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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精靈)의 결정체 주사(朱砂)
[신성대의 혼백론 – 10]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0/11/1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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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무예신문

고대인들이 신비해하며 귀하게 여긴 물질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황금과 주사(朱砂)라는 광물이다. 하나는 바위틈에서 노란빛으로 반짝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 빛으로 고대인들을 유혹했다. 그 중 주사는 곧 황화수은(HgS)으로 단사(丹砂), 진사(辰砂)라고도 하는데, 고대인들은 이를 약물을 복용하면 사람도 불로불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다양하게 이용하였다.

 

고대에 인간의 인지가 조금씩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피가 곧 영()인줄 인식하게 되었다. 피를 흘리게 되면 죽게 마련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헌데 그 흘린 피가 어디로 가는가? 땅속으로 스미지 않는가?

 

피가 정액으로 변하고 그것이 다시 어미 뱃속에서 태아로 자란다. 그리고 아이와 어미는 탯줄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자르면 피가 나온다. 해서 흔히들 우리는 가족관계를 혈연(血緣), 즉 핏줄이라고 말한다. 피가 곧 정액, 정기(精氣), 정령(精靈)인 것이다.

 

당연히 고대인들은 땅속에서 발견되는 피처럼 붉은 이 진홍빛 광물을 보고는 그 흘린 피가 굳어서 만들어진 걸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물질은 분명 인간의 영령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먹으면 그 물질의 고유한 성질(죽은 자의 영령 혹은 에너지)이 복용하는 사람에게로 전이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니까 주사를 정령[]의 결정으로 본 것이다. 하여 온갖 주술이나 치료용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리라. 고대인들은 물론 현대의 일부 오지에 사는 원시부족들이 주사는 물론 적철광이나 붉은 색 물감을 신성시하여 얼굴이나 몸이 바르기를 즐기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럴 얼굴이나 몸에 바르면 부적처럼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황금은 금속 중에서 가장 안정된 것으로, 산이나 알칼리에 잘 견디며 부식되지 않아 고대로부터 귀하게 여겨 왔었다. 그러나 수은은 상당히 불안한 물질이다. 주사를 구우면 당연히 수은(Hg)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황금은 영구불변의 성질로 인해 불사(不死)를 상징하는 물질로, 주사(수은)는 그 환원성으로 인해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영생(환생)의 물질로 인식되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도사들이 이 물질을 가지고 불사약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으니, 비록 불사약은 만들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남긴 연금술은 인류 화학사의 초석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전혀 미신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상당 부분은 직관적인 경험의 도움을 받았으니, 여러 광물들 중 주사(HgS)는 확실히 신경을 안정시키고 놀란 것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으며, 자석(Fe3D4)은 어린 아이의 발작병을 치료하고 부은 것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 또 웅황(As2S2)은 기생충과 피부병에 효능이 있으며, 비소(As)는 벌레를 죽이고 피를 보충할 수 있으며 피부를 윤기나게 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러한 광물류의 효능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도와 선약(仙藥)을 만들도록 했을 것이다.

▲ 갱면주사 [출처:나무위키]     © 한국무예신문

 

주사광석에는 그 질에 따라 주보사(珠寶砂), 경면사(鏡面砂), 두판사(豆瓣砂) 등으로 불려지는며 경련·발작을 진정시키는 한약재로 쓰이는 광물질이다. 신경쇠약으로 나타나는 정신불안증과 자주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유정이 될 때에도 유효하다. 정신이 불안하고 사고가 흐트러지며, 때로는 광증을 나타내고, 절제 있게 생활하지 못하고, 희비가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정신이상자에게 사용하여 진정, 안신(安神)시키는 효능을 얻는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인 은빛 금속으로 상온에서 액체처럼 흘러 다녀 고대로부터 신비한 물질로 보았지만 기실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물질이다. 수은은 특성상 자연 상태에서는 얻기 힘든 광물이다. 주사를 불태우거나 가공하는 방법으로 많이 얻는다. 그리고 모두는 아니지만 대단히 많은 종류의 원소와 쉽게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데 금속과의 합금은 아말감이라 하여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널리 사용되었었다. 고급한 인주나 적색 안료로서 그림 도구로 이용되며 또 연고로서 피부병 치료에 이용했었다.

 

수은은 강한 살균력으로 불과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매독이나 등창 등 고약한 병의 치료제로 널리 사용했었다. 또 중국 역대 왕들은 얼굴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서 수은을 마시거나 얼굴에 발랐다고 한다. 이는 수은이 체내에 흡수되면 혈관에 침착되면서 혈액 공급을 방해하고 피부를 경직시키는데, 이때 일시적으로 주름이 펴져서 피부가 탱탱해진다. 고대에 수은이 화장품으로 애용되었던 것도 이러한 효과 때문이었는데 과용한 결과는 참담했다.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수은을 너무 많이 들이마시는 바람에 피부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서민들에게 수은이란 귀한 것어어서 그 대용으로 비슷한 색을 띤 주석이나 납을 많이 사용했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주사로 부적을 만들거나 태워서 먹기도 하였다. 또한 가열할 시 산화와 환원을 저 혼자서 반복하기 때문에 불사조를 상징하여 도교 쪽에서도 연단술의 핵심으로 사용했다. 하여 수은을 불사약으로 오인하여 마시고 나중에 광기에 미쳐 죽은 황제들도 많았다. 예전 우리나라 왕들도 등창이 심하면 수은으로 훈증을 하기도 했다. 아직도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는 이러한 광물류의 약재를 귀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사를 한약재로 사용했으나 남용에 따른 의료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사용을 금하고 있다.

 

어쨌든 수은은 인체에 흡수되면 신경세포를 치명적으로 망가뜨리는데 미나마타병이라고 하는 수은중독증에 걸린다. 그로 인하여 몸 이곳저곳이 마비되면서 혀 또한 마비가 와 언어장애가 생기며 심각한 우울증까지 초래하게 된다. 특히나 수은은 상온에서도 표면에서 기화가 일어나므로 코와 피부를 통해 인체로 흡수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주사는 한약재로서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가? 그것은 수은과 주사(황화수은)의 서로 다른 성질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주사를 인간의 정령의 결정으로 믿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술사나 무당들은 불안 공포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이 주사를 이용한 술법들을 많이 사용했었다. 얼굴이나 아픈 부위에 주사를 바르는가 하면 부적을 그려 붙이거나 태워 마시게 하고 각종 단약을 만들 적에 주사를 섞기도 했었다. 그러자 간혹(자주) 병이 낫는 것이었다. 예전엔 사람이 미치면 귀신이 들렸다고 믿었다. 이로 보건데 주사의 신비한 힘이 귀신을 내쫓거나 제압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그러니 고대인들은 이 주사를 그토록 영험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수은은 인체에 흡입되면 매틸알코올처럼 신경을 파괴시켜 비틀어놓는다. 당연히 한번 망가진 신경계는 회복이 안 된다. 헌데 묘하게도 황화수은은 그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신경을 파괴시키는 대신 신경을 부드럽게 안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더불어 강력한 살균력과 같은 독성도 없어진다. 하여 광기에 미쳐 날뛰던 환자도 이 주사를 복용하게 되면 착 가라앉아 온순해지는 것이다.

 

대신 약재로서 사용할 주사는 상당히 질이 우수한 걸로 반드시 수비(水飛) 법제한 걸 사용해야 한다. 수비란 주사를 먹처럼 곱게 갈아 물에 타면 붉은 주사는 물과 희석되어 위로 뜨고 아직 덜 황화된 수은과 불순물인 여타 중금속은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다. 해서 위에 뜨는 것만 고운 비단으로 걸러 사용하고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버린다. 어떤 금속이든 일단 산화하면 수용성이 되어 인체에 흡수 혹은 배출이 용이해진다. 수용성이어야 인체 내에서 화학반응(이온화)하여 제 역할을 해낼 수가 있다.

 

간혹 겁 없는 한의사가 제대로 수비하지도 않은 저질의 주사를 섞은 환약을 수입해 팔다가 환자가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신경계 손상을 받아 의료사고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그 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주사는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광기에 미쳐 날뛰는 환자처럼 급할 때 한두 번 응급약으로 사용하고 말아야 한다. 그런 다음 다른 방법이나 안전한 대용 약재를 찾아 시간을 두고 증상을 다스려야 한다.

 

주사 외에도 금속성 광물 약재는 대개가 효과가 강력하고 즉시 나타난다. 하여 식물성 약재가 귀한 티베트나 몽고 등지에서 이런 광물성 약재를 많이 사용하는데 대신 질이 안 좋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장기간 과다 복용할 적엔 이런 치명적인 위험을 피할 수 없다. 요즘은 여행객들을 통해 이들 지역에서 특효약이라며 들어오는데 대부분 광물질이 많이 들어있으니 사용할 때에는 항상 조심해서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는 약()과 독()은 같은 의미였었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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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12 [22:40]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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