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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수가 죽어가는데, 체육회는 돈 타령을 했다

김나미 사무총장 발언 파문, 이것은 실언이 아니라 체육행정의 본색이다

편집부 | 기사입력 2026/05/01 [13:01]

[사설] 선수가 죽어가는데, 체육회는 돈 타령을 했다

김나미 사무총장 발언 파문, 이것은 실언이 아니라 체육행정의 본색이다

편집부 | 입력 : 2026/05/01 [13:01]

▲ 발행인 서민성  © 한국무예신문

말이 사람을 죽인다.

 

물리적 폭력만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고통받는 사람에게 내뱉는 한마디는, 때로 칼보다 깊이 박힌다. 대한체육회 김나미 사무총장의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9월, 한 중학생이 경기장에서 쓰러졌다.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 아이는 꿈을 위해 주먹을 휘두르다 링 위에서 쓰러졌다. 사고 발생 8개월이 지나도록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부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의 손을 잡고 병실을 지키고 있다. 훗날 밝혀진 사실은 더 참담하다.

당시 경기장에는 119구급차가 아닌 사설 구급차만 대기하고 있었고, 이송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논란이 뒤따랐다. 관련해 대한복싱협회 관계자가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 부모에게 대한체육회의 최고 행정책임자가 한 말이 무엇인가.

 

"이미 뇌사."

 

"아들 이렇게 된 걸로 뭔가 한밑천 잡으려고 하는 건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화 도중에는 다른 사고 사례를 언급하며 장기기증을 암시하는 취지의 말까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본지는 이 발언들을 읽으며 오랫동안 멈췄다. 분노가 앞섰기 때문이 아니다. 이 발언이 가진 무게를, 한국무예신문의 지면에 정확히 새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언이 아니다.

 

실언이란, 의도와 다른 말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왔을 때를 이른다. 그러나 저 발언의 구조를 보라. "뇌사"라는 단정은 의료적 판단권도 없는 행정관료가 피해 선수의 회복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린 언어이고, "한밑천"이라는 표현은 가족의 진실 확인 행위를 금전 목적의 불순한 의도로 규정한 언어이며, 장기기증 언급은 살아 있는 선수의 죽음을 전제로 한 언어다.

이 세 가지는 우연히 겹친 말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선에서 나왔다. 피해자 가족을 공감과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조직이 관리하고 방어해야 할 민원으로 취급하는 관료적 시선, 선수의 생명보다 기관의 부담과 책임 비용을 먼저 계산하는 행정의 민낯이다.

 

무예는 생사를 다룬다. 격투기 종목의 경기장은 아름다운 스포츠의 공간인 동시에, 잘못 관리되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위험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무예를 관장하는 체육행정은 그 어느 분야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과 책임 윤리를 요구받는다. 경기장 안팎의 모든 순간, 선수의 생명이 행정 편의나 기관 방어 논리보다 앞에 놓여야 한다는 명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100% 책임지겠다"는 초기 약속은 사라졌고, 지원 문제를 놓고 입장이 달라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선수 가족이 그 약속을 증거로 남기려 녹음을 시도하자, 책임자는 그것을 '금전 요구'로 읽었다. 체육행정의 윤리적 붕괴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이 한 장면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한체육회는 사과했다.

 

유승민 체육회장이 귀국 즉시 직접 사과하겠다고 밝혔고, 체육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본지는 그 사과가 진심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진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대한체육회가 지금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은 다음 다섯 가지다.

 

첫째, 독립적 진상 점검. 현장 응급 대응이 왜 무너졌는지, 사설 구급차 대기 경위와 의사결정 책임자를 외부 기관이 조사해야 한다.

 

둘째, 사고 이후 지원 기준의 전면 공개. 피해 선수 지원 여부가 고위직의 구두 약속이 아닌 문서화된 기준에 의해 결정됨을 증명해야 한다.

 

셋째, 피해자 가족 소통 절차의 기록 의무화. 향후 모든 사고에서 가족과의 접촉은 내용과 일시를 문서로 남겨야 하며, 그 기록은 열람 가능한 형태로 보존돼야 한다.

 

넷째, 종목별 안전 매뉴얼의 실효성 검증. 매뉴얼이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실제 경기장에서 작동하고 있는가를 외부가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고위직 책임 기준의 명문화. 이번과 같은 언행에 대해 어떤 인사·조직적 책임이 뒤따르는지를 규정으로 못 박아야 한다.

 

이 다섯 가지에 명확히 답하지 않는다면, 대한체육회의 사과는 또 한 번의 행정적 진화(鎭火)에 그칠 뿐이다. 언론의 집중이 가라앉으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체육행정이 수십 년간 반복해 온 그 수순 말이다.

 

본지는 분명히 말한다.

 

김나미 사무총장의 발언은 개인의 비도덕성으로만 환원될 수 없다. 저 발언이 나올 수 있었던 조직 문화, 책임 구조, 피해자를 대하는 행정의 관행이 그 뒤에 있다. 사무총장 한 사람의 거취를 묻는 것으로 이 사안을 마무리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예약하는 일이다.

 

학생선수를 경기장에 내보내는 것은 체육 시스템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는 완전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 경기 중 쓰러진 선수를, 그리고 그 선수의 부모를, 체육행정이 어떻게 대하는지가 바로 그 책임의 실체다.

 

무예는 예로부터 생명의 무게를 가장 진지하게 다루는 분야였다. 한국무예신문은 오랫동안 체육행정의 책임과 선수 보호라는 가치를 붙들고 써왔다. 이번 사안에서도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선수의 생명 앞에 행정의 언어는 겸손해야 한다.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체육행정은,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묻고 있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사과가 일회성 진화(鎭火)로 끝나지 않도록, 본지는 이 사안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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