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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고려첩선(高麗疊扇)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06/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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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시작되면 친지들에게 부채를 돌린다. 서툰 솜씨이지만 글씨도 적고 그림도 그려 넣는다.
▲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항주는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정교한 공예품으로도 유명하다. 그 가운데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겸비한 부채도 있다. 항주의 부채 가운데 왕성기(王星記)가 만든 부채가 가장 유명하다.

왕성기는 1875년에 부채공장을 설립했다. 중국에서 부채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어 황제(黃帝) 시대에 이미 부채를 사용했다고 한다. 항주에서 부채산업은 송대에 크게 번성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시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소동파(蘇東波)가 항주의 부채산업을 일으킨 사람이다. 게다가 소동파의 부채는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다.
 
소동파는 고려에서 온 백송(白松)으로 만든 부채를 보고 감탄하며 장인들에게 그것을 모방해보라고 권유했다. 소동파가 권유한 부채는 접선 즉 쥘부채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쥘부채는 고려에서 전래됐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것을 계기로 항주의 부채산업이 크게 번성했다.

왕성기는 조부와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아버지에게서 기술을 익혀서 20세에 이미 항주 최고의 사마명장(砂磨名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마란 부채를 만드는 공정 가운데 부채살을 샌드페이퍼로 문질러 매끄럽게 다듬는 것을 가리킨다. 사마는 광택내기, 화로에 굽기,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까지 포함되는 공정이다. 부채살이 잘 가공돼야 튼튼하고 아름다운 부채를 만들 수가 있다. 부채살에 흠이 있으면 기술자가 샌드페이퍼를 이용해 정교하게 다듬는다.
 
왕성기는 삼성교(三聖橋) 부근에서 사마공으로 일했다. 당시 진익재(陳益齋)가 꽃무늬를 넣은 부채를 만들었다. 진익재 일가는 모두 꽃그림에 능했다. 진익재는 솜씨와 인품이 훌륭한 왕성기를 맏사위로 삼았다.

가정을 꾸린 왕성기는 고급 꽃부채로 명성을 얻었다. 상해와 북경에 지점을 열었다. 항주의 부채는 비단, 차와 함께 3대 특산품이 됐다. 명성이 높아지자 황실로 들어가는 공납품으로 선정됐다. 왕성재의 부채는 귀족과 묵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소상인에 불과하던 왕성기는 상업자본가로 발전했다. 1909년, 왕성기가 북경에서 사망하자 그의 아내와 아들이 명품부채를 이어갔다. 그들이 만든 부채는 일본과 프랑스까지 진출했으며, 1929년에 열린 항주국제박람회에 출품됐다. 그러나 중국의 구시대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왕성기의 부채점도 위기에 빠졌다. 1945년 공산혁명이 일어났을 때 70년이나 명성을 이어오던 항주의 부채산업도 고작 하나만 남았다.

왕성기의 명품부채는 역대의 부채명인들이 이어온 장인정신과 기술의 정수였다. 미적 요인과 실용성을 겸비한 왕성기의 명품부채는 수십 종이 남아 있다. 영롱한 보석과 맑은 향기를 갖춘 단향선(檀香扇), 유명 서화가의 작품을 얹은 견면궁선(絹面宮扇)과 단선(團扇),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는 희극선(戱劇扇), 가늘고 긴 비단실이 늘어진 무도선(舞蹈扇), 크지만 가벼워서 휴대하기 편한 경편선(輕便扇)은 부치기 아까울 정도이다. 반첩여(班婕妤)의 ‘원가행(怨歌行)’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신제제집선(新制齊執扇), 교길여상설(皎洁如霜雪).
재성합환선(裁成合歡扇), 단단사명월(團團似明月). 
새로 만든 부채를 부치니,
하얀 달빛이 서리나 눈처럼 날린다.
사랑을 나눌 때 쓴다면,
둥근 달이 떠오른 것 같다오.
 
‘합환선’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원조인 우리도 명품 부채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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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20 [09:5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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