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난데없이 무예가산점 인정단체 일제점검에 나섰다.
점검대상은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를 제외한 합기도단체 등 28개 단체이다.
지난 5일, 경찰청은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를 제외한 경찰공무원 채용 가산점 인정 28개 단체에 협조공문을 내려 보냈다.
공문의 주요내용은,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가산점 인정 무도단체」에 대한 가산점 인정요건 충족여부에 대한 일제점검을 하고자 한다면서, 법인등기부등본, 고문 및 임원명부, 단체연혁, 단증 심사규정 및 발부현황과 더불어 시도지부 및 소속도장(도장명, 대표자, 도장주소, 연락처 포함) 현황 등의 서류를 오는 4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찰청이 협조공문을 내려 보낸 이유로 ‘가산점 인정요건 충족여부에 대한 일제점검’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단체와 지부 현황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그동안 가산점 정책이 실시된 이래로 지금껏 단 한 차례도 관련해 일제점검을 실시한바 없다.
경찰청이 내세운 가산점 인정단체의 자격 충족요건은 법인설립 3년이 경과한 단체이어야 하며, 그 단체는 전국 8개이상의 지부설립과 지부당 소속도장이 10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무예단체들은 일단 경찰청이 요구한 충족요건에 맞춰 가산점 인정단체 자격을 획득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격을 박탈당하지도 않아 자격획득을 위해 어떠한 ‘꼼수’라도 가리지않았다.
그러다보니 전국의 무예도장수는 감소하는데도 가산점 인정단체는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물론 복수종목도장의 경우도 있겠고, 가산점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무예단체들이 충족요건을 갖추었을 수도 있겠지만 암암리에 단체간 도장을 빌리고 빌러주는 상식 밖의 일들이 없지 않은 것도 무예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실상 경찰청의 '관리부재'였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경찰청이 이번에 협조공문을 보낸 28개 단체는 8개 종목으로 합기도(18), 당수도(1), 격투기(1), 태권도(1), 해동검도(2), 특공무술(3), 용무도(1), 경찰무도(1) 등이고 합기도단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굳이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경찰청 관리부재의 최고 수혜자는 합기도였다는 것이다. 또한 태권도와 해동검도 등을 제외하곤 거의가 합기도 유사 종목으로 분류되곤 하는 종목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나 합기도장의 경우 용무도, 경찰무도, 특공무술 등의 여러 단체에 어렵지 않게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 '일제점검' 경찰청 협조공문. ©한국무예신문 | |
아무튼, 도장간 또는 종목간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무예계의 속성상 특정 무예와 그 단체의 ‘경찰청 가산점 인정단체’ 지위획득은 경쟁상대보다 우월적 지위를 보장받는 권리 부여로, 사업성공을 위한 ‘필수아이템’이다. 무예단체의 성패는 사실상 ‘경찰청 가산점 인정단체’ 지위획득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기도 단체가 단체명이 헷갈릴 정도로 많아진 것과 더불어 가산점 인정단체도 증가한 것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인 것이다.
하여, 그 몸부림 때문에 지금 3개 단체인 ‘특공무술’ 인정단체는 앞으로 4~5개로 증가할 것이고, 해동검도 또한 지금의 단체수보다 더 많아 질 것이다. 물론 합기도는 도장수만큼이나 인정단체수도 늘지 않을까 여겨진다. 단체의 생존이 걸린 사안이고, 지금처럼 관리부재라는 경찰청의 확실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그것은 불보듯 할 것이다.
사태가 이쯤 되니, 경찰청에서도 후환이 두렵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때 마침 관계부서에 새로운 담당자도 왔고. 그런 의미에서, 경찰청의 이번 일제점검은 더 이상 확실한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일 것으로도 비춰진다. 쉽지는 않겠지만 더불어 무예계 정화도 이뤄지길 바래본다.
진즉 그랬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관계자에게 전해는 주고 싶다. ‘일제점검’, 하려면 제대로 하고, ‘군기잡기’ 시늉만 내려면 “아서라, 아서!”다. 다시 말해, 오는 30일까지 관계자 앞으로 제출될 산더미 서류 앞에서 지레 겁먹고 업무인력부족 이유댈거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서류제출 취소공문 내려 보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한국무예계가 이처럼 혼탁하고 무질서한 연유에는 무예단체들에 대한 ‘경찰청 가산점 인정단체 지위 부여’라는 절대적 권한을 지닌 경찰청의 대국민 서비스차원에서 확실히 제공(?)한 ‘관리부재’도 한몫했다는 과오를 이참에 씻을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를 경찰청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