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홈페이지(
www.kukkiwon.or.kr)에 들어가 보면 2012년 3월 현재, 다음과 같은 표어가 첫 화면에 제시되어있다.
- “세계 태권도의 메카, 국기원”
- “소통과 문화교류로 하나 된 태권도”
- “태권도의 요람, 인재양성과 가치 정립”
필자가 오늘 지적해 보고자 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거의 허위에 가깝다는 필자의 경험담이다. 이것이 개인적인 경험담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국기원에서 몇 번 강의도 해보고, 태권도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20년 동안 만나보면서 느낀 바를 토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주관적인 판단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국기원은 ‘태권도의 메카’, 혹은 ‘태권도의 중심지’, ‘본부’ 등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필자도 어렸을 때에 국기원에 가면 그 속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태권도 고수들처럼 보였고, 나이 들고 업무에 바빠서 태권도 수련을 많이 못한 사람들조차도 태권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서, 틈만 나면 태권도 수련을 하며, 웬만한 유단자들과는 수준이 다른 태권도 기량을 가진 고수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 부처장들이나 이사들을 보면 마음속에서부터 고개를 숙이곤 했다.
시간이 지나고 철이 들면서 이런 기대는 차츰차츰 깨어졌다. 국기원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많은 사람들이(모두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태권도 수련을 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졌다는 증거를 별로 보지 못했다. 대신에 그들 중 상당수의 특징은 배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지적했듯이,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주로 골프 이야기를 했다. 물론 태권도인들이 골프를 친다는 것이 나쁠 수는 없다. 하지만 태권도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라면 골프를 즐기더라도 태권도 수련을 함께 하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국기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상당수는 유단자도 아니었다. 적어도 작년까지 그랬다. 주로 여직원들이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정기적으로 일과 후에 유급자들을 모아서 태권도 수련을 국기원에서 시켰다. 그런데 그 수련 수준이 일반 태권도 도장에서 수련하는 것보다도 못했다. 필자 주위의 몇몇 사람들은 동네 아줌마들 모아서 태권도 가르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말했고, 여러 번 관찰한 필자도 그에 동의했다.
물론 태권도를 못하는 사람들이 국기원에서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다. 골프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한 논조가 반복되지만, 이것이 문제가 아니다. 국기원에서 태권도인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권도 수련을 하지 않으며, 술배가 나와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국기원에서 태권도 기량을 보여줘야 할 때에는 시범단을 불러서 시범을 보이는데, 그 시범단 구성원의 대부분은 국기원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국기원 인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 대부분은 태권도 학과 학생들이거나 태권도 선수들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도장을 개설하는 것 외에는 태권도와 무관한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잠시 불러 들여 태권도 시범을 보이면서 “국기원 시범단”이라는 이름으로 시범을 기획하는 국기원 직원들 중에는, 필자가 아는 한 월단 경력이 있는 부처장들도 있다. 이것이 “세계 태권도의 메카”라는 국기원의 실상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 가지 개선책은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국기원 직원으로 채용되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국기원 직원을 만나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말을 했다. 국기원과 태권도 협회 등에서 태권도학과 출신으로 인력을 충당하는 쿼터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이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다양하게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소통과 문화교류로 하나 된 태권도”의 이념이 일단 젊은 태권도 학도들과 국기원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실상은 전혀 반대이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태권도학과 학생 중에서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학생을 불러서 국기원의 중요 업무들을 수년 동안 시키고서는 정작 그 학생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절차에서는 부처장을 맡고 있던 태권도학과 교수와 월단 경력의 부처장이 거부를 해서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서 국기원이 “태권도의 요람, 인재양성과 가치 정립”을 실현할 수 있을지 정말 의문스럽다.
물론 국기원 전체가 어떠한지 필자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국기원을 드나들면서 연수원에서 강의도 하고, 프로젝트에서 연구도 하면서 경험한 몇몇 사례들은 결코 국기원의 이념에 부합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꼬집어 비판하는 목소리조차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