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의 총본부를 자칭하며 ‘원형(源形) 술기’를 전수한다고 주장하는 한 도장이 있다. 이곳 관장은 최용술 선생과 그의 아들 최복열 씨가 모두 사망한 1987년 이후, 2002년 4월 도주의 며느리로부터 ‘3대 도주’ 직위를 수여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성이다. 합기도 수련 경력이 전무하고 계보적·기술적 연관성도 없는 인물이 도주 직위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어떠한 대가에 의한 보은성 승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흐름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해당 도장은 오랜 기간 합기도계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한체육회 가맹 합기도 단체 관계자들이 각종 대회에서 이른바 ‘비과학적 연출’을 선보이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그 근원을 추적해 보면, 문제의 시범은 ‘3대 도주’ 도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난다. 더 나아가 해당 시범은 대동류합기유술 육방회 오카모토 세이고 선생의 기술 및 동작과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일본 기술을 보고 흉내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창작된 연출을 전통 계승으로 포장하고, 최용술의 명성에 기대어 권위를 유지해 온 행위는 과연 정당한가.
아이러니하게도 합기도의 종주(宗主) 도시인 대구에는 최용술의 핵심 제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화려한 ‘신비주의’ 대신, 제한된 기술을 바탕으로 원리를 보존하고 응용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후학을 지도해 왔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창작 행위가 아니라, 핵심을 왜곡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전통의 껍데기를 씌워 대중 앞에 내세우는 행위는 결국 신뢰를 무너뜨린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신비한 기술’이나 ‘초능력적 시연’이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이제 검증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대중이 먼저 검증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특정 인물이나 단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협회 차원의 신뢰 붕괴는 곧 현장 지도자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한국에서 무예 수련의 주요 소비층은 유소년이며, 실제 교육비를 부담하는 주체는 부모다. 부모가 신뢰를 거두는 순간 수련은 중단되고, 도장은 존립 기반을 잃는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협회가 신뢰를 잃었을 때,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전통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검증과 시간, 그리고 대중의 인정 속에서 축적된다. 전통을 사칭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전통이 아니라 권위의 도구일 뿐이다. 지금 합기도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신비’가 아니라 투명성과 진실된 모습이다.
신비주의를 자신이 가진 틀 안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대중에게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작은 도장 안에서의 시범이 결국 모방을 낳았고, 전 세계 외국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합기도에 대한 불신(不信)으로 돌아왔다. 이 엄중한 사태의 피해자는 결국 일선 지도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알량한 권력의 힘을 믿고 대중을 기만하려 한 대가가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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