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道場)이라는 한자를 풀면 '도를 닦는 곳'입니다. 그 이름 그대로, 우리 지도자들은 도장을 단순한 사업장으로 여긴 적이 없습니다. 제자들의 땀을 받아내고, 무도 정신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며, 삶의 의미를 몸으로 가르치는 성소(聖所)그것이 우리가 지켜온 도장의 정체성입니다.
그러나 그 성소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불공정한 행정은 지도자들의 자부심을 소리 없이 잠식해 왔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기(氣)'와 초능력을 호신술로 포장한 비과학적 콘텐츠들이 합기도의 실전성과 학문적 엄정성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평생 지켜온 무예의 이름이, 우리 제자들에게 물려줄 그 이름이 이 시대에서 끝납니다.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는 이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의 1인 시위와 공개 집회, 국회 포럼을 통한 제도 개선 건의,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 관련 부당 처우에 대한 조직적 대응 우리는 단 하나의 신념으로 버텨왔습니다.
"현장 지도자가 행정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치고, 동력을 잃을 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합기도의 미래가 지금 이 싸움의 결과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진심 어린 행보에 합기도계의 거목들이 마침내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합기도 법인 단체인 사)대한기도회를 선두로, 16개 주요 단체가 합기도 정상화라는 단 하나의 기치 아래 연대를 선언했습니다.
※ 이하 단체명은 가나다순으로 표기하며, 참여 순서 및 기여도와는 무관합니다.
사)경찰경호무술연맹·합기원 (이병균 총재) 사)대한기도회 (조영춘 회장) 사)대한민국무무관합기도협회 (김기호 회장) 사)대한민국합기도경기연맹 (안순영 회장) 사)대한민국합기도협회 (최방호 회장) 사)대한신무합기도협회 (황덕규 총재) 사)대한합기도연맹 (최종태 회장) 사)대한합기도연합회 (오영석 회장) 사)대한합기도총협회 (황용의 회장) 사)대한합기도협회 (오세림 총재) 사)대한흑추관협회 (이은성 회장) 사)세계합기도무술협회 (김진환 회장) 사)세계합기도연맹 (최선길 회장) 재)재남무술원 (명성광 원장) 사)한국정통합기도협회 (남재홍 회장) 사)한민족합기도무술협회 (서성일 회장)
16개 단체, 하나의 방향.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숫자 그 이상입니다. 수십 년 동안 각자의 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고집으로 버텨온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역사입니다.
우리 연합체는 두 가지 핵심 과제에 모든 힘을 집중하겠습니다.
첫째, 불공정한 행정을 반드시 바로잡겠습니다. 행정은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현장이 행정을 위해 희생되는 구조는 반드시 뒤집어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제도의 모순에 끌려다니지 않고, 오직 수련과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임무입니다.
둘째, 합기도를 사칭한 비과학적 행태에 단호히 대응하겠습니다. 합기도는 정교한 신체 역학과 수천 번의 반복 수련이 빚어낸 정통 무예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기(氣) 시연이 합기도의 이름을 달고 유통될 때, 피해를 입는 것은 대중만이 아닙니다. 평생을 정도(正道)로 걸어온 지도자들의 명예, 그리고 이 무예 자체의 신뢰도가 함께 무너집니다. 우리는 학술적 검토와 공개적 비판을 통해 합기도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각 단체의 회장들이 대통합의 기치를 올린 지금이야말로, 현장의 지도자 한 분 한 분이 힘을 보탤 가장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연대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지도자 각자의 발걸음이 더해질 때 비로소 이 움직임은 역사가 됩니다.
무도인은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습니다. 두려움 앞에 무릎 꿇지 않습니다. 우리 제자들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당당한 합기도의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 매고 함께 걸어나갑시다.
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 회장 이근복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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