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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태권도대사범 심의도 ‘적격자 없음’…명예만 있고 실익은 안 보였다

국가 최고 태권도 칭호 또 공석…엄격한 검증 감수할 유인은 약하고, 국가적 예우·활용 방안은 여전히 불분명

한국무예신문 | 기사입력 2026/05/04 [12:59]

2026 태권도대사범 심의도 ‘적격자 없음’…명예만 있고 실익은 안 보였다

국가 최고 태권도 칭호 또 공석…엄격한 검증 감수할 유인은 약하고, 국가적 예우·활용 방안은 여전히 불분명

한국무예신문 | 입력 : 2026/05/04 [12:59]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년 태권도대사범 지정후보자 심의에서 적격자와 최종후보자가 모두 나오지 않았다. 태권도의 계승과 진흥을 위해 국가가 마련한 최고 수준의 명예 칭호가 올해도 공석으로 남으면서, 제도의 권위뿐 아니라 실효성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월 30일 공고를 통해 “2026년 태권도대사범 지정후보자 심의 결과, 적격자 및 최종후보자 없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고문에는 결과와 문의처 외에 후보자 접수 여부, 심의 단계별 판단 경과, 탈락 사유의 유형 등은 담기지 않았다. 국가가 공인하는 최고 태권도 칭호의 심의 결과치고는 지나치게 간략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태권도대사범 제도는 애초 태권도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기 위해 도입됐다. 2020년 법령 정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외 태권도 보급에 크게 기여한 고단자 사범 가운데 높은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하고 시대의 귀감이 되는 인물을 태권도대사범으로 지정해, 그 명예를 기리고 태권도의 위상을 높이는 활동으로 국기 태권도의 계승과 진흥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올해에서도 제도의 목적은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됐다. 국기원 태권도 9단 가운데 국내외 태권도 보급에 기여한 인물을 태권도대사범으로 지정해 명예를 높인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운영의 실제 모습은 ‘명예 부여’의 상징성에 비해, 지정자를 국가적으로 어떻게 예우할 것인지, 또 태권도 진흥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지원자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2026년 공고상 신청·추천 대상자는 9단 증명서와 무력 확인서, 공적조서, 국내외 보급실적 및 봉사실적 증빙, 범죄경력증명서, 개인정보 수집·제공 동의서, 개인신용정보 조회서 등 각종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공적조서 공개 검증, 윤리성 심사, 범죄경력과 체납 여부 확인 등 다층적인 검증 절차가 뒤따른다. 국가 최고 칭호에 걸맞은 엄정 심사라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력과 평판, 법적·도덕적 요소 전반이 사실상 검증대에 오르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도의 유인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스포츠정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태권도대사범 제도화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들 사이에서도 “지정 이후 얻게 되는 국가적 예우와 역할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선뜻 강도 높은 검증을 감수하겠느냐”는 문제의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명예성은 분명 중요하지만, 검증 부담을 상쇄할 만한 국가 차원의 실질적 예우나 공적 역할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면 지원 동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태권도대사범 제도가 본래 ‘계승과 진흥’을 위해 설계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단지 상징적 칭호 부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정자를 국가 대표 원로로 예우하고 정책 자문, 국제 홍보, 교육·보급, 전통 계승 사업 등과 연계해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구조까지 갖췄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지원 단계에서 요구되는 검증 강도에 비해, 지정 이후 주어지는 공적 역할과 국가적 지원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불분명해 보인다는 점에서, 당초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번 ‘적격자 없음’ 결과를 단순히 “기준이 엄격해서”라고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권위를 지키기 위한 높은 기준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을 통과하려는 지원자가 제도 안에서 어떤 명예와 역할, 예우를 보장받는지 분명하지 않다면 공석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개인 자질의 부족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균형이 무너진 데서 비롯됐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수 있다.

 

2020년 온라인 공청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태권도대사범 지정과 관련해 객관적 선정 기준과 공정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지정자의 국가적 위상, 활용 체계, 사회적 예우, 제도 참여 유인까지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엄정한 검증과 높은 권위만으로는 제도를 살리기 어렵다. 태권도대사범이 진정한 국가 최고 원로 무예인 제도로 기능하려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만큼이나 ‘왜 지원할 것인가’, ‘지정 후 어떻게 예우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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