 논문은 흩어져 있던 공문서, 판결문, 법인 설립 허가 과정과 행정 기록들을 비교적 일관된 흐름으로 배열해 보여준다. 후속 연구를 위한 자료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더 나아가 이 텍스트는 합기도의 현안이 더 이상 전통적 도제 질서나 유파 간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법적 지위 확보·체육회 가맹·국제연맹 창설·진흥법 논의 등 현대 스포츠 행정의 영역으로 이동했음을 증언한다. 합기도가 '무술'에서 '스포츠 제도'로 편입되는 과도기를 기록한 자료라는 성격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자료의 가치와 해석의 정당성은 구별되어야 한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 연구자는 어디에 서 있었는가
제도와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일수록 연구자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에 대해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논문은 비판적 탐구의 결과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논리와 자료가 배치된 목적론적 서사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겉으로는 '사적 고찰'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특정 단체의 승리 과정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서술이 조직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연구자의 위치성이다. 저자는 논문에서 대한체육회 가맹과 소송 관련 핵심 문서를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를 통해 직접 입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까지는 연구 방법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각주 137번에서 저자는 더 결정적인 사실을 스스로 밝힌다. 합기도 민원 처리 과정에서 "연구자 본인이 합기도협회의 답변을 맡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전달받았다고 적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자가 연구대상 기관의 실무 — 구체적으로는 소송과 민원 대응 과정 — 에 직접 참여했다면, 그 연구는 처음부터 이해충돌 관리와 반대 자료에 대한 교차 검증 장치를 엄격히 갖추었어야 한다.
■ 소송 당사자의 문서로 소송을 서술하다
구조를 좀 더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논문 12쪽 연구방법론 부분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대한체육회 정가맹 과정 속에서의 송사과정에 대한 문서도 모두 확보하였는데 이 기록들은 송사를 직접 담당했던 대한체육회 정회원종목단체인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를 통하여 직접 입수할 수 있었다."
소송 당사자 일방이 관리·보유하는 소송 문서를, 그 단체를 통해 단독 입수하여 소송의 정당성을 서술했다. 반대 소송 당사자(문체부 측, 이의 제기 단체들) 경로를 통한 교차 검증 없이, 한쪽 당사자의 문서만을 핵심 자료로 삼은 구조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질문은 분명하다. 이것은 사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연구인가, 아니면 소송 당사자 측의 논리를 학술적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에 가까운가.
■ 역사 서술은 중립이 아니다
역사학의 오랜 통찰은 이 문제를 간명하게 정리한다. 역사 서술이란 결코 '있었던 일'의 중립적 재현이 아니라, 서술자가 위치한 권력 관계 속에서 선택되고 배치된 구성물이다. 문제는 이 논문이 그 구성성 자체를 충분히 성찰하지 않은 채, 특정 입장에서 수집된 자료를 객관적 사실의 토대처럼 제시한다는 데 있다.
자신의 서술이 이미 어떤 입장에 서 있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방법론적으로 제어하는 것, 그것이 연구 윤리의 핵심이다. 그 제어 장치가 보이지 않을 때, 자료의 신뢰성은 흔들린다. 행정적 승리를 역사적·윤리적 승리로 치환하며, '공익'이라는 탈정치적 언어로 승자의 질서를 정당화하는 문서처럼 읽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연구자의 위치성이 이처럼 논문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라면, 그 위에 세워진 방법론의 구조는 어떠한가. 구술사 방법론과 목적론적 서사 구조의 문제는 다음 회에서 다룬다.
▶ 2회에서는 구술사 방법론의 구조적 빈곤과 '법적 승인을 존재론적 승인으로' 비약시키는 논리의 균열을 해부한다.
※ 이 글은 공개된 박사학위 논문 「합기도의 통합 및 발전과정에 관한 사적 고찰」(김정환, 2021)에 대한 학술적 의견 표명 및 언론 비평입니다. 논문의 방법론과 논증 방식에 대한 학문적 검토를 목적으로 하며, 저자 개인의 인격이나 도덕성에 대한 판단을 의도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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