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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역전묘미(逆轉妙味)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3/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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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동진의 원제 사마예(司馬睿)는 산동성 낭야의 세력가 왕(王)씨의 도움으로 제위에 등극했다. 왕도(王導)는 승상, 그의 종형 왕돈(王敦)은 도독으로 6주의 군권을 장악하고 장강에 주둔하여 최대의 세력을 형성했다.

세간에는 동진왕조를 ‘왕(王)과 마(馬)의 공동천하’라고 불렀다. 왕도는 소탈했지만 잔혹했다. 호족 왕개(王愷)가 잔치를 열었다. 피리를 불던 기생이 박자를 놓치자, 왕개가 화를 내며 그녀의 목을 잘랐다.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지만 왕돈만은 태연했다.

왕개가 미녀들에게 술을 따르게 하면서 손님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미녀를 죽이겠다고 했다. 왕돈은 세 차례나 술을 마시지 않았다. 왕개는 어쩔 수 없이 세 명의 미녀를 죽였다. 왕돈은 여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왕돈이 ‘벌처럼 예리한 눈과 승냥이처럼 날카로운 소리(蜂目豺聲)’를 지닌 잔인한 인간으로 생사람도 씹어 먹는다고 두려워했다.

봉목시성은 진시황을 가리킨 말이기도 하다. 양자강을 장악하고 강병을 거느린 왕돈은 대권을 노렸다. 원제의 실력은 왕돈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 원제가 먼저 움직였다.

왕돈은 간신 유외를 주살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도성인 건강을 함락했다. 말없이 군장을 푼 원제는 백성들은 괴롭히지 말라고 부탁했다. 황제의 기백은 웅장했지만 이미 몸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왕돈은 곧장 자신의 근거지인 무창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울분을 참지 못한 원제가 죽고 그의 아들 사마소(司馬紹)가 제위를 이었다. 그가 진명제이다. 명제는 아버지에 비해 뛰어난 결단력과 모략을 지녔다. 이러한 인물이 황제가 됐으니 왕돈에게는 불리했다. 왕돈은 명제를 불효로 몰아 폐위하려고 했지만, 강남파의 반대로 주춤했다.

명제는 우회전술을 택했다. 우선 왕돈의 세력들이 내분을 일으키기만을 기다렸다. 적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 가동됐다.

온교는 왕돈이 조정에 심어두었지만 지금은 왕돈을 규탄할 정도로 변했다. 왕도도 형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명제는 점차 왕돈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고, 왕돈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다가왔다.

왕돈은 고숙(姑孰)으로 본거지를 옮겨서 명제의 턱밑으로 다가왔다. 명제도 극감(郄鑑)과 함께 대책을 수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왕돈은 이미 병이 들어서 직접 지휘를 하지 못하고 형 왕함(王含)에게 병력을 맡겼다. 왕돈의 출병은 군대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명제는 거짓으로 왕돈이 이미 죽었다고 발표한 다음 토벌하라는 조칙을 내렸다.

왕도와 온교가 10갈래로 군사를 나누어 진격했다. 자신도 친히 6군을 이끌고 출전했다. 승리의 요건은 명제가 선점했다. 전쟁은 명제의 예상대로 진행됐다. 진회수(秦淮水)를 사이로 양군이 대치하고 있던 상황에서 중앙군의 야습으로 왕함의 군대를 크게 격파했다. 그것으로 모든 상황은 종결됐다.

패전 소식을 들은 왕돈은 곧 죽고 말았다. ‘왕돈의 난’은 너무도 빨리 평정되고 말았다. 그러나 왕돈의 동생 왕도는 여전히 동진에서 중용이 됐고, 왕씨는 양자강 좌안에서 지체 높은 귀족의 신분을 유지했다.

정치투쟁에서 쌍방은 아무리 유리한 형세를 차지했어도 적지 않은 약점이 있다. 누가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드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

왕돈은 원제의 불충분한 준비라는 약점을 파악하고, 곧바로 본거지인 석두성으로 쳐들어가 승리를 했다. 명제는 왕돈이 확실한 반란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내부의 결속이 무너진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적을 분산시킨 다음 그 일부를 자기가 기용하여 왕돈과의 신뢰관계를 끊었다.

정치 일정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 굳어진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역전의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누구의 지혜가 이길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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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3 [09:11]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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