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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이건 품격의 문제야!”
얼쑤! 사이비, 야바위 문화가 판치는 다이내믹 코리아!
 
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6/11/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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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 한국무예신문

이 나라가 중세 이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민중들은 항상 세파에 떠밀리는 자신을 불안해하며 각종 신앙과 방술에 맡겨놓고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심리가 도교의 신선사상과 결합하여 조선 말기,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온갖 무속 종교들이 번성을 해왔다. 이능화 선생의 《백교회통》에 그 실상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근자에도 오대양사건, 승리재단, 구원파, 영세교 등등 잊어버릴만하면 해괴한 종교집단들이 벌인 얼토당토않은 사건들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세월호> 침몰과 <최순실>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한 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지금이 어느 땐데…?” 상상에서조차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에 어찌 아니 당황스러울까마는 문제는 이런 일들이 상식의 잣대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 그때마다 국민들이 답답해하지만 변죽만 울리다가 흐지부지 덮어버리고 만다. 사이비 종교를 도구로 삼은 야바위 세계를 모르고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세월호> 나 <최순실> 사건의 본질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
 
야바위 시대
 
야바위란 속임수로 돈을 따는 노름을 말한다. 도구는 팽이, 엽전, 골패, 주사위, 장기, 화투 등등 가리지 않는다. 목적은 단 하나, 상대방 주머니의 돈을 내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만 동원 되는 것 아니다. 바람잡이 등 온갖 속임수를 다 동원한다. 주먹으로 협박해서 갈취하지 않았으니 털리고도 항의를 못하지만 기실 모두 불법이다. 해서 음지에서 자라는데 세상이 혼란스러워 먹고살기 힘든 때일수록 더 번성한다. 그러니까 구한말과 일제시기를 거쳐 번성하다가 한국전쟁 이후 최고조를 이루었다. 때문에 무속이나 유사종교가 창궐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이 나라엔 일자리다운 일자리가 없었다. 해서 도시의 빈촌이나 골방마다 하릴없는 건달, 천민, 양아치, 부랑아들이 무더기로 몰려 청춘을 썩혔더랬다. 그들 중 상당수가 야바위놀음이나 야바위꾼 노릇을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장터에서는 차력사들이 눈속임 괴력시범을 보이며 가짜 약을 팔았었다. 도둑질이나 소매치기, 주먹질에 자신 없는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은 그렇게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했었다.
 
일자리, 물자, 제도 등 모든 것이 부족하고 미비하던 미개국 시절이라 이처럼 도둑질, 사기, 야바위가 성행을 하였지만 법이 그곳까지 골고루 미치지 못했었다. 하여 음습한 곳에선 온갖 야바위들이 곰팡이처럼 피었다 지기를 반복했다. 6,70년대에는 월남, 중동 특수와 함께 춤바람과 사기계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해서 멀쩡한 집안이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거나 야반도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울 종로나 명동 뒷골목, 남산이나 장충단 등 공원이나 유원지에는 그런 야바위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새마을 운동과 함께 경제가 살아나면서 이런 풍경들이 차츰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도박은 법적으로 허가받은 카지노로 흡수되고, 건강과 힐링을 상품으로 내건 사이비 수련단체, 금융사기, 보험사기, 내기 골프, 해킹, 보이스피싱 등등 직업적인 신종 사기가 범람하고 있다.
 

▲ 박근혜와 최태민. 문제는 최태민 목사가 사이비라 하더라도 일말의 종교적인 신념이 있었다면 박근혜라는 대어를 낚은 후 그럴싸한 종교적 체계를 갖추었을 텐데, 철저하게 야바위로 살다 갔다는 것이다.     


영성의 시대
 
처음 시작하는 야바위는 동네 골목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이 대상이다. 물론 한 탕 하고나면 얼른 자리를 떠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 동네 건달이나 형사(그들을 뜯어 먹는 가짜 형사도 많았음)들에게 잘못 걸리면 다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야바위꾼도 빈주머니여서 혹여 손님이 따게 되면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이땐 삼십육계다. 산통(算筒)이 깨어지면 일단 튀고 보는 것도 이들의 생존 장기. 잠시 잠수함 타고 있다가 낯선 곳에서 이름, 상호 바꿔달고 다시 영업한다.
 
아무튼 이 야바위꾼들이 일찍부터 눈여겨보던 업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종교(실은 헌금)였다. 처음 이 땅에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할 적만 해도 감히 그 쪽에 눈 돌릴 생각조차 안했었다. 왜냐하면 부자의 나라 사람들이 이 못 사는 땅에 와서 끊임없이 봉사하고 희생하는 걸 보고 따라할 바보는 없으니까. 헌데 차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교회에 들어가면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잘하면 미국으로 건너갈 수도 있겠구나, 미국에서 공부도 하고 박사나 목사가 되어 돌아오면 한국에서 출세하는구나 등등. 게다가 나라가 차츰 안정되자 이 영성사업이 밑천 안 들이고 재산을 모우고 존경받고 출세도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을 깨치기 시작했다. 그 무엇보다 헌금이라는 성스러운 행위를 거쳐 방부처리 된 돈을 앉아서 그것도 감사하게 내 주머니로 옮겨 올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매력적인 야바위가 어디 있으랴!
 
거룩한 성직자! 종교의 자유는 곧 갈취의 자유! 자신을 지켜주는 부적으로는 그만한 것이 세상에 다시없다. 하여 많은 야바위꾼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교회를 찾아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 구라(말빨)가 되는 이들은 성직자 흉내 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종파를 가리지 않고 돌팔이 성직자들이 그렇게 경쟁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본이 야바위 출신인지라 이들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종교를 갈취의 수단으로 여겨 길거리 약장사와 비슷한 형태로 복음을 팔아먹었다. 어차피 주류에선 백안시당할 수밖에 없으니 처음부터 변방의 소외지역으로 파고들었다. 그곳에서 자리 잡은 다음엔 영업망을 넓히기 위해 온갖 사설 신학교를 세우고 목사증을 남발하여 세력을 형성한 다음 서서히 중앙 무대로 진출했다.
 
그러기 위해서 전통 기독교적인 방법 외에 주술적이고 무속적인, 심지어 불교적이고, 유교적이고 도교적인 기복신앙적 요소를 받아들이길 마다하지 않고, 성경까지 제 멋대로 해석하여 새로운 종파를 만들어 창업교주 노릇을 하였다. 근본이 천민들이라 체면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 기독교의 상당 부분이 짬뽕교, 사이비로 분류되는 유사기독교가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꿩 먹고 알 먹고
 
그렇게 얼마만큼 교세가 확장되면 본격적으로 큰돈벌이에 나선다. 헌금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건강식품, 생활용품, 복을 준다는 각종 신앙징표들을 만들어 바가지 씌워 팔아먹고, 공장을 지어 신도들의 노동력과 임금을 노골적으로 갈취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헌사 받은 땅에다 헌금으로 거창한 궁전을 짓고 넘치는 돈으로 부동산 사모우기에 나선다. 본격적으로 꿈에 그리던 자기들(실은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노비적으로 살아온 대개의 한국인들의 심저에는 진흙뻘 같은 한이 깔려있다. 그것은 돈벼락과 벼슬에 대한 한이다. 천한 노비들에겐 죽기 전에 주인질(갑질)을 원없이 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이승에서 갑질의 갑질인 왕질을 한번 해볼 수 있다면 죽어서 지옥에 간다한들 마다하지 않는다. 허나 아무나 왕이 될 순 없는 노릇. 그렇지만 잘 살펴보니 영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었다.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하면 그 안에서 죽을 때까지, 대를 이어 왕놀음을 할 수 있지 않은가. 해서 성공한 야바위 교주들이 주변의 땅들을 끊임없이 사들여 자기만의 왕국, 현대판 소도(蘇塗)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선 자기가 왕이자 하나님, 하늘님인 것이다. 실제 이런 일이 한국에서는 가능하고 이미 많은 꾼들이 성공을 하였다. 한국 재벌의 제왕적 행태도 그 본질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행히도 이 판에서는 학벌도 가문도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 전과자들도 문제 삼지 않는다. 조폭 두목도 회개만 하면 집사도 되고 목사도 된다. 모든 것이 신의 이름으로 용서되고 신분을 세탁할 수 있는 곳이다. 야생의 정글과 다름없는 세계다. 오직 입빨 하나로 승부를 겨루는 곳이다. 인왕산에서, 계룡산에서, 지리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하지만 기실은 모조리 장바닥에서 야바위로 닦은 실력들이다. 후안무치는 기본, 입심, 순발력, 임기응변, 학습능력은 제도권 출신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절대 굶어죽지는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먹고는 산다. 달리 생각해보면 이들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진 신자들은 오히려 일반인보다도 더 여리고 순수하고 단순하다. 해서 쉽게 빠져들고 맹목적으로 순종한다. 설사 나중에 사이비 야바위 집단임을 눈치 챘다 해도 그동안 가진 걸 다 갖다 바치는 바람에 달리 오갈 데가 없다. 해서 맨몸으로 봉사하며 의탁하는 수밖에. 그 왕국이란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동물농장이다.
 

▲ 박근혜와 최태민. 어디까지가 야바위고 어디부터가 비즈니스인지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2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공을 들여 성공을 했으니 그야말로 야바위세계의 신화를 일궜다고 할 수 있다.    


절대왕국의 건설
 
그렇게 절대 왕국을 건설하고 나면 이젠 누구도 손을 못 댄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이야 어차피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왕국에서는 단 한 명의 반대자도 없다. 그리고 신자의 수만큼 투표권이 있어 모든 정치인들이 그 가짜 왕 앞에 줄을 서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여러 비빈을 거느리며 많은 자손을 남기기도 한다. 왕국 안에선 자신의 말이 곧 법이다.
 
당연히 종교인 행세를 하려면 일정 부분은 베풀어야 한다. 그걸 이들은 보험 든다고 한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쥘 수 없는 것이 제도권 권력이 아닌가? 어차피 야바위 영성사업, 이런저런 사고들이 터지게 마련이다. 해서 검사다. 악어와 악어새. “우리가 남이가?” 정치인들도 해가 지면 뒷문으로 들락거린다. 잔칫집 음식은 배탈 나는 수가 있지만, 잿밥은 아무리 먹어도 탈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나 공무원들의 깐죽거림은 촌지 정도로 입막음한다.
 
그런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주먹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같은 장바닥에서 시작한 것이어서 조폭들이 그들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제아무리 사람을 홀리는 재주를 익혔어도 이들 조폭들에겐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깡패출신 종교지도자도 적지 않다. 성공한 야바위 종교인들을 뒤에서 협박하고 때로는 협조해서 뜯어내는 게 조폭이다. 결국 같은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신 교수, 기자, 배우, 스타 등 유명인이 걸려들면 잘 관리해서 홍보용으로 이용해 먹는다. 운 좋으면 재벌 사모님이나 박근혜와 같은 왕건이를 건질 때도 있다.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이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이다. 가방 끈 길이만큼 자기 분야는 잘 알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무지하다. 직업상 스트레스가 많은 지식인들도 잘 걸려든다.
 
희망의 새시대
 
아무렴 그렇다한들 사이비냐 야바위냐를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 리 없다. 본인들이 끝까지 우기면 사이비가 아니다. 헌데 그 즈음에서 사이비로 계속 남느냐 아니면 제대로 된 종교로 승격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들어선다. 교세가 확장되고 신앙 체계와 조직을 갖추고 난 다음 지난 날 야바위근성을 버리고 변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통적인 기성 종교는 누천년 동안을 이어오면서 경험적 지혜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 절제와 자기 관리에 능하지만 신흥종교는 그게 어렵다. 대개는 천민 출신들이라 식탐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게다가 신자의 숫자가 많지 않아 십일조만으론 가족의 생계가 어렵다. 해서 일단 걸리면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피라미든 용가리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뼈까지 다 발라먹는다. 철저한 야생의 세계다. 이 버릇을 좀체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은 배탈이 나는 것이다.
 
비록 시작은 야바위였으나 그 중에는 자기 성찰과 노력을 통해 진정한 종교인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근본을 잊어먹는다. 자기최면에 걸려 진짜 자기에게 성령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거기서부터 천민 졸부근성이 폭발하기 시작해 갑질, 왕질을 일삼다가 패가망신하는 수순을 밟는다.
 
야바위 영성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종교는 신성불가침한 치외법권적 영역이다. 학교 교육에서도 종교학을 문화 혹은 철학의 범주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맹목적이어서 이성적 판단이나 비판이 끼어들 소지가 거의 없다. 종교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하고 온정적이고 경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여 야바위꾼들이 독창적인(실은 대부분 기성종교에 기생살이를 하다가 주술 내지는 방술적인 요소를 버물려 만든) 신앙을 만들어 영업하기 딱 좋은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주먹세계가 그렇듯 야바위에는 밑천이 거의 안 든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이곳저곳 낚시를 던지다 보면 어쩌다 눈먼 고기가 걸리는 수가 있다. 하나같이 상식을 초월하는 얼토당토않은 해괴한 논리지만 그들이 노리는 건 정상인이 아니라 뭔가 모자라고 불안한 사람들이다. 가령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건 곧 “당신 혹시 비정상이 아니십니까?”로 이해하면 된다.
 
“나무자비 조화불!”
 
영세교 최태민 목사의 행적을 보면 야바위적 삶을 산 한국인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북에서 내려와 먹고살기 위해서 할 짓 못할 짓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사람을 홀리는 영력이 대단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걸려들었다고들 하는데, 실은 다 헛소리다. 그랬다면 진즉에 많은 사람을 홀려 가난을 면했어야 했다. 삼류 야바위꾼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 하이에나처럼 주린 배로 살아온 그에게 구중궁궐에서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데다가 갑작스레 모친을 비명횡사에 보내는 바람에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태의 인간을 홀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교주의 신묘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목마른 인간이 스스로 걸려드는 것이다. 어미 잃은 어린 영양! 당시의 박근혜 정도면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로 주문을 해도 말려들게 마련이다.
 
사이비 신앙의 특징은 숙명론, 인과론, 예언, 방언, 종말론, 전생론 등 방술적이고 주술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강해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당장에 닥친 불행의 원인을 파악해서 그 방안을 제시한다는데, 기실 어떤 누구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가져다붙이면 무언가가 그럴싸하게 맞아 들어가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다음 그것을 반복적으로 확신, 세뇌시키면 콘크리트보다 강한 강박증으로 굳어진다.
 
그렇게 되면 절대 세상을 바로 볼 수가 없다. 진리를 찾는다지만 실은 진리와는 영영 결별하고 만다. 세상의 있는 그대로가 진리임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영생? 살아생전에 구원? 세상사가 모두 다 필연적이고 숙명적인 인과가 있는데 선택된 자신들의 눈에는 그게 다 보인다고 확신한다. 대중들은 무지해서 모를 뿐이란다. 우기기는 야바위의 기본! 당연히 남의 말은 안 듣는다.
 
천민근성과 식탐
 
문제는 최태민 목사가 사이비라 하더라도 일말의 종교적인 신념이 있었다면 박근혜라는 대어를 낚은 후 그럴싸한 종교적 체계를 갖추었을 텐데, 철저하게 야바위로 살다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자식들에게 대물림 시켰다. 박근혜의 재산을 빼돌리고, 그의 권세를 이용해 다른 부자들의 주머니를 턴 것까지는 야바위꾼으로서의 분수(영업 범위)를 넘었다고 할 수 없으나, 간이 커지다보니 그만 판을 너무 키워버렸다.
 
솔직히 사이비냐 아니냐의 기준이 모호하듯, 야바위 역시 어디까지가 야바위고 어디부터가 비즈니스인지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골목에서야 지나는 행인의 주머니를 터는 정도지만 넓게 보면 나라를 놓고 벌이는 정치게임도 야바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결국 2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공을 들여 성공을 했으니 그야말로 야바위세계의 신화를 일궜다고 할 수 있다.
 
최씨 일가의 입장에선 자기네들이야말로 진정한 킹메이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넋 나간 어린 양을 하나 데려다가 온 식구들이 매달려 알뜰살뜰 보살펴 대통령으로까지 만들었으니 그만한 보상은 당연지사. 그랬으면 제 식구들 먹을 것이나 가만가만 잘 챙겼으면 좋았을 것을! 야바위근성을 못 버리고 흡사 가을 고구마 밭에 몰려온 멧돼지떼처럼 이 동네 저 동네 밭을 다 뒤집다가 그만 총을 맞고 만 것이다. 부자 삼대 어렵다지만 야바위는 이대도 쉽지 않다.
 

도깨비 나라! 허깨비 나라!
 
도깨비 장단에 허깨비 대통령과 꼭두각시 십상시들이 춤을 추고! 얼쑤 대한민국! 세계사에서 많은 왕조들이 말기에는 요망한 종교에 심취한 정신이상 왕들 때문에 망했다. 그렇다한들 21세기에 들어 그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대한민국이 이처럼 속으로 곪아 썩은 데에는 사이비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 그게 이번에 최순실의 육갑질로 터진 것이다.
 
돌이켜보니 이번 정권은 <윤창중>으로 스타일 구기더니 <세월호>로 뒤집어지고 <최순실>로 망해버렸다. 도대체 이 정권이 무슨 아름다운 일 하나라도 한 게 있을까 하고 되짚어보아도 영 떠오르는 게 없다. ‘문화융성’ ‘창조경영’ 등 최씨 일가의 삐끼용 푸닥거리 외에는 뭣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것이 없다. <세월호> 트라우마 때문인지 침몰해가는 조선이나 해운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그간 언론에 알려진 최순실의 행적은 가히 엽기적이다. 가령 대통령에 취임하고부터 박근혜에게 해 입힌 옷이 그랬다. 자신은 물론 제 딸에게는 명품이란 명품은 다 입히면서 물정 모르는 바보공주에겐 동대문에서 대충 만든 싸구려 옷을 해 입혔다. 메이커 옷은 정가가 있으니까. 아무렴 그때마다 “오늘은 동쪽에서 귀인이 찾아오니 붉은 색이…!” 어쩌구 저쩌구 주문을 걸고 바가지를 씌웠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대통령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그런 걸레 같은 선무당패션으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세계를 돌아다녔다.
 
가끔 언론에 가족을 잃은 지적장애인들을 데려다 농장이나 염전 같은 곳에서 노예처럼 노역을 시키고 짐승만도 못하게 취급해서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최태민 일가가 그랬다. 대를 이어가며 박근혜의 재산을 야금야금 다 갈취하고선 푸닥거리 끝나면 태워버릴 제웅(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물건)에나 입힐 만큼 허접한 옷들을 대충 만들어 입혀 허깨비 꼭두각시로 가지고 놀았다. 정말 영혼이란 게 있어 육영수 여사가 이 꼴을 내려다본다면 피눈물을 쏟고 있을 것이다.
 
허나 어차피 엎어진 계란판. 억지로 주워 담으려다간 옷 다 버린다. 이제 박정희의 유산은 다 까먹었다. 그 딸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지금쯤은 역사에서 당당하게 업적을 평가를 받았을 것을! 지난 날 조국근대화를 위해 함께 땀흘려왔던 어른들, 육여사가 부끄럽고, 박정희가 부끄러워 하늘 보기 민망해 할 것 같다. 박정희 생전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했지만 설마 자신의 딸이 오물을 끼얹을 줄은!
 
사이비에는 품격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부터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씨 일가의 야바위에 놀아나 천박함만 배웠다. 그래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 무능은 참아줄 수 있고, 실수는 덮어줄 수도 있다. 허나 천박함은 용서하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최순실이 그런 줄 몰랐다고? 억울하다고?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건 품격의 문제다. 자존심의 문제다. 정직하게 품격 있게 살고픈 시민들을 너무 힘 빠지게 했다. 잘 살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부끄럽게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천박함을 경멸하라!
 
근래에 강산의 소나무들이 재선충으로 다 말라죽어가고, 귀중한 목조문화재들은 흰개미떼들에 의해 기둥 속이 텅 비어 주저앉아가고 있다. 작금 우리 사회 역시 전례 없는 도덕적 위기를 맞고 있다. 어디 이번 최순실 사건뿐이랴! 한국 사회 전반에 이런 사이비들이 장마철 곰팡이처럼 시꺼멓게 깔려 있다. 논문 표절, 승부 조작, 청탁, 회계 부정, 담합…. 종교계는 물론 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정계, 제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연예계, 의료계… 사이비들이 활개를 치고 온갖 갑질과 편법과 꼼수가 난무한다. 한국문화의 저속성과 천박성은 이 야바위근성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구석을 흐르는 이 야바위문화를 말소하지 않고는 결코 선진사회로 진입 못한다.
 
지난 날 같은 장바닥에서 시작한 조폭문화는 그동안 쉼 없이 솎아내어 이제는 거의 없어져가고 있다. 헌데 이 야바위문화는 오히려 종양처럼 깊고 넓게 퍼져나가 한국 사회를 주저앉히고 있다. 그 서슬 퍼랬던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도 이들을 어쩌지 못했다. 조폭은 법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성자의 망토를 두른 사이비나 야바위는 시민들의 각성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품격사회! 주변을 깨끗이 하는 수밖에 없다. 관례를 바꾸는 것이 지금 꼭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역경을 경험한다. 삶의 도전에 직면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도전과 비극에 압도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침착함과 자신감을 되찾아 앞으로 나아간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사회가 탄력성(resilience) 있는 성숙사회로 거듭나길! 혼돈의 시간을 보낸 후 건강한 기능으로 되돌아가길! 하여 우리 민주주의에 새로운 도약을 불어넣을 기회가 되길 간절히 빈다.
 
아무렴 엄마 아버지가 비명횡사한 그 곳, 봉분 없는 무덤에서 사당지기 4년, 그만큼 했으면 이제 되었다. 제발이지 이쯤에서라도 다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조용한 곳에서 힐링하며 여생을 보냈으면 한다. 진짜 가족에게로 돌아가길! 이번 일로 많은 이들이 박정희를 버리고, 또 많은 이들이 박정희를 아파 할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역사를 지우며 산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그렇게 또 속고 산다. 한 시대를 떠내려 보낸다. 그나저나 우리는 언제 ‘도덕적 부가가치’에 눈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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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27 [13:25]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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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16/12/06 [12:42] 수정 | 삭제
  • 사이비에는 품격이 없다. 맞는 말이다. 쿵후 십팔기 배워서 전통무예라고 사기치고 다니는 모 무술단체도 품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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