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품새는 중세국가인 고려왕조와 관련이 깊은 품새이다. 현용 고려 품새는 유단자가 되면 최초로 배우는, 1967년도에 제정된 품새로 이전의 유급자 품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매우 독창적이며 고유한 내재적 가르침을 담고 있다.
품새선을 선비 사(士)를 채택하여, 무과(武科)에 급제하여 관직에 처음 진출하는 무관들에게 ‘무를 숭상하며 학문을 겸비하여 지혜와 용맹으로 나라를 지키라’는 ‘문무겸전’(文武兼全)의 교지성격을 담았으며, 태권도 검은띠(유단자)를 학식과 인품의 상징인 선비에 비유 하였다.
“ 무예의 왕은 역시 칼이다. 글 읽는 선비라 해도 항상 옆에 검을 두고 아꼈다. 숭검(崇劍)을 통해 절제와 용기, 충절과 협의의 덕(德)을 닦고자 했던 것이다.”(신성대, 2009)
고대의 창과 칼은 상무정신을 상징했으며, 고려품새는 교본상 30동작(품)이고 연결동작이 많아 총독작수도 48동작으로 유단자 품새 중 가장 많은 기술이 나온다.
고려품새의 상징기술인 창과 칼을 상징하는 발날, 손날, 칼재비 기술은 13개 동작(품)에서 19번 나오며 상대의 치명적인 급소를 창과 칼을 쓰듯이 치고, 꺾고, 찔러서 일격에 싸움을 끝내는 살벌한 품새이다.
고려품새의 의미(국기원, 2006)
「고려품새는 선배를 의미하며 선배는 강력한 상무정신과 곧은 선비정신을 나타내고 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는 선배(선비)의 얼을 바탕으로 하여 품새로 엮어졌다.
새로운 동작은 거듭옆차기, 손날바깥치기, 한손날아래막기, 칼재비, 무릎꺽기, 안팔목몸통헤쳐막기, 주먹표적지르기, 편손끝젖혀찌르기, 바탕손눌러막기,
팔굽옆치기, 메주먹아래표적치기 등으로 태극품새와는 달리 유단자 품새다운 기술이 많이 나온다.
준비서기는 통밀기이며 손의 위치가 상단전과 중단전 사이로 신(神)과 정(精)이 합쳐지는 지점이므로 정신통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기이다.
품새선은 ‘士’자로 고려품새의 의미인 선배(선비)의 표상이다.」
문장별 해석①고려품새는 선배를 의미하며 : 선비 사(士)는 시대에 따라 뜻이 달랐다. 삼국시대에는 ‘군사 사 (士)’, 고려에서 15세기까지는 ‘朝士 사와 ‘文士 사’, 16세기 이후 사림의 시대에는 ‘선배 사(士)’로 쓰였다. 16세기 후반에 활동한 한석봉의 『천자문』에서 士는 ‘선배 사(士)’로 되어있다.(이성무, 2011) 따라서 선배(先輩)는 선비의 고어이다.
②선배는 강력한 상무정신과 : 고구려의 선배(士)는 군사(士)의 뜻으로 무(武)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으며 고려시대도 “강력한 국가공동체를 만들고 거란 및 여진족, 몽골족 등과 싸워 나라를 지킨 원동력은 선비정신과 선비공동체에서 나왔다.”(한영우, 2010)
거란족의 1차 침입을 물리치는데 크게 활약한 서희와 2·3차 침입을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운 강감찬을 보면 고려의 선비는 학문을 근본으로 하면서 무관 못지않게 병법에도 조예가 깊은 집단이었으리라 생각되며 많은 전쟁을 치루며 武의 필요성을 귀중하게 여겼으리라 판단된다.
고려품새는 적과 직접 맞붙어 싸우는 육박전에서는 창, 칼, 가지창 같은 무기사용이 유리하다는 학습효과를 도입하여 창과 칼을 자주 사용하여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다양한 기술이 많이 도입되었다. 특히 아금손칼재비로 적의 목을 공격할 때 기합을 두 번 모두 넣은 것은 ‘정신을 집중하고 온몸의 힘을 모아 소리를 지르면서 보다 큰 힘을 내어 싸움을 끝내려는 기법이다.’
칼은 베는 무기이며 경우에 따라서 찌를 수도 있다. 창은 찌르는 무기이며 창을 의미하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이 창(槍), 과(戈), 戟(극), 모(矛) 등 모양과 용도에 따라서 적의 목이나 팔, 다리 등을 걸어서 잡아당기는 무기이다.(이기훈, 1997)
보충하여 설명하면 창(槍)은 긴 나무 자루 끝에 양쪽에 창날이 있는 뾰족한 쇠가 달렸고 과(戈)는 자루 끝에 두 개의 날이 달린 긴 창이며 극(戟)은 자루 끝이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긴 창이다. 또한 모(矛)는 자루 끝에 갈고리 모양처럼 옆으로 굽어진 칼날이 달린 긴 창이다.(네이버, 한자사전)
표1)
창의 종류(네이버, 한자사전)
③곧은 선비정신을 나타내며 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는 선배(선비)의 얼을 바탕으로 : 사전에 있는 선비정신을 정리해보면,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는 사람”, “학식이 있되 인격역시 고결하고 근엄·강직한 사람” 이라 할 수 있고 “수양을 통해 지식을 쌓고 인격은 고결해야 하며 청렴결백·근엄 강직해야 하며 예의와 염치를 지켜야 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의로운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어 ‘최고의 선비정신은 나라를 지키는 일’임을 알 수 있다.
고려의 태조 왕건은 정통성을 확보, 유지하기 위해 국호를 고려라 했으며 고구려의 계승자임을 자처하여 무치주의를 표방하였고 “고구려의 조의선인(皁衣仙人)은 국정을 맡아보던 벼슬이름으로 검은 비단옷을 입은 武士를 뜻한다.”(네이버, 교육학 대사전)
고구려의 선비는 한자로 仙人이라 쓰며 문무를 겸비하여 전쟁이 일어나면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는 무사집단이 된다. 이러한 선비정신에 의해 나라의 근간이 유지 되었고 “고려왕조가 500여년이란 시간을 지켜낸 것도 사대부들의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선비정신이 무너지자 나라는 망국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이성무, 2011)
그러하기에 고려품새는 곧은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직선형태의 연속공격이 타 품새 보다 많다.
④준비서기는 통밀기이며 손의 위치가 상단전과 중단전 사이로 신(神)과 정(精)이 합쳐지는 지점이므로 정신통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기이다. : 통밀기는 문맥상 거느릴 통(統)자로 ‘정신을 거느리다’, ‘정신을 합치다’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神)은 덕이 높으며 해박한 사람을 뜻하며 정(精)은 깨끗하고 순수하며 능통하다의 뜻으로 선비가 갖추어야 할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표2)
통밀기의 다양한 해석
구분 |
관련 한자 |
뜻 |
용어적 의 미 |
거느릴 통(統) |
神과 精을 거느려 정신통일 하여 모든 분야에 해박한 선비가 되고 정신수양을 통하여 높은 덕을 쌓고 깨끗하고 순수한 인품을 갖추라는 뜻이다. |
형태적 의미 |
담을 통(桶) |
손의 위치가 상단전과 중단전 사이 (인후 부위 앞)로 생명유지와 정신통일에 가장 중요한 부위를 적의 발날, 손날, 칼재비 공격에 대비하여 손바닥 안에 기(氣)를 담아서 강한 기운으로 방어하라는 뜻이다. |
철학적 의미 |
능통할 통(通) |
학문과 무예에 능통하라는 선비의 문무겸전 정신을 뜻하며 문무를 겸비한 인품 있는 선비의 모습은 태권도 유단자의 이상(理想)이며 표상(表象)임을 강조하는 품새이다. |
한의학적 의미 |
통할 통(通) |
신과 정이 합쳐지는 지점은 하단전에서 중단전을 거쳐 상단전으로 가는 기의 통로인 임맥 혈 중 하나인 천돌 혈 이라 판단되며 ‘기를 통하라의 뜻이며’ “목의 아랫부분 중앙 움푹 들어간 지점이다. 숨 쉬고 말하고 먹는 것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혈자리 이다.” (네이버, 한의학대사전) |
고구려 문무겸전의 선비정신은 고려초까지 이어져 오며 과거제도의 도입과 문관우대 정책으로 흔들리고 만다. 고려 양반제에서 무신의 지위는 일반적으로 문신보다 낮았다. 문치주의로 인해 武를 준비하지 않아 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 무관들은 목숨 걸고 나라를 구했음에도 지속되는 차별대우를 참을 수 없어 무신정권이 100년간 성립되기도 한다.
이는 文과 武의 조화로운 균형과 발달이 국가안위에 꼭 필요함을 말해주며 그것이 곧 상무사상이 깃든 문무겸전의 선비정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품새는 태권도 검은띠(유단자)에게 ‘무를 숭상하며 학문을 겸비하여 지혜와 용맹으로 태권도를 지키고 발전시키라’는 사명의식을 부여하는 품새라 할 수 있다.
태권도계에 태권도를 지키는 선비정신이 살아 숨쉬기를 바라면서 문무를 겸비한 대표적 선비, 국민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소개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장수된 자의 도리는 충(忠)을 향해야 하며, 그 충은 마땅히 백성을 향해야 한다.”
참고자료국기원(2006) 태권도교본, 오성출판사
국립국어원(2015)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 검색
네이버(2015) 교육학 대사전·한자사전·지식백과, 인터넷 검색
신성대(2009) 武德, 동문선
이기훈(1997) 전쟁으로 보는 한국역사, 지성사
이성무(2011) 선비평전, 글항아리
한영우(2010) 한국선비지성사, (주)지식산업사
황무연(1993) 한의학과 인체의 신비, 고려의학
_ 필자인 이송학 박사는, 전 태권도고수회 회장, 전 국가대표 품새코치(2009,이집트 세계품새대회), 경희대태권도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국기원 품새 강사, 경희대 태권도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태권도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