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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질병인가 섭리인가?
[신성대의 혼백론 22] 치매(癡呆)와 고려장(高麗葬)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1/03/0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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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2017년 11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가 알츠하이머병 치료 연구에 총 1억 달러에 이르는 지원금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영국에 있는 치매발견기금에 5천만 달러를 기부한데 이어 알츠하이머 연구를 위한 스타트업 기업에 추가로 5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지원금은 게이츠가 운영하는 자선기금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아닌 빌 게이츠 자신의 사재를 털어 내놓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이츠의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 사연을 공개했는데, 그의 가족 중 여러 명이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왔다고 했다. 그는 “이 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적 능력이 떨어져 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끔찍하다. 이것은 마치 아는 사람의 점진적 죽음을 대신 경험하는 것 같다”라며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수많은 중병이 환자들을 위협하지만 그 가운데 인류사회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병은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 본인의 멀잖은 노년이 두렵기도 하겠다만 과연 치매가 돈 무서운 줄을 알까?

 

치매의 50-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1906년 질병을 명명한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의 이름을 딴 이 병은 발견된 지 1세기가 넘었지만 뾰쪽한 치료법이 없어 고통 받는 노인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 빌 게이츠 회장. [인터넷 캡처]     © 한국무예신문


어림잡아 계산해도 현재 한국인들은 80살까지는 대충 살아도 가능하고, 조금 더 욕심을 내어 관리를 잘 한다면 90도 능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고 자라면서 교육받는 기간이 30년, 그 후 한 30년간 근로를 하고, 다시 한 30년간을 무노동으로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 단순한 계산만 하더라도 현대의 문명사회가 얼마나 노쇠한지를 짐작케 한다.

 

어쨌든 노인층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치매환자가 엄청난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 기억상실 증세로 인해 주변인들의 감정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어 국가의 건강성을 떨어트리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더하여 출산율 감소로 인해 젊은 층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일하는 층보다 놀고먹는 층이 늘어나 국가의 경쟁력을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치매, 선천성 혹은 후천성 장애, 불치의 희귀질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뿐더러, 누군가가 지키고 돌봐줘야 하는 층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도 치매에 걸린 노인을 보살피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차라리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가만히 있기라도 하지만 치매환자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동물 혹은 식물의 세계만큼은 아니지만 인간사회에도 자연적(혹은 인위적)으로 적자생존의 법칙이 분명 적용되었었다. 스스로 생존의 몸부림을 칠 수 있거나, 최소한의 자기 먹을 것만큼의 노동력을 증명하지 못한 인간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문명사회 일부 상층민은 그렇지 않았지만. 

 

설사 부유한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장애인이나 병든 이를 온전하게 보호해 줄 수는 없었다.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홍수나 가뭄 등이 몰아치고 나면 인간도 다른 곤충이나 짐승들처럼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그게 문명화된 인간의 업보다. 문명과 윤리의식의 발달은 결국 스스로 종의 건강성을 잃고 나약해져 언젠가는 파멸의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 고려장(高麗葬)인가?

 

그 옛날 고구려에서는 늙고 병든 사람(부모)을 산 채로 버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 때 조선인들의 무지몽매했음을 주장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억지로 지어낸 얘기라는 설도 있다.

 

고대 중국인들은 사람이 다쳐 피를 흘리며 죽는 것을 보고 피가 곧 사람의 영혼이라고 여겼었다. 따라서 죽을 때는 피를 흘려야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갔다가 나중에 다른 육신으로 돌아온다고 여겼다. 헌데 늙어 죽으면서 피를 흘리지 못하면 영혼이 육신과 함께 썩어 없어지니 큰일로 여겼다. 해서 늙은 노인을 몽둥이로 때려 피를 흘리고 죽게 하였다. 갑골문에 나오는 미(微)자는 나약한 노인을 때려죽이는 모양이다. 고고학과 인류학의 발달로 이런 사실이 증명되었는데, 가령 중국의 광서 계림의 증피암(甑皮岩) 유적지에서 발굴된 다수의 두개골 중 50세 부근의 두개골들만 하나같이 모두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가한 치명적인 상처가 있었다. 

 

상고시대에는 삶과 죽음의 생리현상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하여 끊임없이 순환되는 걸로 이해했기 때문에 피살된 사람도 그다지 상심하지도 않았고, 죽인 사람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인지가 좀 더 발달하자 그걸 너무 잔인하게 여겨 노인을 산이나 들에 내다버려 죽게 하였다. 매장 습속은 한참 후대의 이야기다. 

 

불과 한 세기 전만해도 에스키모들은 거동을 못하는 부모가 이빨까지 다 빠지면 밤중에 부모를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바깥에 내 놓아 곰이 잡아먹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거동도 못하는데다 이빨까지 없으면 짐승의 가죽을 씹어 부드럽게 만드는 일조차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생존에 보탬이 안 되므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필 왜 고려장(高麗葬)일까? 마한장(馬韓葬) 가야장(伽倻葬), 신라장(新羅葬)이나 백제장(百濟葬)은 없단 말인가? 일본장(日本葬)은? 유독 고구려에만 그런 풍습이 있었던 걸까? 아닐 것이다. 고대에는 모든 원시부족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풍습이었다고 봐야 한다. 다만 고구려가 좀 늦게까지 지녔기에 굳이 고려장(高麗葬)이라 억지로 갖다 부쳤을 거다. 그러니까 수렵으로 살아가는 에스키모나 초원을 떠돌아야 하는 유목민들에게 그 같은 풍습이 오래 유지되었을 거라는 말이다. 

 

인간이 숲에 들어가 돌아다니면서 먹거리를 구한 것은 불과 1만년도 채 안 된다. 원시적이나마 활이나 창, 돌도끼 같은 도구(무기)를 발명하고서야 깊지 않은 숲속에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맹수들 때문이다. 해서 고대의 원시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존 등 밀림에 사는 현대의 원시부족들도 대개는 물가에 집단을 이루며 살았었다. 홍수가 나면 힙쓸려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숲속의 맹수들보다는 덜 무서웠다. 우리나라 석기시대 빗살무늬 토기들의 아래쪽이 뾰쪽한 이유도 강가나 바닷가 모래벌에 살았기 때문이다. 평평한 땅에서는 그릇이 평평해도 되지만 모래벌은 사람이 밟으면 울퉁불퉁 변하기 때문에 오히려 넘어져 쏟을 염려가 더 많아서였다. 해서 바닥을 뾰족하게 해서 모래에 깊이 푹 박아놓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철기시대를 맞아 칼이나 도끼, 톱 같은 도구다운 도구가 개발되고부터 나무를 자르고 길을 내고 울타리나 집을 짓는 게 가능해지면서 인간이 숲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농업기술이 개발되면서 한 곳에 정착해서 살게 된다. 사회가 그제야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식량의 저장(저축)은 거래를 만들어내고 여분의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게 해줬다. 비록 노동력을 상실했지만 늙은이의 경험적 지혜가 후손들에게 계속 유용했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사회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토지나 재화를 뺏고 뺏기는 전쟁은 필연. 오히려 과학문명의 발달을 재촉하게 된다.

 

문제는 수렵민이나 유목민이다. 한 곳에 정착해서 저축하며 살 수가 없다. 사냥감이나 풀을 찾아, 비를 쫓아다니며 수시로 이동해야 한다. 너무 큰 무리를 이루고 살 수도 없다. 최소한의 무리, 최소한의 가족 단위로 초원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야 한다. 밀림에 사는 부족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가족 중 누군가 부상을 당하거나 병이 들거나, 늙어 거동을 못하게 되면 무리(가족) 전체에 크나큰 부담이 된다. 그날그날 먹거리를 찾아 많은 거리를 움직이거나 이동해야 하는데 스스로 걷지 못하는 가족이 있다면 자칫 무리 전체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가 있다.

 

가장 무서운 건 대소변을 못 가리는 노인이나 병자의 냄새가 맹수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니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는 늙고 병든 가족(부모)는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다 하겠다. 정착해서 사는 농업부족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그에 따르는 각종 효(孝)문화가 꽃피울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치매(癡呆)는 자연의 섭리

 

만약 인간에게 치매가 생기지 않는다면 어떨까? 사실 수명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치매가 올 때까지 살았다면 그 인간은 천수(天壽)를 다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중간에 맹수나 적에게 피살되지 않고, 병이나 사고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치매가 올까봐 무섭다? 어찌보면 치매는 당사자에겐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를 끝까지 돌봐야 하는 가족들에겐 재앙이지만.

 

야생 상태와 문명화 상태! 바로 이 둘을 잘 비교해보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치매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조물주의 섭리란 게 참으로 묘해서 인간에게 치매 프로그램을 갈아놓은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만 치매가 있겠는가? 아니면 다른 영장류들도 치매가 있을까? 물론 있다. 모든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내재된 프로그램이다. 단지 자연, 다시 말해 야생의 상태에서 어느 동물이 치매가 왔다면 그 동물이 더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순간의 방심에도 야생에서는 곧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도망갈 능력이 떨어지는 순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굶어죽거나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상태라면 인간이나 짐승 모두 뇌의 기능이 쇠퇴하기 전에 이미 신체의 다른 기능 하나라도 정상보다 떨어지는 순간 그는 자연계에서 더 이상 생명을 유지키가 어렵다. 따라서 야생의 상태에서는 전염병이나 적의 공격, 또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다치지 않는 경우라면 치매와 비슷한 질환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야생의 동물들은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절로 도태되기 때문에 관찰이 안 되는 것뿐이다. 오직 동물원에서 제 신체의 기능이 다 할 때까지 숨을 쉴 수 있는 동물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치매다. 

 

원시적 인간 역시 현재의 동물원 동물들처럼 늙어서까지 살 수가 없었다. 오늘날의 우리가 흔히 천수(天壽)를 누린다고 표현하지만 실은 동물원 짐승들처럼 가족이나 요양원의 보호를 받아 스스로 숨 쉬는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 억지(?)로 살다 가는 것을 말한다. 천수를 한참 오버해서 살다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윤리(倫理)가 자연의 섭리(攝理)를 걷잡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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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02 [23:50]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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