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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출기제승(出奇制勝)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0/2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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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가경 6년(1572) 5월, 명목종 주재후(朱載垕)가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병에 걸려 사망하고 9세인 주익균(朱翊鈞)이 계위했다. 그가 임진왜란에 파병한 만력제(萬歷帝)였다.
 
목종이 병에 걸리자, 진(陳)황후와 이(李)귀비는 환관 진홍과 맹충이 황제를 방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기회를 노리던 다른 환관 풍보(馮保)는 두 여인의 힘을 빌려 맹충을 쫓아내고 장인태감이 됐다.
 
반발한 내각수보 고공(高拱)은 내각과 언관의 힘을 이용해 풍보를 내쫓으려고 했다. 고공과 풍보가 다툴 때 장거정(張居正)은 풍보의 힘을 빌려서 고공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목종 사후에 내각은 고공, 장거정, 고의(高儀) 등 3명이 차지했다.
 
신참인 고의는 수보의 눈치만 살폈다. 장거정은 속내를 숨기고 승리할 기회를 노렸다. 수보 고공은 외향적 성격으로 목전의 정국변화에 둔감했다. 9살짜리 황제를 불안하게 생각한 그는 어린 황제가 어떻게 천하를 다스리겠느냐고 불평했다. 본인은 무심코 내뱉었지만, 장거정은 드디어 고공을 탄핵할 명분을 찾아 그 말을 풍보에게 전했다.
 
풍보는 고공의 말을 ‘태자는 10살짜리 어린 아이이다. 백성들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겠는가?’라고 바꾸어 진황후, 이귀비, 주익균에게 전했다. 황실은 발칵 뒤집혔다. 그들은 권력을 전횡하는 고공을 제거하려고 결심했다.
 
고공은 고명대신으로 신하의 주청을 미리 검토할 수 있었다. 마침 급사중 낙존(駱尊) 등이 풍보를 탄핵했다.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 그는 장거정에게 먼저 그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장거정은 겉으로는 호응을 하는 척했지만 몰래 풍보에게 고공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풍보는 재빨리 진황후, 이귀비, 주익균에게 보고해 유지를 받았다. 1572년 7월 25일, 어린 황제는 군신들을 불러 모았다. 풍보를 제거할 기호로 여긴 고공은 서둘러 참석했다.
 
그러나 조당에 도착했을 때 어린 황제가 준엄하게 상좌에 앉아 있고 그 곁에 황제의 조서를 받든 풍보가 서있었다. 풍보가 조서를 읽었다.
 
“여러 신하들에게 고한다! 대행황제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하루 전에 내각의 세 신하들과 나의 모자 세 사람을 불러서 친히 어린 동궁을 잘 보필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그러나 대학사 고공이 함부로 권력을 농간하며 황제의 정치참여를 막으니 우리 모자는 심히 두렵다. 고공은 즉시 귀가해 은거하라!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받고도 어린 군주를 능멸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이야말로 충성을 다해 보답하여 잘못을 용서받아야 한다.”
 
고공은 깜짝 놀라서 땅바닥에 엎드려 일어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장거정이 부축해 조당에서 내보냈다. 장거정과 고의는 고공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했지만 당연히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귀향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청해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
 
풍보가 고공을 더 몰아치자고 했지만 장거정은 집에서 편안히 살다가 죽도록 했다. 고공은 장거정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죽을 때까지 누가 자기를 해쳤는지도 몰랐다. 이것이 장거정의 진짜 능력이었다.
 
이익을 추구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들기 때문에 철저히 대처를 해야 한다. 놀라운 계책으로 상대를 이기는 출기제승의 핵심은 상대의 눈과 귀를 속이는 것이다.
 
정치투쟁에서는 누구나 어떻게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온갖 수단을 다해 상대의 진의를 파악해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려고 한다.
 
장거정은 이윤(伊尹), 태공망 강자아(姜子牙), 소하(蕭何), 제갈량(諸葛亮), 왕안석(王安石) 등과 함께 중국의 명재상 반열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송대에 개혁을 주창했던 왕안석과 함께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어린 만력제를 도와 명의 망국을 수 십 년 동안 낮추었던 그는 정치적 업적뿐만 아니라 정치투쟁에서도 놀라운 솜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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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27 [05:29]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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