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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예 지도자는 '스포츠 지도자'가 아니다

사범 자격의 본질과 제도 정상화를 위한 입법 제언

이근복 회장(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 | 기사입력 2026/04/23 [22:16]

[기고] 무예 지도자는 '스포츠 지도자'가 아니다

사범 자격의 본질과 제도 정상화를 위한 입법 제언

이근복 회장(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 | 입력 : 2026/04/23 [22:16]

▲ 이근복 회장(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     ©한국무예신문

나는 합기도 도장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처음 도복을 입던 날의 긴장감, 사범님의 눈빛 하나에 자세를 바로잡던 기억, 검은띠를 매기까지의 수없는 실패와 일어섬—그 모든 시간이 나를 오늘의 자리에 세웠다. 수십 년을 합기도와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 회장으로서, 나는 지금 현장 지도자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를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는 지금 위기 앞에 서 있다. 그것도 외부에서 강요된 위기가 아니라, 제도가 스스로 만들어낸 위기다.



1. 무엇이 문제인가: 제도 일원화의 폭력성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는 체육시설에서 지도 업무를 담당하는 자에게 스포츠지도사 자격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조항은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 아래 도입되었으나, 무예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과태료 처분은 물론, 체육시설업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는 우리 협회 회원들로부터 이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30년, 40년 합기도 도장을 운영해온 사범들이 스포츠생리학과 운동역학 문제지를 붙들고 앉아 자격 갱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시험은 경기 스포츠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평생을 바쳐 연마해온 수련 철학과 예법(禮法), 전통 무예 이론은 평가 항목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제도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범주적 오류다.

 

전통무예진흥법은 2008년 제정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되었음에도, 무예 지도자의 독립적 자격 체계를 끝내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법은 전통무예를 '스포츠와 구별되는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선언하면서도, 그것을 가르치는 자에게는 여전히 스포츠 자격을 요구하는 모순 구조를 방치한다. 선언과 제도가 불일치하는 이 공백이야말로, 사범 자격 위기의 제도적 진원지다.

 

 

2. 무예는 스포츠가 아니다: 개념의 재정립

 

사범(師範)이라는 호칭에는 직업 이상의 무게가 담겨 있다.

 

'스승의 본보기'라는 한자 풀이 그대로, 사범은 기술을 전수하는 자가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자다. 도장(道場)은 경쟁의 장이 아니라 수련의 공간이었고, 사범이 가르치는 것은 발차기와 낙법(落法)만이 아니라 절제와 책임, 고통을 감내하는 태도였다. 한 세대를 관통해 "사범님"이라는 호칭에 스며들어 있던 것은 그 오랜 교육적 신뢰의 축적이었다.

 

무예와 스포츠는 외형이 유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목적론적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스포츠는 규칙화된 경쟁을 통해 기록과 승패를 산출하는 활동이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스포츠의 문법은 측정 가능한 성과를 향해 수렴한다. 반면 합기도를 비롯한 무예의 수련은 외부의 상대가 아니라 내면의 자신과 겨루는 과정이다. 단(段)이 높아진다는 것은 기술이 정교해진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내면의 성숙이 뒤따른다는 뜻이다. 사범은 그 성숙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교육자다.

 

경쟁 스포츠 코치는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도록 훈련받는다. 무예 사범은 사람을 형성하도록 수련받는다. 전자의 자격 기준으로 후자를 검증하는 것은, 교사를 트레이너 자격으로 검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차이는 철학적 수사가 아니라, 실천적 함의다.

 

 

3. 정체성 훼손은 교육 피해로 이어진다

 

이 문제를 지도자 개인의 자존심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자격 구조가 왜곡되면 교육 방향도 왜곡된다. 스포츠지도사 자격이 유일한 법적 기준이 되는 순간, 도장은 생존을 위해 스포츠 프로그램 중심으로 재편된다. 단기 성과가 보이는 경기 훈련이 장기 수련보다 선호되고, 측정 불가능한 인성 교육은 커리큘럼 바깥으로 밀려난다.

 

우리 협회가 전국 회원들로부터 수집한 현장 목소리는 이미 이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교육 시간이 줄었다는 사범들의 증언, 대련 위주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는 도장 운영 실태, 인성보다 심사 점수가 우선시된다는 학부모들의 체감—이것은 통계가 아니지만, 제도 왜곡이 만들어낸 교육 현실이다.

 

어린이 무예 수련의 교육적 가치—집중력 향상, 좌절 회복 능력, 공동체 예절—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된다. 사범의 법적 지위가 하락하면, 사범의 교육적 권위도 함께 무너진다.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인성교육의 기회를 잃는 다음 세대다.

 

 

4. 국제적 역설: 해외는 인정하고, 본국은 격하한다

 

나는 해외 합기도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 역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일본, 미국, 유럽 각국에서 한국 합기도 사범 자격은 무예 지도자 면허의 준거 기준으로 통용된다. 태권도는 206개국 이상에 보급되어 있으며, 국제태권도연맹(ITF)과 세계태권도연맹(WT) 양 계통 모두 사범 자격을 독립적 권위로 인정한다. 해외 수련자에게 "한국 사범 자격증"은 그 자체로 공신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자격을 발급한 대한민국 안에서, 그 자격은 법적 효력의 근거가 아닌 민간 단체의 내부 인증으로 취급된다. 국내 도장 하나를 운영하려면 사범 자격이 아니라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이 필요하다. 세계가 인정하는 것을 본국이 부정하는 이 구조는, 역설이 아니라 정책 실패다.

 

K-무예가 한류 콘텐츠로서 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시대에, 그 핵심 자산인 사범 자격이 국내법의 공백 속에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화 외교의 관점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5. 제도 정상화를 위한 입법 경로

 

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는 이 문제를 더 이상 현장의 불만으로 묻어두지 않겠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입법이다. 나는 다음 세 가지 방향을 국회와 관계 부처에 공식 건의한다.

 

첫째, 전통무예진흥법에 독립 자격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법의 스포츠지도사 체계에서 전통무예 지도자를 법적으로 분리하고, 전통무예진흥법 내에 '무예 사범 자격' 인증 근거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 의사법·한의사법이 의료 행위를 별도로 규정하듯, 무예 교육은 그에 걸맞은 독립된 자격 체계로 보호받아야 한다.

 

둘째, 국가 공인 무예 사범 자격 심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무예 종목별 단체, 현장 지도자 대표,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인 심사 위원회를 구성하고, 철학·예법·수련 이론·지도 실기를 포괄하는 공정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 협회는 합기도 분야 기준 설계에 적극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셋째, 국가 사범 자격의 국제 통용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문체부와 외교부가 협력하여, 국가 공인 무예 사범 자격을 해외 무예인에게도 발급할 수 있는 국제 표준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문화 주권의 문제이며, 동시에 K-무예 산업의 미래 기반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

 

 

결론: 뿌리를 지키는 것이 미래를 여는 일이다

 

제도는 본질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잘못 만들어지면 아무리 귀한 내용물도 보존되지 않는다.

 

무예의 본질은 사범에게 있다. 사범의 권위는 제도적 보호 속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그 보호를 스스로 허물고 있는 지금의 제도 구조는, 대한민국이 반세기에 걸쳐 세계에 전파한 무예 교육의 가치를 내부에서부터 침식하고 있다.

 

오늘도 전국 수천 개 도장에서 사범들은 묵묵히 도복을 입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들이 지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헌신이 법과 제도의 바깥에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사범님"이라는 호칭이 다시 존중받는 사회—그것은 향수가 아니라 과제다. 그 과제의 이름은 입법이며, 그 출발은 지금이어야 한다.

 

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는 뜻을 같이하는 모든 무예 단체, 현장 지도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걷겠다.

 

전국합기도지도자협회 회장 이근복

 

** 외부 칼럼(기고)은 본 신문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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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자 2026/04/24 [14:14] 수정 | 삭제
  • 합기도를 지도자하는 실무자로써 합기도가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있다는게 호감 입니다. 그러나! 본인은 15년째 합기도장을 운영하면서 갑자기 생겨난 합기도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으면 합기도장을 운영할 수 없다는 공문을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존의 합기도장을 몇십년씩 운영해온 일선의 지도자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다시 되짚어보며 현재 합기도장을 운영중인 일선의 지도자들이 꾸준히 합기도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발급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근복 2026/04/24 [07:46] 수정 | 삭제
  • 바람어디까지불려나 지도자님께.. 저 또한 지도자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나눠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기본적인 안전, 윤리, 그리고 지도자의 책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기준이 ‘스포츠’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무예는 단순한 체육활동이 아니라, 전통과 인성교육, 그리고 고유의 수련체계를 포함한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무예 지도자를 스포츠지도자로 동일하게 규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이 부분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것은 자격의 폐지가 아니라, 무예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기준과 제도라고 봅니다. 좋은 의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의견들이 활발히 논의되기를 바랍니다. 바람어디까지불려나 지도자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근복 드림
  • 희망 2026/04/24 [03:02] 수정 | 삭제
  • 합기도가 매력이 있어 꼬맹이 시절부터 수많은 시간 땀흘려 수련하고 단을 취득하며 경력을 쌓고 멋진무술 합기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합기도 사범이되어 여지껏 오랜시간 아이들을 지도해오고 있었는데 생체자격증이 없다고 사범이 아니다?? 무술합기도를 지도하는데 왜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이 꼭!필요한거죠? 생체자격증 없어도 소중한 제자들 사랑으로 잘지도해왔습니다. 비상식적인 행동과 기를 운운하는 몇사람들은 상식과 개념을 갖추기 위해 종이자격증이 필요할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필요한건 아닌거 같습니다
  • 바람이 어디까지 결려나 2026/04/24 [00:08] 수정 | 삭제
  • 제가 이근복 회장님 정말 좋아하지만 여기서 생체 자격증을 전통진흥법을 운운하며
    우린 스포츠지도자가 아니다 이말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생활스포츠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을 안하면 과태료나 제약있는건
    이떄까지 이런 기초지식을 가지지 않는사람들이 무예를 가르킨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폭력 비상식적인 행동을 너무나 많이 해왔기 떄문에
    정부에서 아이들이나 한 인격을 가르키는데는 이정도 수준의 지식이 최소한 있어야한다는
    그런 의미로 생체자격증이 생긴겁니다 생체자격증은 무예인이든 스포츠인 이든
    최소한의 상식과 개념을 갖추기 위한것 입니다 이정도 지식이 없기 떄문에 비상식적인
    기를 운운하는 사람과 초능력을 시행하는 사람이 나오는것입니다
    그러기에 더욱 더 운동역학,생리학.스포츠윤리 과목이 필요하고
    이러한 이유 떄문에 생체자격증이 있는겁니다 체육관을
    운영할려면 나라에서 정한 생체 자격은 누구나 무조건 따야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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