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통합 10주년 특집] 제2회 : 합쳐졌지만 섞이지 않았다대한체육회 통합 10년의 암(暗): 융합의 실패와 거버넌스 붕괴[전회 요약] 지난 1회에서는 통합 10년의 명(明)을 짚었다. 단일 거버넌스 구축, 생활체육 참여율 상승(주 2회 이상 기준 52.2%, 전년 대비 2.7%p↑), 공공체육시설 64% 증가, 지방체육회 법정 법인화, 파리 2024 올림픽 반등(금 13). 성과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다. 2회는 그 그림자를 기록한다.
통합 10년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비판은 단 하나로 수렴된다. 조직만 합쳤지 문화는 덜 섞였다. 하향식(Top-down) 속도전으로 추진된 통합은 두 조직의 물리적 결합은 이뤘지만 화학적 융합은 이루지 못했다.
통합의 핵심 논리는 '생활체육 저변 확대 → 우수 엘리트 선수 자연 발굴'이라는 선순환 체계였다. 그러나 이 논리는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근본적 원인은 두 영역이 지닌 철학의 충돌이다.
엘리트 체육은 본질적으로 경쟁·성과·선발·대표성을 추구한다. 반면 생활체육은 참여·건강·공동체·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이 두 지향은 단순히 강도의 차이가 아니라, 체육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답변의 차이다. 통합 이후 각 종목단체는 엘리트 선수와 동호인이 함께하는 통합 대회를 무리하게 기획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배드민턴은 통합 이후 혼합 대회 운영을 시도한 종목 가운데 현장 갈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 중 하나다. 본지가 취재한 여러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 이후 일부 종목 대회에서 엘리트 출신 선수 참가를 허용하는 혼합 부서를 시범 운영하는 시도가 있었다.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본지가 해당 시기 참가 경험이 있는 동호인·지도자 복수를 취재한 결과, 엘리트 부서에 등록한 동호인 다수가 1~2라운드에서 기권하거나 이후 해당 부서를 아예 회피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실력 차이가 너무 커 경기가 성립 자체가 안 됐다"는 진술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해당 협회는 이후 수차례 부서 세분화를 시도했지만 통합대회라는 명분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배드민턴에 국한되지 않았다. 여러 종목에서 유사한 문제 제기가 반복되면서, 통합 대회는 이름만 남고 실질적 참여 구조는 다시 분리로 회귀했다.
은퇴한 엘리트 선수가 생활체육 지도자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구조적 장벽이 이중으로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제도가 첫 번째 벽이었다. 현행 스포츠지도사 자격제도(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는 1급 취득을 위해 별도의 연수와 일정 기간의 현장 경력을 요구한다. 국가대표 출신이라도 이 절차를 면제받지 못한다. 두 번째 벽은 처우였다. 지역 체육회 소속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월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현장 지적이 오랫동안 반복돼 왔다. "고용은 안정됐지만 처우는 비정규직 신분처럼 제자리"라는 호소가 정책토론회에서 공식 기록된 바 있다. 제도와 처우 양쪽 모두에서 설계 목표를 뒷받침할 기반이 없었던 것이다. 엘리트에서 생활체육 생태계로의 인적 순환이라는 통합의 핵심 전제는, 입구도 출구도 없는 채 방치됐다.
학술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체육학회지에 게재된 「통합체육회 근로자가 인식하는 조직 내 갈등기제와 개선방안」은 통합 전 두 조직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실무자 심층면담을 통해, 갈등의 첫째 원인이 "두 조직의 상이한 조직문화"임을 확인했다. 우인수(2025) 역시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통합체육회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역할 모순과 상충으로 조직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모순을 낳게 하였다"(「대한체육회 통합 과정 분석과 통합 이후 제언」, 한국행정사학지 64권). 두 조직 문화의 상이함이 통합 이후 갈등의 출발점이었음은, 현장 증언과 학술 분석이 일치하는 드문 지점이다.
② 예산 라우팅의 진자 운동
예산 집행 체계의 불안정성은 기능 통합의 취약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지표다.
2024년 8월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총예산(약 4,200억 원)의 약 10%인 생활체육 예산 416억 원을 체육회를 경유하지 않고 17개 지자체에 직접 교부하겠다고 발표했다(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직접교부 방안」, 2024.8.6.). 투명성·책임성 강화가 명분이었다. 체육계는 자율성 침해라며 반발했다.
그 결과는 예고된 혼란이었다. 지자체가 직접교부를 받으려면 기존 세입·세출 예산에 편성되지 않은 항목이므로 지방의회의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거쳐야 했다. 이 절차가 상반기를 통째로 잡아먹었다. 예산 집행은 마비됐고, 지역 생활체육 서비스 공급은 수개월 지연됐다. 그러자 2026년에는 방향을 틀어 630억 원 규모 12개 사업을 다시 체육회로 이관했다.
같은 사업 영역의 예산이 대한체육회-지자체-문체부 사이를 오가며 집행 경로를 바꾼 이 진자 운동은, 통합체제가 아직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정부와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대한체육회 중앙회 인력 구조를 보면 통합의 한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ALIO)에 공개된 대한체육회의 연도별 인력 현황을 보면, 정규직 증가 속도보다 외부용역 인력 증가 속도가 일관되게 가파르다(ALIO 대한체육회 기관별 공시, 각 연도). 내부 역량을 축적하는 대신 외주 의존을 확대한 이 구조는 통합의 이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간판은 하나로 합쳤지만 실행은 여전히 외부에 맡기고 있다.
③ 이기흥 8년 — 사유화 논란을 부른 리더십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회장부터 2024년까지 8년을 재임한 이기흥 전 회장은 통합의 명(明)과 암(暗)을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이다. 임원 연임 제한 폐지를 통한 조직 사유화 논란, 비민주적 결정 등이 재임 기간 내내 이어졌다. 2024년에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직원 부정채용(업무방해)·금품 등 수수·후원물품 횡령·예산 배임 등 비위 혐의를 발견해 이기흥 회장 등 관련자 8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국무조정실 보도자료, 2024.11.11.). 경찰은 같은 해 12월 직원 부정채용 및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로 진천선수촌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체육회 노조는 "이 회장 체제에서 민주적 소통 구조가 사라졌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도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대한체육회노동조합 성명, 2024). 나아가 "문체부가 2016년 통합 대한체육회를 조직하고 회장 선거제도를 주도적으로 바꿔 이기흥 회장이 당선됐다"며, 통합 설계의 결함 자체가 권력 집중과 사유화를 배양한 온상이었다고 직격했다.
문체부는 2024년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대한체육회 공익감사 청구서」, 2024.6. 감사원 제출).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계약,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수의계약, 특별보좌역 운용, 보조사업 관리 부실, 스포츠공정위원회 운영 등 다수의 문제가 제시됐다. 2025년에는 특정감사 결과를 공식 공개했다. 2026년 감사원은 이기흥 전 회장이 이사회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문체부 협의 없이 예산 규정을 개정해 행사성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등 방만 운영을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공공기관 성격의 단체임에도 회장 권한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공식 판단이었다(감사원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결과, 2026.3.4. 발표).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은 하나다. 이 일련의 사안에서 체육회 이사회와 내부 감사 기구는 단 한 차례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감사원이 문제를 공식화하기까지 수년이 흘렀다. 이는 개인의 탈선이 아니라 제도적 무감각이 지속됐다는 의미다.
④ 감사원이 드러낸 222명의 진실
2026년 3월 4일 감사원이 공식 발표한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 결과는 통합체제 거버넌스의 구조적 실패를 수치로 확인시켜줬다.
가장 충격적인 수치는 222명이다. 2020년 8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취소됐음에도 학교 등 체육 현장에서 지도자로 버젓이 활동한 인원이다. 문체부는 이미 2020년에 자격증 보유자만 지도자로 등록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지도자들이 자격증을 취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행을 2026년 말까지 6년째 유예했다. 그 결과 자격증이 취소된 지도자 222명이 6년간 체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계속 가르쳤다. 제도가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동안, 현장은 방치됐다.
이것이 단발성 행정 오류였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이 확인한 나머지 수치들은 이 문제가 체계적 무관리임을 반복해서 증명한다.
학교폭력 가해 이력이 있는 선수 152명이 2022~2024년 29개 종목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공식 대회에 참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최소 1회에서 최대 13회까지 대회에 출전했다. 국가대표 선발을 담당하는 이사 또는 경기력향상위원 70명이 직위를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로 지원·선발된 이해충돌 사례도 확인됐다. 선수 선발 기준을 정하는 인물이 스스로 지휘봉을 잡는 구조가 29개 종목에 걸쳐 반복됐으나 체육회는 이를 방치했다.
222명, 152명, 70명. 이 세 숫자는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동일한 실패를 가리킨다. 관리해야 할 체계가 작동을 멈췄다는 것이다.
⑤ 반론과 그 한계 — 설계의 실패인가, 인물의 실패인가
이 글의 비판에 대한 정직한 반론은 세 방향에서 제기될 수 있다.
첫째, 통합 이전 상황과의 비교다. 분리 운영 시절 두 체육회는 유사 사업을 중복 편성했고, 회원 단체 관리와 지도자 등록 시스템도 이원화돼 있었다. 통합은 이 행정 중복을 실질적으로 줄였다. 이는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둘째, 성과가 있는 분야는 인정해야 한다. 지방체육회의 법정 법인화(2021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는 지역 체육 거버넌스의 법적 토대를 처음으로 마련한 성과다. 통합 체제가 아니었다면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려웠을 제도 개선이다.
셋째, 이기흥 전 회장 재임기의 부패와 방만 운영을 통합 설계 자체의 귀결로 보는 것은 인과관계를 과도하게 연결하는 논리일 수 있다. 다른 리더십이었다면 같은 구조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세 반론은 핵심 질문을 비껴간다. 핵심은 "통합이 나빴느냐"가 아니라 "통합이 설계한 대로 작동했느냐"다. 제도 설계의 책임은 예외적 개인의 출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데 있다. 10년의 검증 기간 동안 이사회 구성, 예산 승인, 감사 체계 어디에서도 자정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 실패는 개인의 도덕 수준이 아니라 구조의 내성(耐性) 부재로 판독해야 한다. 감사원이 확인한 222명의 무자격 지도자, 70명의 이해충돌 사례, 152명의 학교폭력 가해 선수 출전은 이기흥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체계 전반에서 축적된 관리 공백이다. 리더십의 질이 아니라 시스템의 취약성이 이를 가능케 했다.
[이번 회를 마치며] 통합 10년, 무엇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통합은 선택이 아니었다. 분산된 체육 거버넌스를 하나의 지붕 아래 묶는 것은 국제 스포츠 환경의 변화와 행정 효율화라는 시대적 요청이었다. 이 글은 그 선택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택의 정당성이 실행의 실패를 면죄하지는 않는다. 두 조직의 문화가 10년이 지나도록 섞이지 않았고, 예산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왕복했으며, 회장 1인의 권한을 제어할 장치는 끝내 작동하지 않았다. 그 사이 자격 취소 지도자가 6년을 현장에 머물렀다. 이것이 통합 10년의 실질이다.
다음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합쳐진 조직이 실제로 섞이게 할 문화 전환, 권한을 분산하고 감시를 제도화하는 거버넌스 재설계, 생활체육 지도자의 처우를 직업적 기반 위에 올려놓는 구조 개편. 이 세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음 통합 10년도 같은 그림자를 반복할 것이다.
단일 기관으로의 권력 집중이 단일 부패 리스크가 되는 역설 — 이것이 통합 10년이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이다. 그 역설이 가장 가혹하게 작동한 현장이 어디인지를 3회에서 확인한다.
▶ 다음 회(제3회) 예고: 사각지대에 놓인 전통의 숨결 — 가맹 기준 강화가 만든 배제의 구조, 합기도·전통무예계의 증언, 전통무예진흥법 18년 공회전, 그리고 다음 10년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
※ 취재 및 참고자료 ▸ 감사원,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결과, 2026.3.4. ▸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보도자료, 2024.11.11. ▸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직접교부 방안」, 2024.8.6. ▸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공익감사 청구서」, 2024.6. (감사원 제출) ▸ 대한체육회노동조합 성명, 2024 ▸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ALIO), 대한체육회 기관별 공시, 각 연도 ▸ 우인수, 「대한체육회 통합 과정 분석과 통합 이후 제언」, 한국행정사학지 제64권, 2025 ▸ 한국체육학회지, 「통합체육회 근로자가 인식하는 조직 내 갈등기제와 개선방안」 ▸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 (스포츠지도사 자격제도) ▸ 본지 취재: 배드민턴 등 통합 부서 운영 관련 복수 관계자 진술 (2025~2026년 취재)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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