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기능 상실한’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이사회, 사무처 이해상충 안건 통과·선관위 구성 과정의 불투명성 논란사무처장 휴무 '셀프 통과' 속 선수 등록비·출전비 부담은 가중, 직원 사망 5일 만에 충원 공고…전문가 "스포츠 ESG 평가지표 시급"
대한체육회 산하 합기도 종목 단체인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의 '상식밖' 운영 실태가 데이터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총협회는 2024년 제1~4차 이사회를 개최하며 총 17개의 안건을 상정했으나, 견제 기능이 상실된 채 회의록상 대부분 '원안 통과'라는 기형적 결과를 낳았다. 본지가 회의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안건은 이해상충 소지와 비용 부담의 선수 전가 논란을 낳았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및 인명사고 이후 대응을 둘러싼 절차적·윤리적 쟁점도 드러났다.
관련 기관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출한 2024년도 이사회의 거시적 지표는 이 조직이 전형적인 '거수기 이사회'로 작동하고 있음을 수치로 증명한다. 1차부터 4차까지 상정된 총 17개의 안건 대부분 원안 통과되었다.
대면 회의(1·3·4차) 출석률은 평균 약 57.9%로, 재적 대비 출석이 10~12명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서면결의로 진행된 2차 이사회만 89%의 참여율을 보였다. 이는 이사회가 실질적 논의의 장이 아니라 서류상 요건 충족을 위한 최소한의 행정 단위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의사결정의 미시적 행간을 살펴보면 일부 안건은 이해상충 논란 및 비용 부담 전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구조다.
1차 이사회에서는 신설된 동호인 선수 등록수수료(1만 원)가, 2차 이사회에서는 방송 중계 예산 확보를 명목으로 50% 인상된 출전비(2만 원 → 3만 원)가 통과되며 재정적 부담이 선수들에게 하방 전가되었다. 특히 1차 이사회에서는 회의 사회자이자 제안 설명자인 최모 사무처장 본인의 학위 취득을 위한 유급 휴무를 '합기도 종목발전'으로 포장해 승인하는 심각한 이해상충 오류를 범했다. 제안자와 수혜자가 겹친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논란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방식과 사무처 직원 사망 사고 처리는 제4차 이사회에서 모두 다루어졌다.
먼저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문제다. 총협회 회장선거관리규정 제4조는 외부위원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구성된 7인은 형식상 전원 외부 인사지만, 4인이 경찰공무원 또는 전직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출신으로 특정 직역에 편중됐다. 출석이사들이 당일 즉석에서 한 명씩 추천해 명단을 완성했고 표결은 만장일치였다. 사전 추천 기준이나 자격 검증 절차가 존재했는지는 회의록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더 무거운 문제는 직원 사망 사고다. 2024년 10월 20일 대회 업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협회 차량이 중앙선 침범 차량과 충돌했다. 대회운영팀장이 사망하고 동승 직원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협회는 사고 5일 만에 채용공고를 냈고, 사망한 직원은 인사보고서에 "2024.10.30./퇴사"로만 기재됐다. 안전 점검이나 재발방지 논의는 회의록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직원의 죽음 이후 협회가 무엇을 했는지, 공개 설명은 지금도 없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 채택이라는 '중심부' 진입을 향한 욕망이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속도전과 성과주의에 매몰되다 보니 치열한 논쟁이 오가야 할 이사회는 사무처가 기획한 안건을 추인하는 '통과의례'로 전락한 것이다.
첫째, '이해상충 안건 자동 폐기제' 및 '이사회 100% 디지털 공개' 도입이다. 사무처장 사익 추구와 같이 제안자와 수혜자가 일치하는 안건은 상정 즉시 전산상으로 자동 폐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밀실 거수기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이사회의 모든 논의 과정(회의록 원문, 녹취록, 표결 결과)을 대한체육회 감사실과 협회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의무 공개해야 한다.
둘째, 핵심 위원회 '외부 인사 50% 의무화' 및 '국민 참여 추천제' 신설이다. 선거관리위원회 등 조직의 명운을 가르는 핵심 기구에 이사들이 당일 즉석에서 호명하는 기형적 관행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 대신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교차 검증한 외부 독립 위원을 과반(50%) 이상 배정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무예계 현장과 일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개방형 추천 풀(Pool)'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스포츠 ESG 평가지표' 도입 및 정식종목 유지 조건 연동이다. 재정적 부담을 하부 선수들에게 전가하고 직원의 중대 재해를 단순 행정 처리하듯 가볍게 여기는 비윤리적 행정은 시대착오적이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체육 단체의 윤리성, 투명성, 재무적 건전성을 엄격히 묻는 '스포츠 ESG 평가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이 평가에서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전국체전 정식종목 자격 박탈 및 국고 지원금 전면 중단 등 뼈를 깎는 페널티를 연동하는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관련해, 스포츠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영국 'Sport England'의 경우, 경기 단체의 지배 구조 투명성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공공 자금 지원을 즉각 중단 하는 등 제재가 가능하다"며, "한국도 단순한 행정 경고를 넘어, 윤리적 마모가 심각한 협회는 제도권 중심부 진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예산 줄을 통제하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민주적인 형식을 띤 이사회 회의록 문서가 역설적으로 가장 비민주적인 권력 구조를 증명하고 있다. 눈앞의 성과주의에 눈이 멀어 직원의 죽음마저 기계적 결원으로 치부해 버리는 조직이라면, 아무리 제도권 중심부에 입성한다 한들 그 화려한 스펙터클 아래 곪아가는 구조적 환부를 결코 숨길 수 없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무늬만 '만장일치'인 밀실 행정을 타파할 엄중한 제도적 메스를 지금 당장 들이대야 한다.
조직은 국가 시스템에 성공적으로 편입되고 있을지 모르나, 그 내부의 민주적 절차와 윤리적 감각은 이미 심각하게 마모되어 있다. 정식종목 채택이라는 제도의 승인이 조직 내부의 구조적 병폐까지 면죄해 줄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다음 세대의 체육 행정을 위해 이 무거운 윤리적 질문에 직면하고 뼈를 깎는 쇄신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 본지는 본 기사와 관련한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측의 추가적인 반론이나 공식 입장을 언제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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