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종료”는 어디 갔나… 선수·심판 내모는 태권도 품새대회 11시간 강행군태백 대한태권도협회장기서 밤 8시 종료 반복… 학생 선수 안전·학습권, 심판 처우·판정 공정성까지 도마
오전 9시에 시작한 경기가 밤 8시 가까이 끝나는 ‘야간 경기’가 반복되면서 학생 선수의 안전과 학습권, 심판 처우, 판정 공정성까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 제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태백고원체육관에서 열린 공인품새 경기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7시 50분께 끝났다. 11시간에 육박하는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심판들에게 공식적으로 주어진 휴식은 오전 11시 40분쯤부터 약 30분간의 점심시간이 사실상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경기는 충분한 식사 지원이나 휴식 보장 없이 이어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심판은 “20분 판정 후 20분 휴식 체계라고 해도 실제 현장에선 긴장 상태가 계속된다”며 “제대로 식사도 못 한 채 밤늦게까지 판정을 이어가는 건 체력과 집중력 모두 한계를 넘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운영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권도계에서는 품새 종목의 장시간 경기 운영이 이미 뿌리 깊은 관행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연맹대회와 대학 총장기 대회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됐고, 지난 3월 일부 대회에선 경기가 밤 10시 가까이 이어졌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2024년에는 무리한 운영에 반발한 심판들 사이에서 집단 보이콧 움직임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협회가 경기 수에 맞춰 일정을 분산하거나 경기장을 추가 확보하는 근본 대책보다, 제한된 예산과 시간 안에 경기를 몰아 처리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운영 효율을 위해 선수와 심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심판 처우 문제는 곧 판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품새 판정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만큼, 장시간 업무는 정확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한 태권도계 관계자는 “심판이 지치면 결국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며 “심판 보호는 공정한 경기 운영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자정만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체육회가 직접 나서 품새 경기 운영 실태를 전수 점검하고, 미성년 선수 보호와 심판 처우 개선을 위한 강제성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경기 종료 시간 상한 설정, 일정 초과 시 경기장 추가 확보 의무화, 심판 식사·휴식 보장 기준 명문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선수와 심판이 낡은 운영 관행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돼선 안 된다. 반복되는 ‘야간 경기’ 논란을 현장의 인내로 덮을 시간은 이미 지났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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