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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대한민국, 왜 리더가 없는가?
오합지졸 머슴들의 나라 대한민국의 품격
 
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7/02/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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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잡고 밥 먹는 훈련병 격려하는 육군참모총장. 설날인 28일 오전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떡만둣국을 먹었다. 이날 훈련소 식당에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방문해 절도 있는 자세로 아침식사를 하는 훈련병들을 격려했다. [사진 육군제공]    


지난 28일 설날, 육군참모총장이 논산 신병훈련소 식당에 들러 훈련병들이에게 각을 잡아 식사하는 자세를 설명하는 사진이 보도된 적이 있다. 헌데 과연 그 참모총장인들 각 잡아 식사하는 그 속뜻을 알기는 할까? 아마도 대한민국 국군에서 그걸 설명할 군인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흔히 사관학교 생도들은 식사 때 상체와 고개를 바로 세우고 숟가락을 수직으로 들어 올린 다음 직각으로 꺾어 입으로 가져가도록 훈련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숟가락질마저 ‘절도’가 있어야 군인들의 자세라고들 알고 있지만 기실 천만의 말씀이다.
 
직각 식사법은 70년 전 미군이 가르쳐준 것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관학교와 군에서 지키고 있다. 미개한 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들을 것 같으니까 거두절미로 그렇게 가르친 것이다. 아무렴 숟가락질 절도가 군인정신과 무슨 상관이 있으랴! 밥이나 국그릇에 입을 갖다 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절도’가 아니라 ‘소통’이다. 건너편의 상대와 마주보면서 대화하고 소통하며 식사하라는 본디 목적을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설명해주었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그 의미를 이해 못해 그냥 잊어버리고 식불언(食不言)! 70년 동안 그 동작만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것이겠다.

▲ 작전 중 식사하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 [사진 인터넷 캡처]  


《성경》의 <사사기> 제7장에 기드온의 삼백 용사 이야기가 나온다. 기드온이 그를 좇아온 백성들을 모두 모아 골짜기 반대편의 적과 대치하게 되었다. 그러자 여호와께서 싸움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돌려보내게 하시고, 남은 일만 명 모두를 강가로 데려가 물을 마시게 하였다. 그 가운데 개처럼 엎드려 물을 마신 자와 무릎을 꿇고 물을 마신 자들을 가려 모두 돌려보내고 나니 남은 자가 삼백 명뿐이었다. 여호와께서는 그 삼백의 용사들에게 한밤중에 습격할 것을 명해 적을 물리쳐 승리를 거두게 하였다.
 
그들은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를 숙이지도, 또 무릎을 꿇지도 않고 쪼그려 앉되 허리를 세운 바른 자세로 손바닥으로 물을 떠서 입에 갖다 대어 핥아먹었다. 시야가 확보되니 물을 마시면서도 눈길은 강 건너편의 적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거다.
 
바른 자세여야 상대방은 물론 식당(전장) 전체를 조망하고 소통하며 통솔하는 리더십이 길러진다는 말이다. 악수나 건배가 그렇듯, 심지어 민주주의조차 우리는 그동안 뜻도 모르로, 멋도 모르고, 맛도 모른 체 껍데기를 가지고 시늉만 내었던 것이다.

▲ 사진자료. [인터넷캡쳐]    

인격과 짐승격을 구분하는 척도
 
영화 <정글북>을 보면, 가뭄이 들었을 때 정글의 모든 동물들이 ‘평화의 바위’가 있는 곳으로 와서 물을 마신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의 아이’ 모글리는 그 동물들과 같은 모양새로 물을 마시지 않고, 도구를 사용해서 물을 마신다. 그러자 늑대 무리의 지도자 아킬라가 “늑대답지 않다!”고 경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손과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 인간이 여타 동물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행동이다.
 
외국 영화를 보면 가끔 오지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계곡물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원주민 하인들과 짐꾼들은 엎드려 입을 대고 마시지만 주인공과 서양 신사들은 손으로 물을 떠 마신다. 이 장면에서 대부분의 한국 관객들은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긴다. 입을 대고 마시면 바가지도 필요 없고 옷도 안 버리고 편하지! 그러다보니 한국 영화에서는 주인 하인 할 것 없이 똑같이 엎드려 직접 입을 대고 마신다.
 
또 운동장에서 놀다가 목이 말라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마시는 장면에서도 한국의 어른이나 어린이들은 수도꼭지에 고개를 돌려 입을 갖다 대고 물을 마신다. 바로 이런 사소한 장면 하나가 영화의 품격을 망치는 줄을 감독은 물론 관객들 누구도 알지 못한다. 무심코 지나가는 그 영화 한 장면에서 외국인들은 한국을 아직도 미개한 나라로 인식해버린다. 그러니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꽤 잘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선 아무도 안 사간다. 짝퉁인 것이다.
 
약수터나 옹달샘 등지에서 물을 마시려고 할 때, 혹시라도 컵이나 바가지 등이 놓여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큼직한 나뭇잎을 따서 우그리면 훌륭한 도구가 된다. 그마저도 없으면 물을 손으로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엎드려서 입을 들이대고 마시는 건 동물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니까. 운동장 수도꼭지에서도 입을 대는 대신 두 손으로 받아 마시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한민국 기사(騎士)들의 품격

 
같은 기마(騎馬)면서도 승마(乘馬)는 올림픽 경기 종목이지만 경마(競馬)는 일반 스포츠에도 들지 않는다. 승마는 전통적으로 귀족(지휘관)의 스포츠이지만, 경마(競馬)는 하인들이 말을 달리고 귀족들이 돈을 거는 노름으로 1차 대전 후 전쟁에 필요한 말을 사육할 재원을 모우기 위해 만든 사행성 게임이다.
 

승마는 기수의 바른 자세와 말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스포츠이지만, 경마는 하인들이 말과 한 몸이 되어 속도를 겨루는 것이다. 지휘관은 그렇게 빨리 달릴 필요는 없다. 높은 곳에 올라앉아 전장 전체를 살피며 부대를 통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인과 졸병들은 돌격대로서 말을 달려 적의 선봉을 짓밟아 진을 흩트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해서 무작정 빨리 달려야 했다. 고대 동양에서도 육예(禮·樂·射·御·書·數)를 귀족 자제들의 필수교육과목으로 삼았는데 어(御)가 곧 말과 수레를 다루는 기술이다.
 
어쨌든 승마는 부자가 아니면 즐길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그 몇 명 안 되는 부잣집 아들딸들이 곧 국가대표선수다. 저들끼리 차례로 우승 메달을 나눠가진다. 때로는 혼자 출전해서 우승을 하기도 한다. 근자에 함께 승마를 했다는 최순실의 딸과 재벌집 금수저 아들의 갑질로 나라의 품격, 승마의 품격이 말이 아니게 추락했다. 승마의 본뜻을 제대로 알고나 말을 탔더라면 훌륭한 신사숙녀가 되었을 텐데…. 제아무리 거금을 들여 귀족놀이를 가르쳐도 그 근본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페어플레이를 가르친 게 아니라 갑질을 가르친 것이다.
 
리더는 자세부터 다르다. 바른 자세가 바른 인격을 만든다. 옛 선비들이 지켜온 인물평가 기준,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첫 단추는 신(身), 바른 자세이다. 특히 상체는 인격 그 자체이다. 해서 상체를 구부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글로벌 매너는 없다. 아무리 신분이 높은 사람 앞이라도 다리를 꺾어 자세를 낮출지언정 상체를 굽히는 법은 없다. 오직 신 앞에서만 굽히고 엎드릴 뿐이다. 사람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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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05 [12:3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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