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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갈홍관조(葛洪觀潮)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2/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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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서호 갈령(葛岺)의 초양대(初陽臺)에서 보는 일출은 전당십팔경 가운데 하나이다.

갈령은 진(晋)의 갈홍(葛洪, 284~364)이 은거하며 연단을 만들었던 곳이다. 갈홍은 황보밀(皇甫謐, 215~282)과 함께 유학과 도교를 융합하여 의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도가가 유가의 윤리도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덕행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방술을 배워도 불로장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명저 ‘포박자(抱朴子)’에는 이러한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공교롭게도 갈홍은 황보밀이 죽은 이듬해 태어났다. 환생을 믿는다면 황보밀이 못다 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환생하지 않았을까?
 
갈홍의 조부는 대관료였지만 어려서 부모를 잃었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았다. 소년시절을 힘들게 보낸 그는 영양부족으로 잔병치레가 잦았다. 건강을 위해 의학과 심신수양에 집중하여 무병장수를 위한 단약 개발에 주력했다. 나중에 관직으로 진출한 후에도 연구는 계속됐다.

조부 갈현(葛玄)은 삼국시대의 유명한 도사 좌자(左慈)로부터 연단술을 배워 정은(鄭隱)에게 전했다. 갈홍은 정은의 제자로 연단술을 집대성하여 포박자를 지었다. 양생술로 신선이 되려고 했지만 그 결과 야련(冶煉), 화학, 의학 등의 과학지식을 집대성했던 것이다.

중원에 대란이 발발하자 갈홍도 강남으로 피신하여 반란진압에 큰 공을 세웠다. 동진의 원제제(元帝)가 관내후로 봉했지만, 갈홍은 단사(丹砂)의 생산지로 유명한 나부산(羅浮山)이 있는 구루현(句漏縣)의 현령이 되겠다고 고집했다.

강남으로 피신했을 때 갈홍은 오월지방의 명산을 두로 돌아다니다가 항주에서 머물기에 적당한 산봉우리를 발견했다. 왼쪽은 동해에 닿아 일출을 보기에 좋았고, 오른쪽은 울창한 산림이 있어서 달빛을 즐길 수 있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반석은 정좌를 하기에도 좋았으며, 깨끗한 샘물은 연단을 하기에 적합했다. 산아래에 소박한 초려를 짓고 포박려라고 불렀다. 이른 새벽에 산꼭대기로 올라가 기공을 수련하자 잔병치레가 많았던 몸도 건강해져서 80세를 넘기고 죽었다.

갈홍은 하루 종일 미치광이처럼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피했다. 사람들은 그를 갈선옹(葛仙翁)이라고 불렀다.

하루는 전당현위가 유명한 전당조수를 구경하자고 초청했다. 갑자기 조수가 밀려왔다. 산더미와 같은 파도가 자해문을 넘어 밀려오자 모두 높은 곳으로 피했다. 현위가 빨리 피하자고 했지만 갈홍은 빙그레 웃으면서 조수를 구경하러 왔다가 막상 오니 도망친다면 여기에 온 것은 헛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갈홍은 혼자 남아 태연히 술을 마셨다.

10m가 넘은 조수가 갈홍을 덮쳤지만, 그가 앉은 곳에는 물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갈홍은 평생 연단과 의약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갈홍은 토납요법(吐納療法), 즉 기공요법도 연구했다. 포박자에서 그는 토(吐)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길게 기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론은 후대의 기공요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갈홍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옥함방(玉函方) 100권은 제가의 저작을 선집하고 각 지방의 경험방을 수집하여 분류한 것이라고 하지만 아쉽게도 실전됐다.
 
지금까지 보존되는 것은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이라는 일종의 응급처치요령에 관한 책 하나뿐이다. 제목대로라면 휴대용 응급처방집이다. 간단한 처방과 약물을 쉽게 얻는 법, 치료효과 등이 기록돼 있으므로 지금도 실용적 가치가 상당하다.

저술목적을 가난한 사람들이 갑자기 병에 걸렸을 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으니, 문자 그대로 ‘인술’을 펼친다는 유학자로서의 양심이 돋보인다. 천연두, 이질, 학질, 결핵, 마비증, 성병, 광견병 등에 대한 치료방법까지 포함돼 있으니 꼭 응급처방집은 아니다. 별 것도 아닌 책에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사람에 비하면 참으로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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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20 [09:46]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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