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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악비유감(岳飛有感)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05/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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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 한국무예신문
산동성 제남시 대명호에는 남송의 악비가 쓴 제갈량의 전후출사표가 있다. 악비의 글씨는 거친 풀이 드날리는 느낌을 준다. 악비는 하남사람으로 유명한 항금(抗金)명장이자 서예가였다. 나중에 진회의 무고로 아들 악운, 부장 장헌일과 함께 처형됐다.
 
명태조 주원장은 악비의 글씨는 순수하고 왜곡되지 않아 그의 사람됨을 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약 800년 동안 중국인들은 악비를 민족영웅으로 받들었다. 이러한 명성 탓으로 엉뚱한 사건도 자주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건은 만주족이 세운 청의 옹정제 치하에서 발생했다.
 
1720년대는 청이 기반을 다지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대의각미록(大義覺迷錄)이라는 전대미문의 책이 완성되었다. 반청복명운동을 펼쳤던 증정(曾靜)이라는 독서인과 지존인 옹정제가 공동으로 집필한 것으로 청의 중국지배가 어떻게 대의인지를 설명한 책이다.
 
미국 예일대학의 역사학자이자 중국사학계를 대표하는 조노선 스펜스가 쓴 반역의 책에 이 사건의 전모가 잘 나타나 있다. 증정은 천섬총독 악종기(岳鍾琪)에게 그가 기병하면 여러 곳에서 만주족을 내쫓으려는 사람들이 호응할 것이라는 편지를 전달했다. 악종기를 반란의 총수로 삼으려 했던 이유는 그가 악비의 후예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미 악비는 연극과 소설을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민족의 영웅이었다. 만주족은 악비가 목숨을 걸고 싸운 여진족의 후예였다.
 
중국에는 사후에 왕으로 추대된 사람들이 더러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소왕(素王)으로 추앙된 공자와 삼국지의 주인공 관우이다. 충성과 의리의 상징인 관우는 관왕(關王)이라 부르지만, 지금의 중국인들은 관왕묘에서 재복을 기원한다. 관우는 재물의 신으로 변했다.
 
악비는 가장 나중에 왕으로 추대됐다. 악비는 악왕(岳王) 또는 악악왕(岳鄂王)이라 부른다. 악비는 이민족으로부터 중국을 지켜주는 무신(武神)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정치가들은 다민족통일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악비를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2003년 12월 9일자 북경청년보에는 신판 고등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악비와 문천상(文天祥)은 외국의 침략에 대항한 인물이 아니므로 더 이상 ‘민족영웅’이 아니라는 보도가 실렸다. 그러자 중국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는 글이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비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네티즌뿐만 아니었다. 권위 있는 역사학자들도 분노를 터뜨렸다.
 
악비를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하지 못한다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과 송은 형제의 국가였으므로 집안싸움에 불과했다. 둘째, 중국은 50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이다. 악비를 민족영웅으로 추앙하면 한족패권주의의 노골화를 초래하여 민족적 반목이 격화될 수 있다. 셋째, 극도로 부패했던 남송은 망해야 할 왕조였다. 악비는 역사의 흐름을 거역했다. 넷째, 악비는 한족의 영웅일 뿐이다. 당시는 중화민족이 일체화되기 전이다. 중앙정부가 직접 서장, 운남, 몽고, 신장에 행정기관을 설치한 것은 원대 이후이다.
 
중국의 이러한 논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악비에 대한 격하운동을 경계한다. 중국의 대민족주의가 동북공정을 통한 한반도의 지배논리강화 또는 현대에 이르러 티베트를 비롯한 중국이 강압적으로 점령한 민족에 대한 영구적 지배를 위한 이념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악비가 영웅이 아니라 조작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역사는 항상 ‘후세 사람의 특권’으로 재해석된다고 하지만 악비에 대한 평가를 두고 중국인들은 물론 주변국에서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에게 불변의 가치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역사는 누군가의 주관적 견해와 시대적 논리가 반영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대국의 역사논의는 주변국의 긴장을 초래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만주의 역사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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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31 [08:25]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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