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A, 심판 책임은 '즉시' 강화…처우 개선은 '예산 범위 내 점진 추진'KTA, 한국무예신문 공식 질의에 "일비 인상 지속 추진…대회 유치금 인상과 병행"이라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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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A가 한국무예신문 질의에 대한 회신 일부 캡쳐 © 한국무예신문 |
대한태권도협회(KTA)가 태권도 심판의 처우 개선 요구에 "예산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일비 및 교통비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바로 같은 시기, 협회가 개정·시행하는 「상임심판 현장 운영 지침」(2026.5.1.)은 단순 오심에 대한 현장 조치 기준을 3회에서 2회로 끌어올렸다. 협회가 심판에게 요구하는 책임의 무게는 조문 개정으로 즉각 강화됐지만,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우 개선은 여전히 '조건부 점진'이라는 단서 속에 유예된 셈이다.
한국무예신문은 지난 4월 20일 KTA에 품새 심판 일비 현실화·초과 운영 보상·교통비 산정 기준·심판복 지급 실태·예산 편성 및 집행 내역·감사 여부·처우 개선 로드맵 등 7개 항목에 걸친 공식 질의서를 제출했다. 질의서는 2023년 이후 일비 동결 여부와 그 근거,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영 계획, 기준 시간 초과 시 보상 기준, 최근 3년간 심판 관련 예산 편성액과 집행액 공개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KTA는 어제(28일) 서면으로 회신했다. 협회 회신문과 함께 심판 임원들에게 배포된 「KTA 상임심판 현장 운영 지침」 개정 신구 대조표(2026.4.28., KTA 경기부)를 함께 검토하면, 두 문서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비대칭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2·2024년 인상했다"…그런데 지금은, 다음은?
가장 큰 쟁점은 일비 현실화다. KTA는 회신에서 "기술위원회 규정에 따라 대회를 운영하는 운영위원(심판 포함)에게 소정의 일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2022년과 2024년에 각각 일비를 인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일비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 덧붙였으나, "일비 인상은 대회 유치금 인상과 병행되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무예신문이 요구한 핵심은 인상 여부가 아니었다. 2023년 이후 현재까지 일비가 동결 상태인지 여부, 물가 상승률 반영 계획, 언제·얼마나·어떤 기준으로 올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 로드맵이었다. 협회 회신은 과거 인상 사실은 제시했으나, 현재 일비 수준이 적정한지, 인상 폭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 향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인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지 않았다.
'대회 유치금 인상과 병행'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이중 조건부다. 처우 개선이 협회 내부의 의지나 예산 재편이 아니라, 외부 변수인 지자체 유치금 인상에 연동된다는 논리다. 지자체 유치금이 오르지 않으면 심판 처우도 개선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심판들이 체감하는 실질 보수 현실화는 언제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 ▲ 본지가 대한태권도협회에 4월 20일자로 보낸 심판처우 등에 대한 공식 질의 공문 일부 캡쳐 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
교통비 10만 원 인상은 사실…초과 보상 기준은 '불가피' 뒤에 가려져
교통비는 보다 구체적이다. KTA는 2026년도부터 심판 교통비를 기존 7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인상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이 역시 "각 대회의 전체 예산 규모를 고려하여 결정된 사항"이라는 설명이 뒤따랐고, 일비와 교통비를 분리 지급하는 이유로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집행 및 정산 기준"을 들었다.
교통비 인상 자체는 분명한 변화다. 그러나 교통비는 실비 보전에 가까운 항목이고, 일비는 심판 노동에 대한 직접 보수다. 두 항목을 분리한 상태에서 교통비 인상을 처우 개선의 사례로 제시하는 것은, 총보수의 실질적 변화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초과 운영 보상이다. KTA는 선수 참가 규모를 고려해 일일 경기 시간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 시 대회 기간 연장이나 코트 추가 설치를 통해 초과 운영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장 조명 고장 등 불가피한 돌발 상황 발생 시에는 부득이하게 초과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협회 회신 어디에도 초과 운영이 실제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 별도 보상 기준은 등장하지 않는다. '불가피한 돌발 상황'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초과 노동에 대한 보상 기준 자체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가려주지는 못한다.
심판복: 권위의 외피가 제때 입혀지지 않는다면
심판복 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KTA는 원칙을 제시했다. 해당 연도 지급 대상은 신규 심판과 최초 지급 후 3년이 경과한 심판이며, 매년 2월 상임심판원 교육 이후 선발된 심판원에게 3월 중 지급한다고 밝혔다. 단서가 하나 뒤따랐다. "발주 물량이 많을 경우 납품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심판복은 단순한 복장이 아니다. 경기장에서 심판의 공식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제도의 기호다. 협회 로고가 새겨진 자켓을 입지 못한 채 코트에 선 심판은, 단순히 옷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권위의 바깥에 놓인 채로 판정을 내리는 셈이다. 선수와 지도자, 관중의 항의를 오롯이 개인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권위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제도적 지원이 제때 이루어지는지는 현장 검증이 여전히 필요하다.
![]() ▲ KTA가 어제(28일)자로 심판 임원들에게 전한 상임심판운영지침 일부 캡쳐 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
5월 1일 즉시 시행 — 오심 2회면 활동 중지
처우 개선이 점진적 추진으로 유보되는 동안, 심판에 대한 책임 기준은 조문 개정을 통해 즉각 강화됐다.
KTA 경기부가 2026년 4월 28일 배포한 「KTA 상임심판 현장 운영 지침」 개정 신구 대조표에 따르면, 개정 사유는 세부종목 격파 추가, 규정 명칭 변경, 위반 행위별 조치 사항 현실화, 현장 지도자의 판정 이의제기 처리 절차 명문화 네 가지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제7조다. 고의성이 없는 단순 오심의 경우, 기존에는 '3회 이상 발생' 시 해당 대회 심판 활동 중지 조치가 가능했다. 개정안은 이 기준을 '2회 이상 발생'으로 한 단계 높였다. 단 한 번의 오심 이후 단 한 번의 재발만으로도 해당 대회에서 퇴출되는 구조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2조(적용)는 기존의 '겨루기 및 품새 상임심판원' 외에 '격파 상임심판원'을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제3조(기능 및 구성)는 경기운영본부장 기준을 기존 '대회위원회 의장'에서 '기술위원회 의장'으로 정비했다. 현장 지도자의 판정 이의제기 절차와 1차 조치 불복 시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 청구 경로도 이번에 명문화됐다.
이 개정이 오심 처리 절차를 제도화하고 판정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임은 분명하다. 경기운영본부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며, 영상 확보, 당사자 소명 기회 부여, 현장 즉시 통보, 불복 시 재심 청구 절차를 갖추고 있다. 징계 강화는 독단적 조치라기보다 절차화된 시스템 정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균형이다. 처우 개선은 '예산 범위 내 점진 추진'이고, 책임 기준 강화는 '5월 1일 즉시 시행'이다. 두 변화 사이의 속도 차이가 현장 심판들에게 어떻게 체감될지는 명확하다.
절차의 무결성은 증명됐다…심판 몫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KTA는 대회 예산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확정되고, 심판을 포함한 기술위원회 운영요원의 인건비·숙식비·체재비 등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전체 예산의 집행과 정산은 매년 행정 및 회계감사를 거치고, 이사회 보고와 대의원총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고도 설명했다.
절차의 무결성은 증명됐다. 그러나 한국무예신문이 요구한 것은 그 절차 안의 수치였다. 2023·2024·2025년 각 회계연도별 심판 관련 예산 편성액과 실제 집행액, 전체 협회 예산 대비 심판 예산 비중은 회신에서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절차가 있다는 사실은 투명성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책임의 비용, 누가 부담하는가
KTA는 이번 회신 말미에 이렇게 밝혔다. "심판을 포함한 대회 운영위원의 처우 개선은 대회 운영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향후에도 예산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일비 및 교통비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 문장은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처우 개선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개선은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인식은 있으나 기준이 없고, 의지는 있으나 일정이 없다.
5월 1일부터 태권도 코트 위의 심판은 더 무거운 잣대 아래에 선다. 두 번의 오심이면 그날의 대회는 끝이다. 그 기준을 감당하기 위해 심판에게 필요한 것은 집중력과 전문성만이 아니다. 제때 지급되는 심판복, 실질을 담보하는 일비, 초과 노동에 대한 명문화된 보상, 예산 집행의 투명한 수치. 이 네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태권도는 심판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요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 책임에 걸맞은 처우를 제공할 준비도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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