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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보(虎步)란 무엇인가?
[신성대의 혼백론 15]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0/12/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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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 한국무예신문

고대에는 무예가 최고의 국방기술이었기 때문에 그 속성상 실기나 이론을 굳이 남에게 알려주기 싫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문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기예 중 무슨 절기니 비법이니 하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별 것 아닌 것까지 무슨 대단한 절기인양 사람들을 현혹하는 경우도 많다.

 

오래전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니 산에서 무술을 닦는다는 한 무리가 호보를 수련한다며 엎드려 네 발로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걸 보고 포복절도한 적이 있다. 인간이 개처럼 엎드려 싸울 일도 없을 텐데 왜 저러지? 또 다른 수련단체는 호보를 팔자 걸음에 비교해서 십일자로 걷는 법이라 주장하기도 하는데 모두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해석이다.

 

호랑이걸음이라? 원래 이 용어는 정통 무가(武家)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그렇지만 상당한 수련을 해야 겨우 이해가 갈 정도여서 호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초보자들에겐 아무리 설명해줘도 익히기는커녕 이해조차 못한다. 한데 이 호보가 어느 때인가부터 이 용어가 담장 밖을 넘어가더니 왕도마뱀걸음인지 게걸음인지 모르게 요상한 모양으로 시중에 퍼져나갔다. 단어만 가지고 나름대로 갖은 상상력이 보태져서 그렇게 요상한 모양이 된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호보를 씩씩하고 힘차게 걸음이라고 해놓은 걸 보면 꽤 오래전부터 명사로 자리 잡은 단어였던 것 같다. 헌데 누가 호랑이 걸음을 씩씩하고 힘차다고 말하는가? 코끼리나 코뿔소, 들소, 말 걸음이라면 또 모를까! 만약 그렇게 걷는 호랑이가 있었다면 진즉에 굶어죽었을 것이다. 먹잇감들이 금방 눈치채고 다 도망갔을 것이니 말이다. 가장 조심스럽게 걷는 고양이과 동물의 걸음을 씩씩하고 힘차다고 했으니! 아마도 사전 만드셨던 분도 호보가 뭔지 구경도 못하고 기술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무예인이라 하더라도 그 실기를 직접 전수받지 못하면 호보(虎步)를 알 수가 없다. 심지어 평생을 수련했다는 사람들 중에도 호보의 숨은 의미(목적)은 고사하고 걸음 모양이나마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중국이나 일본에 그 많은 무술인()들도 호보를 설명해놓은 적이 없다. 호보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설사 안다 해도 그 귀한 절기를 누가 공개하겠는가?

 

세상이 희한해서 이런 사소한 재주 하나만으로도 능히 호구지책으로 삼을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그런 건 필자의 생리에 맞지도 않다. 알고서도 가만 입 다물고 살다 가자니 눈앞에 딱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해서 일반인의 건강을 위해 호보를 공개한다. 특히 늙어서 치매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귀담아 듣고 실천하길 바란다.

 

호보(虎步)란 독립일자보(獨立一字步)!

 

야생의 늑대와 집에서 키우는 개는 크게 두 가지 특징에서 구별된다. 늑대는 이빨이 누렇고 개는 희다. 또 늑대는 가슴이 없()고 개는 가슴이 있(). 사실 늑대뿐 아니라 호랑이나 표범, 여우나 산양, 심지어 곰이나 멧돼지도 마찬가지다. 생식(生食)이 아닌 화식(火食, 익힌 음식)을 하면 이빨이 희어진다. 또 길다운 길이 없는 야생의 숲에서 사는 동물은 가능하면 좌우 보폭을 좁혀 거의 일직선으로 걷다보니 흉곽이 좁아지게 진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호보란 꼭 호랑이 걸음만이 아닌 야생 짐승의 걸음을 말한다. 대부분의 짐승들이 그렇게 걷는다. 눈 위에 지나간 발자욱을 보면 인간과 달리 좌우 발이 한 줄 위를 걸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경제적인 걸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사타구니를 붙여서 걷는 일자보가 호보가 된다.

 

일자보로 걷는다는 건 에너지 절약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 바람에 뛰어난 균형감각을 지니게 마련이다. 무예 기본자세로 치면 독립보(獨立步)로 걷는 셈이다. 그러니까 독립세()는 균형감각을 기르는 것이다. 이게 몸에 익어야 균형감은 물론 순발력과 순간적인 자세 변환이 가능해지고 동작에 탄력성이 붙는다. 도장에서 아무리 많은 수련을 해도 이게 부실하면 실전에서 얻어터지게 마련이다. 우악스럽게 생긴 떡대가 날렵한 놈한테 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씨름 선수처럼 다리를 벌리면 버티는 힘은 늘어나지만 무게 중심을 옮기는 데에는 그만큼 굼뜰 수밖에 없다.

 

두 발로 걷는 인간의 걸음은 그 자체로 독립보이다. 늙어지면 독립(한쪽발)으로 서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바지를 입을 때 한 발로 서서 다른 발을 바지 속에 집어넣지 못한다. 해서 걸터앉거나 한손으로 벽을 집고서야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된다. 두 팔 벌리고 한 발을 들고 설 수 없으면 그만큼 늙었음을 자가진단하면 된다. 역으로 독립보 훈련을 매일 꾸준히 하면 뇌기능이 활발해져 치매 정도는 가볍게 예방할 수가 있다는 말도 성립이 된다.

 

여성들의 경우 골반의 구조상 호보는 물론 갈()보도 어렵지 않다. 하여 모델처럼 엉덩이가 씰룩씰룩한 걸음걸이가 된다. 옛날에는 천박해 보인다 해서 손가락질 받았지만 요즘은 자신만만, 소위 섹시한 걸음이라 부러워하기도 한다. 대신 남성들은 갈보가 불가능하고 호보도 쉽지 않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누구든 팔자보가 되고 만다. 키가 큰 남성모델이나 신사들은 일자보가 쉽다. 덩치에 비해 다리가 짧거나 뚱뚱해지면 너나없이 두 다리를 벌려 광폭의 팔자보를 하게 마련, 앉아서도 쩍벌남이 된다.

 

▲ 살금살금. 야생에서는 발을 최대한 중앙으로 모아 걸어야 효율적이다. [사진 인터넷 캡처]     © 한국무예신문

 

호보(虎步)에 숨은 비결

 

어떤 동물이든 사냥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짐승에겐 이빨과 발톱이 가장 소중한 도구다. 그만큼 강한 이빨과 발톱을 가져야만 한다. 이빨 빠지고 발톱 빠진 호랑이를 우리는 종이호랑이라 부른다.

 

걸음걸이가 일자보라 하여 온전히 호보로 여기면 오산이다. 호보의 진정한 묘미는 발가락의 운용에 있다. 천하에 그렇게나 많은 무가(武家)나 도가(道家), 불가(佛家)나 양생수련단체에서도 이 발가락 운용법을 중시해서 가르치는 곳도 없고 또 이를 이해하고 있는 수행인도 본 적이 없다. 다만 무심코 수련하다보니 그 의미도 모른 채 일부 동작에 발가락 운동이 들어가 있는 경우는 종종 있다.

 

자기 앞 중앙에 일직선을 그어놓고 엄지발가락이 그 선을 밟도록 걸음을 옮기되 발이 땅에 닿을 때 발가락으로 지긋이 땅을 움켜쥔다. 특히 엄지에 집중하면 나머지 발가락들도 덩달아 따르게 된다. 그러니까 발뒤꿈치가 먼저 닿고 몸의 중심이 앞으로 옮기면서 발끝이 나중에 닿게 되는데, 바로 이때 발가락에 힘을 줘서 땅을 누른다. 이것이 호보의 핵심이다.

 

본격적인 무예 단련을 위해서는 모래밭에서 맨발로 단련을 해야 한다. 땅을 움켜쥔 발을 앞으로 옮기기 위해 발을 땔 때 모래를 차고 나가는 훈련이다. 그 다음 일상의 보행 중에 호보 상태에서 뒷다리를 쭉 밀어 앞으로 나가는 습관을 들인다. 이는 보통사람의 보법이 짐을 실은 리어카를 앞에서 끄는 것과 같다면 무예인들의 보법은 리어카를 앞세워 밀고나가는 것과 같다 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수련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기 어렵다. 일상에선 맨발로 걷을 일이 별로 없다. 그러니 걸을 때 신발 속에서 발가락에 힘을 주면 된다.

 

당연히 호보는 모든 동공(動功) 수련에 그대로 적용한다. 그렇게 오래도록 익히게 되면 결국 손가락 발가락에 눈이 달리게 되는데, 엄지발가락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힘이 일체로 연결되어 몸 전체가 탄력성 가지게 된다. 하여 힘의 축발(縮發)이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공격과 수비를 하게 되는데 그 파괴력과 순발력은 가공할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발경(發勁)의 방아쇠가 엄지발가락임을 이해할 정도는 되어야 진정 무예고수라 할 수 있다. 하여 이 이치를 알고 익힌 무예고수끼리는 저 앞에 오는 상대의 걸음걸이만 보고도 그 내공을 짐작한다. 상승의 무공으로 올라가느냐 못 올라가느냐는 이 호보의 이치를 터득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시 이를 호흡과 배합시키는 경신(輕身)경행(輕行) 훈련이 있다. 그렇게 되면 보통사람들보다 걷는 속도가 두세 배 빨라지는데, 보통 사람들이 볼 때 분명 걷는 모습인데 남들 뛰는 것만큼 빠르다 보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옛사람들은 땅을 줄여서 걷는 도술이라 하여 속칭 축지법(縮地法)이라 칭하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일반인이 그런 수행인과 동행으로 길을 가자면 한 사람은 걷고 한 사람은 뛰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수양 가문마다 나름의 축지법이 예닐곱 가지가 전해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7자 주문을 외우며 7발자국, 7걸음으로 북두칠성을 밟아나가는 것으로 필자도 어렸을 적에 심취해 맹훈련한 적이 있다. 나머지 것들도 대체로 그와 유사한데 기실 모두다 비과학적인 면이 많아 그다지 도움이 못 되는가하면 황당무계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권할만한 것들이 못된다.

 

격투 중에도 제 삼자가 곁에서 보기엔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지만 그런 고수를 상대하는 당사자에겐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아 얼떨결에 눈뜨고 당하고 있다. 신법(身法)의 완성도 엄지발가락에 달려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전통의 명가에서 제대로 무예 수련을 하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기란 불가한 일이니 이쯤에서 그치는 게 좋겠다. 글만으로는 상상이 안 되니 직접 사람을 붙들고 실연 동작과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려나 늙어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과식, 감기, 넘어지는 것이다. 걸을 때 외에도 의자에 앉거나 일어날 때 엄지발가락(나머지 발가락도 자연스럽게 같이)에 힘을 주어 땅을 꽉 쥐어 잡고, 또 계단을 오르내릴 적에도 발끝에 의식을 집중하고 힘을 줘야 한다. 그렇게 습관이 들면 여간해서 넘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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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30 [22:36]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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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20/12/31 [20:54] 수정 | 삭제
  • 걸을때 엄지발가락을 움켜쥐듯 힘을 주고 걷는 연습 많이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박산 2020/12/31 [08:34] 수정 | 삭제
  • 성대 주필님 글 잘 읽었습니다 호보는 커녕 우보도 비칠거리는 사람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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