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탐사】공적 자산 마저 삼켜버린 거대한 성벽…합기도총협회, 조직사유화 정황 뚜렷하다 ⑤사유화의 정점 — 네 개의 화살표가 한 곳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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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의 조직사유화 내용을 담은 인포그래픽 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
■ 네 개의 화살표는 서로 다른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패턴이다
1편의 화살표는 이사회를 가리켰다. 17개 안건 전원 원안 통과, 평균 대면 출석률 57.9%, 사무처장 관련 이해충돌 안건의 통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즉석 내부 구성. 결론은 분명했다. 집행부를 제동할 내부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편의 화살표는 현장을 가리켰다. 비가맹 수련생 출전 제한, 가입 전제 조건을 둘러싼 간판 철거 요구 증언, 공교육 대회의 소속 중심 재편 논란, 타 계보 단증의 '사설' 격하 문제. 이 장면이 보여준 것은 공적 자원이 종목 전체를 위한 공공재가 아니라, 조직 경계선을 강화하는 배제 도구처럼 작동했다는 정황이었다.
3편의 화살표는 권위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공적 기관 명칭이 노출된 무대 위의 시연, 심사·승단 시스템 침투 증언, 단증 공인 혼선, 역사 서술권의 집중. 이것이 가리킨 것은 국가와 공공기관이 부여한 상징 자본이 특정 인물과 특정 조직의 권위를 부풀리는 데 쓰였다는 의문이었다.
4편의 화살표는 침묵을 가리켰다. "감당할 수 있겠나"는 압박성 발화, 직원 사망 이후 대응 논란, 익명 담론을 통한 외곽 공격, 공문 전면 무응답, 구조적 자기검열, 비판자 도덕화 프레임. 그 결과는 하나였다. 비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비판이 도착하기 전에 약화되고 소멸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이 네 개의 화살표는 서로 다른 장면을 다룬다. 그러나 그 효과는 같다. 견제는 무너지고, 자원은 통제 수단이 되며, 권위는 사적으로 전용되고, 비판은 봉쇄된다. 이 정도의 수렴은 더 이상 우연의 언어로 설명되기 어렵다. 본지가 보기에 이것은 개별 실패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권력 구조가 남긴 반복적 흔적이다.
■ 1단계 검증: 이 일들은 누구의 자리에서 가능했는가
구조를 말하려면 먼저 권한을 봐야 한다. 1편의 이사회 흐름은 누가 설계할 수 있었는가. 안건 상정과 진행, 이해충돌 안건 설명과 통과, 선관위 구성 방식은 어떤 직위의 승인과 묵인 없이 가능했는가. 2편의 출전 제한, 가입 압박, 단증 인정 기준 설정은 현장 실무자가 독자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사안이었는가. 3편의 공식 행사 콘텐츠와 시연 반복, 역사 서술 방향은 누구의 위치에서 가능했는가. 4편의 공문 무응답과 장기 침묵은 누가 결정했는가.
이 질문들을 한 줄로 정리하면 결국 하나다. 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었는가. 본지의 분석은 서로 다른 사안의 실무 담당자가 달랐더라도, 그들이 최종적으로 보고하고 승인받는 상층 권한 지점이 존재한다는 데 수렴한다. 이 시리즈가 말하는 '정점'은 바로 그 자리다.
모든 결정을 한 사람이 손으로 직접 집행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손이 여러 개였다고 해서 머리가 여러 개였다는 뜻은 아니다. 실무는 분산될 수 있어도 방향은 집중될 수 있다. 그리고 본지가 확인한 정황은 후자, 즉 집행은 분산됐지만 방향은 집중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구조가 있다. 총협회의 모든 행정 업무는 사무처가 담당한다. 회원 관리, 대회 운영, 단증 발급, 공문 발신, 예산 집행까지 — 조직의 일상적 실권은 회장이 아니라 사무처를 통해 작동한다. 그 사무처의 수장, 즉 사무처장이 현재 최용운이다. 최용운 사무처장은 정달순 1·2대 회장의 직계제자이자 합기도검무관 출신이다. 정달순 명예총재 역시 합기도검무관 출신이다. 총협회 내 전수자 직책을 맡고 있는 전수자 한완희 또한 합기도검무관에서 나왔다. 회장이 바뀌었지만, 행정의 실질적 중추를 관통하는 사제(師弟) 관계의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 이것은 우연한 인사 배치가 아닐 수 있다. 구조가 인물을 통해 재생산되는 방식의 교과서적 사례다.
■ 2단계 검증: 왜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심해졌나
권한이 공간의 문제라면, 심화는 시간의 문제다. 현장 증언이 반복해서 가리키는 것은 변화의 시점이다. "예전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어느 시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정 체제가 자리 잡고 나서 대화가 사라졌다"는 진술은 서로 다른 현장에서 비슷하게 등장한다.
이 진술들의 공통 기준점은 어디인가. 총협회는 2018년 10월 대한체육회 정회원으로 편입됐고, 2019년 문체부로부터 합기도 종목 자격검정기관으로 인정받았다. 단증 발급 권한, 대회 운영 권한, 지도자 자격 심사 권한이 제도적 외피를 갖추기 시작한 시점이 정확히 이 구간이다. 현장에서 "어느 시점부터 달라졌다"고 기억하는 분기점과, 총협회가 공적 권한을 법제도적으로 공고히 한 시점이 유의미하게 겹친다.
이 진술들만으로 곧장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사회의 추인기구화, 비가맹 배제 강화, 권위 연출의 가시화, 비판 봉쇄 언어의 등장이라는 네 영역의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향으로 심화됐다면, 설명은 달라져야 한다. 우연한 병렬보다 하나의 권력 구조 변화가 여러 영역에 동시에 작용했다는 설명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설득력 있다. 본지는 이 시간적 상관관계를 조직사유화 심증의 핵심 보강 근거로 본다.
![]() ▲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정관 일부 캡쳐. 정관 어디에도 명예총재는 없다. © 한국무예신문 |
■ 3단계 검증: 권력은 흔히 '문서'보다 정확한 증인을 갖지 않는다
권력은 말로 부인할 수 있어도, 문서에서는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누가 안건을 상정했는지, 누가 설명했는지, 누가 결재했는지, 누가 서명했는지는 결국 기록의 문제다. 이사회 회의록, 행사 자료, 가입 관련 공문, 단증 인정 통지, 대회 운영 문서에는 그런 흔적이 남아야 한다.
1편에서 이미 사무처장 관련 안건은 설명자와 수혜자가 일치하는 정황이 제시됐다. 2편의 간판 철거 요구, 비가맹 출전 제한, 단증 인정 문제 역시 발신자와 결재자의 위치가 중요하다. 3편의 공식 행사와 시연 문제도 누가 기획하고 승인했는지 문서가 말해줘야 한다. 4편의 공문 무응답도 마찬가지다. 누가 답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는 결국 내부 기록의 문제다.
문제는 총협회가 관련 문서 공개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공개가 곧바로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개해도 무방한 문서까지 전면적으로 닫는 태도는 또 다른 정보를 낳는다. 왜 열지 않는가. 무엇이 드러날 수 있기에 닫는가. "형식적으로는 이사회 결정이지만 실제 방향은 사전에 잡혀 있었다", "공식 공문의 서명된 이름이 실질적 의사결정의 위치를 보여줬다"는 증언은, 바로 그 비공개가 왜 심증을 강화하는지 설명한다.
문서는 아직 충분히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닫힌 상태 자체가 하나의 신호가 되고 있다. 권력이 스스로를 감추는 방식은 종종 기록을 숨기는 방식과 겹친다.
■ 4단계 검증: 수십 건의 질문, 0건의 답변 — 침묵은 왜 이렇게 일관됐나
이번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단단한 사실 하나는 총협회의 장기 무응답이다. 본지는 1편부터 5편까지 이사회 회의록 공개, 정책 결정 근거, 현장 피해 사례, 공식 행사 내용, 이해충돌 규정, 선관위 구성 절차, 단증의 법적 성격, 직원 사망 경위, 압박 발화의 배경 등 총 9건 이상의 공식 질의를 보냈다. 확인된 응답은 0건이다.
이 침묵을 단순한 실무 누락이나 행정 지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정 사안 하나가 아니라, 이사회·자원 배분·행사 내용·직원 처우·비판 대응 전 영역에서 동일하게 무응답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우연한 침묵이 아니라 방침에 가깝다.
더 중요한 것은 침묵이 언제 가장 유리한 전략이 되는가다. 대개는 말하는 순간 더 많은 것이 드러날 때다. 설명이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노출시킬 때, 조직은 침묵을 택한다. 본지가 보는 핵심은 이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사안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설명이 불리한 사안이 많았을 가능성이다.
이 시점에서 침묵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말하지 않음은 태도이고, 반복된 무응답은 조직적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 또한 누군가의 권한 안에서 이루어진다.
■ 5단계 검증: 정관에도 없는 자리 — '명예총재'라는 비공식 왕좌
구조를 드러내는 증거는 때로 화려한 이면이 아니라, 아주 조용한 법률 문서 한 줄에 있다.
본지가 총협회 현행 정관(2023.1.28. 개정)을 정밀 검토한 결과, 한 가지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총협회 정관 제27조의2는 협회가 둘 수 있는 명예직을 "명예회장 1명과 고문 등"으로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다. 명예회장은 총회에서 추대하고, 고문은 이사회 동의를 받아 회장이 위촉한다. 그것이 전부다. 정관 어디에도 '명예총재'라는 직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총협회 공식 홈페이지 임직원 현황에는 '명예총재'라는 직책이 버젓이 게시돼 있다. 그 자리에는 1·2대 회장을 지낸 정달순의 이름이 올라 있다. 정달순 명예총재는 합기도검무관 출신이다. 그리고 총협회의 모든 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 최용운은 정달순의 직계제자이자 합기도검무관 출신이다. 전수자 한완희 역시 같은 계보, 합기도검무관 출신이다. 정관에는 없는 최상단 직책부터 행정 실무의 핵심 자리까지, 합기도검무관이라는 하나의 수련 계보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총협회 정관 제52조는 정관 변경 시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 이사회 의결, 총회 의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승인을 차례로 거칠 것을 요구한다. 이 절차를 밟은 흔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즉, '명예총재'라는 직책은 정관에 근거도 없고, 신설에 필요한 어떤 적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조직 내에서 통용돼 온 셈이다.
법적으로 이 직책은 무효다. 총협회 정관 제54조는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은 협회의 정관에 우선한다"고 명시하며, 제55조는 정관과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대한체육회가 지원을 중단하거나 불이익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상 사단법인 역시 정관에 없는 직책을 임의로 설치·운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본지가 더 주목하는 것은 법적 하자 자체보다 그 맥락이다. '총재'라는 직명이 지닌 위계적 함의를 생각해보라. '명예회장'이 전임 수장에 대한 예우의 언어라면, '명예총재'는 현직 회장 위에 군림하는 더 높은 권위를 암시하는 언어다. 정관에는 없지만 실제로는 존재하는 이 자리야말로, 공식 직책 너머에서 작동하는 비공식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 증거다.
수장이 바뀌었음에도 전임 회장이 정관 근거조차 없는 '명예총재'직을 유지하며 공식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시리즈가 제기해온 핵심 질문으로 우리를 다시 데려간다. 권력이 실제로 이동했는가, 아니면 얼굴만 바뀌었는가. 명예총재(정달순), 사무처장(최용운, 정달순의 직계제자), 전수자(한완희) — 합기도검무관이라는 하나의 계보가 정점부터 행정 실무까지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 이 질문은 수사학이 아니라 사실에 관한 물음이다.
■ 명분과 실체의 충돌 — '상생'과 '우수단체'라는 화려한 포장지
이 시리즈가 고발한 사유화의 구조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화려한 명분과 외부의 찬사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정달순 1·2대 회장은 2021년 무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공존, 상생이다. 각 단체의 특성과 지향점을 서로 인정하면서 대한민국 합기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 총협회가 대한체육회 합기도 종목 정회원단체이기 때문에 우월한 이유는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본지가 2편에서 확인한 현장의 진실은 정반대였다. 타 단체의 단증은 '사설'로 격하됐고, 비가맹 도장 수련생은 대회 출전을 거부당했으며, 가입을 볼모로 타 종목 간판 철거를 노골적으로 요구받았다. "30년을 수련했고, 정부 허가를 받은 법인에서 받은 단증인데 왜 갑자기 사설이 되느냐"는 지도자의 반문은, 공존을 외쳤던 그 발언이 현장에서 무엇이 됐는지를 압축한다. 명분은 상생이었으나 실체는 철저한 배제였다.
여기에 본지가 5단계 검증에서 확인한 사실을 더하면 그 간극은 더욱 선명해진다. '상생'을 외쳤던 그 인물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관에 근거조차 없는 '명예총재'라는 직함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떠났다고 했지만 구조 안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셈이다.
더 뼈아픈 것은 상위 기관의 눈먼 행정이다. 총협회는 2023년 대한체육회가 주관한 정부명칭대회 성과평가에서 단체별 1위를 차지하며 회장 명의 상패와 포상금까지 수령했다. 대한체육회 정회원 승인, 문체부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까지. 겉으로 드러난 행정 스펙과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서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했고, 공적 무대에서는 비과학적 시연이 남발됐으며, 직원 사망 후 5일 만에 쫓기듯 신규 채용이 진행되는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정관에도 없는 직책이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동안, 상위 기관은 아무런 제동도 걸지 않았다. 상위 기관이 내린 '우수단체 1위'라는 타이틀은, 결국 내부의 곪은 상처를 가리고 사유화 구조를 정당화하는 거대한 면죄부로 쓰인 셈이다.
이는 총협회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표면적 성과와 행정 서류만으로 단체를 평가해 온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려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본지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에 회원종목단체 거버넌스 실태에 대한 독립적 감사 실시, 정부명칭대회 성과평가 기준의 내부 운영 항목 확대, 이사회 회의록과 결산서류 주기적 공시 의무화를 공식 촉구한다. 우수단체 표창이 내부 통제를 검증하는 절차 없이 외형 성과만으로 수여된다면, 그 표창은 조직사유화의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여실히 증명했다.
![]() ▲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임직원 현황 안내 홈페이지 일부 캡쳐. 정관에 없는 명예총재. © 한국무예신문 |
■ 네 개의 검증이 가리키는 정점 — 이름보다 먼저 보이는 것은 '자리'다
직위 지도는 결정 권한이 모이는 위치를 보여줬다. 시간 연대표는 문제 심화 시점이 2018~2019년 제도 공고화 국면과 겹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문서의 흔적은 공개되지 않은 기록이 오히려 권한 집중 의심을 키운다는 점을 드러냈다. 침묵의 기록은 설명 책임의 전면 거부가 조직적 선택일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정관에도 없는 명예총재 직책의 존재는, 공식 구조 바깥에서도 권력이 유지되는 비공식 지배 구조의 실재를 시사했다. 네 개의 검증이 동시에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총협회 조직사유화 정황의 정점에는, 이사회의 흐름을 좌우하고, 자원 배분 방향을 결정하며, 공식 행사 콘텐츠를 승인하고, 외부 질의에 대한 응답 여부까지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최상위 의사결정 권한의 자리가 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정관이 인정하지 않는 직책이라는 형태로도 스스로를 재생산한다.
본지는 이 기사에서 특정인의 실명을 직접 적시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까지 확보한 것은 형사적 확정이 아니라 정황의 수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분명하다. 이 정도의 일관성과 지속성은 조직 내 최상위 권한의 직간접 관여 없이 유지되기 어려운 성격이다. 구조는 결국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서 힘을 얻고, 그 자리는 다시 사람을 통해 작동한다.
총협회가 이 심증을 부인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회의록을 공개하고, 문서를 열고, 질의에 답하고, 피해 사례와 결정 근거를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정관에 없는 명예총재 직책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즉각 삭제하면 된다. 공적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가 심각한 의혹 앞에서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침묵이 아니라 설명이다.
■ 최종 논증 — 왜 본지는 '조직사유화 정황이 뚜렷하다'고 판단하는가
이 시리즈가 축적한 정황은 다섯 줄로 요약된다. 첫째, 이사회는 기능을 잃었다. 둘째, 공적 자원은 배제 도구로 바뀌었다. 셋째, 상징 자본은 특정 권위 강화에 전용됐다. 넷째, 비판 통로는 봉쇄됐다. 다섯째, 정관 바깥에서도 권력은 스스로를 제도화했다.
중요한 것은 이 다섯 줄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견제가 무너진 자리에 자원 통제가 들어왔고, 자원 통제 위에 상징 권위가 얹혔으며, 그 모든 것 위를 비판 봉쇄가 덮었다. 그리고 그 구조의 최상단에는, 공식 직책이 끝난 뒤에도 정관 근거 없는 직함으로 조직 안에 머무르는 비공식 권력의 자리가 있었다. 이것은 미숙함의 누적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맞물린 네 개의 톱니다.
그리고 그 맞물림은 '공존과 상생'이라는 공개 선언 아래에서, '우수단체 1위'라는 공식 표창 뒤에서 진행됐다. 이 간극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핵심 논점이다. 밖으로는 찬사를, 안으로는 배제를. 위로는 명분을, 아래로는 통제를. 떠났다 하면서도 여전히 자리에 이름을 올린다. 겉과 속이 이처럼 체계적으로 엇갈리는 구조는 우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본지가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의 조직사유화 정황이 뚜렷하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인물의 교체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 '얼굴'만 바뀐 사유화 구조의 위험성
지난 2025년 3월 14일, 12년간 총협회의 기틀을 촘촘히 다져온 정달순 1·2대 회장이 이임하고 허정호 신임 회장이 취임하며 3기 체제가 출범했다. 허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업인으로 쌓은 경험과 경륜을 합기도 발전을 위해 쏟아 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시리즈를 읽은 독자나 체육계 인사들은 자연스럽게 안도할지 모른다. "이제 수장이 기업인 출신의 새로운 인물로 바뀌었으니, 묵은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다. 본지는 바로 이 착시를 가장 강하게 경계한다.
그 경계의 근거는 추상적 우려가 아니라 구체적 팩트다. 전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공식 정관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명예총재'라는 직함으로 총협회 홈페이지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체육회 정회원단체의 정관 제27조의2는 명예직을 명예회장과 고문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정관 변경에 필요한 총회 의결과 문체부 승인 절차를 거친 흔적도 없다. '이임'은 이뤄졌을지 모르지만, '단절'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더 결정적인 사실이 있다. 총협회의 모든 행정 업무를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사무처의 수장, 즉 사무처장은 현재 최용운이다. 최용운 사무처장은 정달순 명예총재의 직계제자이자 합기도검무관 출신이다. 회원 관리부터 대회 운영, 단증 발급, 공문 처리, 예산 집행까지 — 조직의 일상 행정 전체가 이 사무처를 통해 흐른다. 회장의 얼굴은 바뀌었지만, 행정의 신경망을 장악하고 있는 인물은 전임 회장의 직계제자다. 이것이야말로 구조가 살아 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명예총재라는 비공식 직책으로 정점에 잔류한 전임 회장, 그 직계제자가 장악한 행정 실권, 그리고 같은 계보의 전수자까지. 합기도검무관이라는 하나의 수련 계보가 총협회의 상징 권위와 행정 실무를 동시에 틀어쥔 구조는, 수장 교체와 무관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견고하게 설계되고 뿌리내린 '통제와 배제의 구조'는 수장 한 명의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1~4편의 정황이 수렴하는 최상위 권한의 자리에 비위가 있다면 인적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인물의 교체만으로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구조가 살아 있으면 같은 문제는 반드시 다른 이름, 다른 얼굴로 다시 돌아온다.
이사회가 다시 추인기구가 될 수 있는 구조, 단증과 대회 권한이 다시 한 손에 집중될 수 있는 구조, 공식 무대가 다시 검증 없는 권위 연출에 쓰일 수 있는 구조, 내부 비판이 다시 침묵으로 돌아설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정관에 없는 직책이 공식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시되는 동안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구조. 이 네 개의 톱니바퀴가 완벽히 해체되지 않는 한, 단순한 수뇌부 교체는 인물의 변화일 뿐 권력 작동 방식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다.
그래서 개혁은 반드시 두 갈래여야 한다. 철저한 인적 책임 규명과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이다. 이사회 회의록 전면 공개, 외부 이사 비율 확대, 이해충돌 방지 규정 명문화, 대면 심의 강화는 내부 견제 복원의 최소 조건이다. 선관위 외부 인사 의무화와 공개 추천 절차는 권력 승계의 내부 통제를 막는 필수 장치다. 단증 발급과 경기 행정 기능의 완전한 분리, 공적 행사 콘텐츠의 외부 검토, 공익신고자 보호 체계의 실질화는 미룰 수 없는 내부 과제다. 그리고 즉각, 정관에 근거 없는 모든 직책의 공식 홈페이지 게시를 삭제하고 정관에 반하는 비공식 권력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아울러 사무처장을 포함한 핵심 행정직에 대한 특정 계보 독점 여부를 점검하고, 전임 집행부와의 사제 관계 또는 문하 관계가 행정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명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본지는 감사원에 총협회 보조금·수수료 집행 실태 및 이사회 의결 절차에 대한 직권감사를 촉구한다. 대한체육회에는 회원종목단체 이사회 회의록과 재정 결산의 주기적 공시를 의무화하고, 정관 위반 여부에 대한 정기 점검 체계를 마련하며, 정부명칭대회 성과평가 기준에 내부 거버넌스 항목을 독립 배점으로 신설할 것을 요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는 공익법인법 소관 기관으로서 총협회 비영리법인 운영 전반에 대한 현장 실사와 함께, 정관 미기재 직책 운용에 대한 법적 검토 및 시정 명령을 요청한다.
인물 교체 없는 구조 개혁은 기득권의 책임 회피가 되기 쉽고, 구조 개혁 없는 인물 교체는 낡은 악습의 반복을 예고할 뿐이다. 본지가 끝내 도달한 결론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책임 있는 자리의 과감한 변화와, 그 자리가 악용될 수 있었던 낡은 구조의 완전한 해체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한다.
![]() ▲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행정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사무처의 최용운 사무처장.(홈페이지 임직원 현황 일부 캡쳐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
■ 왜 이 시리즈를 썼는가 — 본지의 최종 입장
이 시리즈는 특정 단체의 해체를 목표로 쓰인 것이 아니다. 분열을 부추기기 위한 글도 아니다. 본지가 끝내 붙든 질문은 더 단순했다. 공적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가 그 권한을 과연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침묵을 강요받고 있는가.
대회 신청서를 쓰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 수십 년의 수련 이력이 하루아침에 '사설'로 밀려났다고 느끼는 지도자의 이야기, 말이 안 된다고 느끼면서도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했다는 증언, 두 달이 지나도 답을 받지 못한 현장 관계자의 경험. 이 이야기들은 내부 갈등의 부산물이 아니라, 공적 권한이 다른 방향으로 쓰일 때 누가 어떤 피해를 입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언론의 역할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말하기 어려운 사람의 말을 공론장에 올리고, 설명하지 않는 권력에 설명을 요구하고, 공익을 위임받은 조직이 실제로 누구를 위해 움직이는지를 묻는 일이다.
그래서 본지는 총협회의 해체가 아니라 응답을 요구한다. 이 시리즈가 틀렸다면 자료와 근거로 반박하면 된다. 회의록을 열고, 문서를 공개하고, 피해 사례에 답하면 된다. 정관 근거 없는 직책이 존재한다면 그 법적 근거를 설명하거나 즉각 시정하면 된다. 본지는 그 응답이 온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무게로 다룰 것이다.
정론직필. 끝까지 묻고, 끝까지 기록하는 것. 그것이 「【심층탐사】공적 자산 마저 삼켜버린 거대한 성벽…합기도총협회, 조직사유화 정황 뚜렷하다」가 다섯 편에 걸쳐 하려 했던 일이다.
■ 본지 공식 질의 및 총협회 응답 현황 — 시리즈 종합
본지는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관련해 거론된 문제점들에 대해 총협회에 9건 이상의 공식 질문을 전달했다. 기사 출고 시점까지 확인된 응답은 0건이며, 응답률은 0%다. 본지는 총협회에 충분한 반론 기회를 제공했으며, 향후 총협회 입장이 접수될 경우 동등한 무게로 추가 보도할 것이다.
「【심층탐사】공적 자산 마저 삼켜버린 거대한 성벽…합기도총협회, 조직사유화 정황 뚜렷하다」 시리즈 완결
❶ 이사회는 추인기구로 전락했다
❷ 대회·단증·가입이 통제 수단이 됐다
❸ 공적 권위가 사적 권위 연출에 동원됐다
❹ 비판 통로가 봉쇄됐다
❺ 사유화의 정점 — 네 개의 화살표가 한 곳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