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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통합 10주년 특집] 제3회 : 사각지대의 증언, 그리고 다음 10년

무예계가 바라본 통합의 그늘과 한국 체육의 다음 과제

편집부 | 기사입력 2026/05/13 [21:14]

[대한체육회 통합 10주년 특집] 제3회 : 사각지대의 증언, 그리고 다음 10년

무예계가 바라본 통합의 그늘과 한국 체육의 다음 과제

편집부 | 입력 : 2026/05/13 [21:14]

[전회 요약] 1회에서는 통합 10년의 명(明)을 짚었다. 단일 거버넌스 구축, 생활체육 참여율 상승(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 기준, 주 2회 이상 52.2%·전년 대비 2.7%p↑), 공공체육시설 통합 전 대비 64% 이상 확충, 지방체육회 법정 법인화, 파리 2024 올림픽 반등(금 13·종합 8위·역대 최다 타이). 성과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다. 

 

2회에서는 통합 10년의 암(暗)을 기록했다. 엘리트-생활체육의 철학 충돌로 선순환 생태계는 작동하지 않았고, 예산은 체육회-지자체-문체부 사이를 진자처럼 오갔다. 이기흥 8년은 통합의 과실을 사유화하다시피 했고, 2026년 3월 감사원이 발표한 대한체육회 운영 감사 결과는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자격증이 취소됐음에도 현장에서 활동 중인 지도자 222명, 학교폭력 가해 이력 선수 152명 대회 출전, 이사·경기력향상위원 자격을 유지한 채 지원·선발된 이해충돌 사례 70명이라는 수치로 거버넌스 붕괴를 확인시켰다. 

 

3회는 그 수치가 미치지 않는 곳을 다룬다. 제도권 집계 밖에 놓인 전통무예 단체들, 가맹 기준의 벽 앞에서 10년을 버텨온 비가맹 수련자들, 그리고 법은 있으나 정책은 없는 채 공회전해온 전통무예진흥법의 현실이 그것이다. 중앙 거버넌스의 실패는 종목 단체 수준으로 전이·증폭됐고, 그 충격을 가장 오래, 가장 조용히 흡수한 곳이 바로 이 사각지대였다.

 

▲ 대한체육회 통합 10년의 명과 암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한국무예신문

 

① 가맹 기준 강화가 만든 배제의 논리

 

다른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는 이 문제를, 본지는 정면으로 기록한다.

 

통합 이후 대한체육회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명분으로 가맹 기준을 강화하고 중앙 통제를 심화시켰다. 그 결과,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수많은 비가맹 생활체육 단체들이 제도권 지원의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표면적으로는 체육 행정의 질서를 높이는 조치였지만, 현장에서는 지원 배분 권한이 중앙으로 집중되며 영향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통무예 분야는 이 흐름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흡수한 영역이다. 2019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현 한국스포츠과학원) 실태조사 결과, 전통무예 종목은 64개, 단체는 231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 수많은 단체 가운데 대한체육회 가맹 지위를 갖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무예 단체들이 가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고, 지도자 자격 인정 범위, 선수 등록 체계, 전국체전 및 각종 대회 출전권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됐다. 통합은 231개 단체 가운데 선택받은 소수에게는 집중을, 나머지에게는 배제를 의미했다.

 

 

② 통합이 심화시킨 단체 간 갈등

 

특정 종목의 대표성을 둘러싼 단체 간 이해관계 충돌과 파벌 갈등은 통합 이후 더 심화됐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가맹 지위를 가진 중앙단체가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비가맹 단체와 개별 수련자들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는 '생활체육 참여 확대'라는 통합의 본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상이다.

 

합기도 분야를 예로 들면, 대표 단체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은 단체 사유화 의혹, 비민주적 거버넌스, 이사회 운영 논란으로 이어졌다. 본지가 「조직사유화」 등 시리즈(2026년 4월 게재)를 통해 10회 이상 연속 고발해온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의 사례가 그 전형이다. 감사 결과와 현장 증언을 종합하면, 대한체육회 중앙 거버넌스에서 지적돼온 권한 집중과 견제 장치 약화의 문제가 개별 종목단체 수준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전이·증폭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6년 3월 감사원이 확인한 구조적 문제 — 정관 위반 이사회 구성, 이해충돌 방치, 징계정보 공유 부실 — 는 대한체육회 본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종목단체에서도 반복됐다는 것이 현장의 증언이다.

 

 

③ 전통무예진흥법의 17년 공회전 — 법은 있었으나 정책은 없었다

 

문제는 대한체육회 내부만이 아니다. 2008년 제정돼 2009년부터 시행된 전통무예진흥법은 제정 이후 17년이 지나도록 실질적 집행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채 공회전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의 구조부터 짚어야 한다. 전통무예진흥법 제3조는 기본계획 수립을 국가 의무로 규정하고, 제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전통무예 진흥 책무를, 제8조는 전통무예단체 육성·지원 의무를, 제10조는 지도자 육성을 각각 명시하고 있다. 조문만 보면 국가가 전통무예를 적극적으로 진흥해야 할 의무가 법으로 확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학계에서는 "2008년 전통무예진흥법 제정 이래 정부의 법률상 의무인 기본계획 미수립 등 정부의 육성 의지 미흡"을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 제3조가 의무로 규정한 기본계획이 오랫동안 수립되지 않았다는 것은 법이 사문화(死文化)됐음을 의미한다. 문체부가 뒤늦게 전통무예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정부시상 외에 사실상 예산 지원이 없었던 전통무예 종목 대회에 대한 정부예산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간 예산 지원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주무부처가 공식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2022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각종 사업에 대한 명시적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과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근거 마련"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법 제정 14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실효성 있는 지원 근거'를 논의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법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3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전통무예 진흥 시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전통무예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해 10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재석 253명, 찬성 247·반대 1·기권 5)한 이 법은 법률 제21094호로 2025년 11월 11일 공포되어 2026년 5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전면 개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전통무예육성종목'이라는 개념을 법률 용어로 최초 정의하고(제2조 제3호), 문체부장관이 지정·취소·해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제6·7조). 둘째, 전통무예 실태조사 근거를 신설하고(제5조), 지도자 자격검정을 문체부 직접 실시로 격상했다(제11조). 셋째, 교육지원(제12조)과 대회·국제교류 지원(제13조)의 명문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17년 공회전 끝에 법적 틀이 한 단계 정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 개정이 곧 정책 집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주목할 것은 새로 신설된 실태조사 조항(제5조)조차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라는 점이다. 의무가 아닌 재량에 맡긴 구조는 예산 배분과 행정 의지에 따라 다시 공회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전부개정의 효과는 결국 예산, 조직, 사업, 집행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법문이 바뀌었다고 현장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것이 지난 17년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다.

 

대한체육회 통합이 전통무예계에 미친 영향을 정직하게 평가하자면 이렇다. 통합은 전통무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다만 그 문제를 더 복잡하게, 그리고 더 은폐하기 좋은 구조 속에 가뒀다.

 

통합 10년 총평 — 명(明)과 암(暗)의 이중 구조

 

3회에 걸친 기록을 마무리하며, 냉정한 성적표를 제시한다.

 

조직 통합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법인·회원구조 일원화는 이뤘으나 기능 통합은 여전히 미완이다. 생활체육 참여율과 시설 수는 늘었지만 이를 통합의 단독 효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생활체육 성과는 플러스이되 공이 분산돼야 한다.

 

전문체육 성적은 리우(2016) 금 9에서 도쿄(2021) 금 6으로의 하락 구간을 거쳐 파리(2024) 금 13으로 반등했으나, 통합이 성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선수 복지는 스포츠윤리센터 등 포털·신고 채널 정비가 이뤄졌지만, 감사원이 확인한 자격취소 지도자 방치·학폭 선수 관리 허술이 이를 무색하게 했다. 행정 효율은 형식적 중복은 제거됐으나 예산 라우팅이 불안정하고 외주 의존이 심화된 탓에 순성과를 내지 못했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감사가 반복되고 대규모 지적이 이어진 만큼 뚜렷한 취약점으로 남는다. 무예와 소외 종목은 가맹 배제, 단체 갈등, 진흥법의 집행 부진이 이어지면서 통합의 혜택을 체감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남았다.

 

 

기능통합 2.0이 답인가

 

현재 제시되는 정책 대안은 크게 세 가지다. 현행 체제 유지·내부통제 보강, 통합체제 유지 위에 예산·평가·인사·데이터 거버넌스를 전면 재설계하는 '기능통합 2.0',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집행조직의 준재분리. 비용-효과 분석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기능통합 2.0이다. 감사와 예산우회 사례가 드러낸 문제는 '통합 자체'보다 '통합 이후 운영규칙의 미비'에서 더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지는 한 가지를 덧붙인다. 영국의 공공자금 연계 거버넌스 체계(UK Sport·Sport England 공동, 「A Code for Sports Governance」, 2016년 10월 출범·2017년 4월 의무 적용) — 거버넌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즉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 — 를 한국형으로 도입하는 것이 제도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 아무리 성적이 좋은 종목이라도, 아무리 규모가 큰 단체라도,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는 원칙. 다만 영국 모델을 이식할 때는 대한체육회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 지원금의 법적 성격(보조금·출연금), 국내 체육단체 다수의 영세성이라는 구조적 차이를 감안한 단계적 적용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유화와 비민주적 운영을 원천 차단하는 유일한 장치다.

 

 

다음 10년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

 

첫째, 선발·지도자 등록·징계 연동 시스템 전면 의무화(6~12개월 내). 둘째, 보조금·수의계약·후원계약 디지털 공개 대시보드 구축(1년 내). 셋째, 생활체육·전문체육·국제체육 사업 구분과 예산 배분 원칙 법제화(1~2년 내). 넷째, 한국형 체육 거버넌스 규범(K-Code) 제정 및 조건부 펀딩 도입(2~3년 내). 다섯째, 전통무예진흥법 전부개정의 실질 집행 체계 구축 및 국가 무예원 설립 입법 완결(3~5년 내).

 

 

에필로그 — 검이 하나가 됐다고 무예가 완성되지 않듯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목적은 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궤적을 돌아보면, 통합이라는 수단이 때로는 목적 그 자체처럼 작동해왔다는 비판을 부인하기 어렵다.

 

간판은 하나가 됐지만 철학은 여전히 둘이다. 예산의 무게중심이 여전히 메달 중심 구조에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생활체육 현장에서는 통합 이후 변화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통무예 수련자들과 단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중앙 거버넌스의 사각지대에서 제도적 인정과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각자 대응해왔다는 호소를 내놓고 있다.

 

무예의 세계에는 이런 이치가 있다. 두 검을 하나로 묶는다고 해서 무예가 완성되지 않는다. 검을 하나로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검을 쓰는 철학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다.

 

통합 10주년이 유의미한 이유는 성과를 자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제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직시하고, 진짜 통합 — 숫자가 아닌 철학의 통합, 조직이 아닌 문화의 통합 — 을 향해 나아갈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기관은 하나가 됐지만, 현장은 아직 통합되지 않았다. 통합 10년이 남긴 가장 분명한 결론이다.

 

[연재 완결]

 

※ 취재 및 참고자료

▸ 문체부,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2026년 1월 발표): 주 2회 이상 참여율 52.2%, 전년 대비 2.7%p↑

▸ 감사원,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 결과」, 2026년 3월 4일 발표(감사 실시: 2025년 2월 17일~4월 4일): 자격취소 후 활동 지도자 222명, 학폭 이력 선수 152명 대회 참가(2022~2024), 이해충돌 방치 이사·경기력향상위원 70명

▸「전통무예진흥법」, 법률 제9006호, 제정 2008년 3월 28일, 전부개정 법률 제21094호, 2025년 11월 11일 공포, 2026년 5월 12일 시행. 소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유산팀(☎ 044-203-3147). (주요 신설 조문: 전통무예육성종목 정의·지정(제2조·제6조), 실태조사(제5조), 지정 취소·해제(제7조), 지도자 자격검정 체계(제11조), 교육지원(제12조), 대회·국제교류 지원(제13조))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현 한국스포츠과학원), 전통무예 실태조사(2019): 종목 64개, 단체 231개 추정

▸ 문화체육관광부, 「전통무예 진흥 기본계획」 보도자료(2019년 8월 14일)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통무예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청회(2022)

▸ UK Sport·Sport England, 「A Code for Sports Governance」, 2016년 10월 출범·2017년 4월 의무 적용

▸ 한국무예신문 「조직사유화」 등 시리즈(2026년 4월 게재),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거버넌스 실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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