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그 역명제도 함께 증명해왔다. 권력이 칼을 쥐고 붓을 꺾으려 들 때, 그 나라 민주주의의 민낯은 비로소 드러난다. 비판을 견디는 권력은 민주주의를 키우지만, 비판을 응징하려는 권력은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3년 전 한국신문상을 받은 한 일간지의 대장동 관련 보도를 두고 “팩트 발굴이 아니라 엄청난 조작”이라고 단정했다. 나아가 “이제라도 수상을 취소 반납하고 사과 및 보도 정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나”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는 단순한 불쾌감 표출이 아니다. 국가 최고 권력이 특정 언론 보도를 ‘조작’으로 낙인찍고, 독립적 심사를 거쳐 수여된 언론상까지 사실상 박탈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 발언이 위험한 이유는 내용의 옳고 그름 이전에, 권력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너무도 가볍게 넘었다는 데 있다.
더 문제는 권력의 언어가 스스로의 과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대장동 사업은 한때 권력 스스로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 불렀던 사안이다. 그때는 치적이었고, 이제는 그 의혹을 보도한 언론이 조작 세력인가. 같은 사안을 두고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업적’과 ‘조작’이 번갈아 호출된다면, 국민은 무엇을 기준으로 국가의 말을 믿어야 하나. 권력의 말이 사실의 기준이 되는 순간, 공적 언어는 선전으로 타락한다. 무너지는 것은 특정 언론사의 수상 이력이 아니라 국가 언어 자체의 신뢰다.
물론 언론은 무오류의 성역이 아니다. 오보는 있을 수 있고, 과장과 성급한 연결, 편향된 해석도 현실에서 벌어진다. 대장동 보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절차로, 무엇을 근거로 오류를 가리느냐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오류를 바로잡는 주체는 권력의 분노가 아니라 제도여야 한다. 사법 판단이든, 독립적 심사기구의 재검토든, 언론 스스로의 정정과 책임이든, 교정은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의 공개 단정 한마디가 진실을 확정하는 순간, 법치와 절차는 설 자리를 잃는다. 만약 해당 보도에 실질적 허위가 있다면, 권력의 호통이 아니라 증거와 법으로 입증하면 된다. 그것이 법치주의다.
권력이 불편한 보도를 향해 “조작”이라고 외치고, 그 보도에 부여된 공적 평가까지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언론계 전체에 명백한 신호를 보낸다. “권력 핵심을 건드리면 이렇게 된다”는 신호다. 이보다 더 직접적인 위축 효과가 어디 있나. 기자와 편집국이 앞으로도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같은 강도로 질문할 수 있겠는가. 자기검열이 일상화된 언론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선정적 보도가 아니다. 권력이 가장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언론이 위축되어 사라지는 자리를 채우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선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언론도 이 사태를 권력 비판의 명분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진정 권력의 개입에 맞서려면, 먼저 스스로 정확성과 공정성의 기준 앞에 더 엄격해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고쳐야 한다. 오류가 있다면 선제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권력의 압박은 단호히 거부하되, 언론 자신의 허술함까지 방패 삼아서는 안 된다. 언론의 독립은 특권이 아니라 신뢰 위에만 성립하는 책무다. 정론직필은 권력에 맞서는 태도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정직한 태도에서 완성된다.
그러나 그 책임을 이유로 권력의 과잉 개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언론의 미흡함이 있다면 그만큼 더 냉정한 검증과 제도적 교정이 뒤따르면 될 일이다. 권력이 직접 심판관으로 나서는 순간, 모든 절차는 오염된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언론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료와 증거를 내놓고 공적 검증에 응하는 것이다. 권력의 품격은 비판을 눌러 얻는 것이 아니라, 비판을 견디며 사실로 답할 때 비로소 생긴다.
진실은 명령으로 주조되지 않는다. 상의 취소를 요구한다고 사실이 바뀌지 않고, 분노의 언어를 동원한다고 절차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호통이 아니라 차분한 검증이며, 공개 압박이 아니라 제도의 작동이다. 언론이 권력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감시 기능은 급속히 약화된다. 권력이 붓을 꺾으려 할수록, 언론은 더 정확해야 하고 더 단단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바로 그 긴장 속에서만 지켜진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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