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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먹는다고 아름다워지랴!
[혼백론 32]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1/07/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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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철쭉꽃과 진달래를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철쭉꽃을 뜯어먹다가 사고 난 일도 종종 있었다. 철쭉꽃에는 독버섯처럼 신경을 마비시키는 물질이 있다. 예전에 채취 금지된 네팔의 석청(石淸)을 몰래 들여다 팔았다가 그 꿀을 먹고 신경마비를 일으켜 사고를 낸 일도 종종 있었다. 네팔에선 철쭉꽃이 피는 4,5월에는 꿀 채취를 금하고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뭣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다. 적은 양은 별 일이 없으나 한 숟갈 이상 먹었다가는 십중팔구 신경마비로 개고생하게 된다.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한다.

 

꽃은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것은 좋은 것! 세상에서 꽃을 아름답다고 하는 짐승은 인간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꽃을 뜯어 먹는 동물도 인간 밖에 없다. 소나 양들도 풀을 뜯어먹다보면 꽃도 같이 먹게 되는 경우는 있지만 굳이 꽃만 따로 뜯어 먹지는 않는다. 그렇게 사람이 꽃을 많이 먹으면 꽃처럼 아름다워질까?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천만에 말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사람들의 건강염려증과 결합하여 계속해서 색다른 건강 상품이 탄생하고 있다. 옥돌이니 황토니 돌침대니, 죽염, 게르마늄 ! 요즈음 가는 곳마다 꽃차가 나오는데, 칡꽃국화꽃장미꽃진달래연꽃샤프란 등등 온갖 꽃잎이나 꽃술을 모아 말린 것들을 대단히 귀한 것인 양 내놓는데 참 난감하기 짝이 없다. 처음엔 뭣 모르고 주는 대로 마셨다가 머리가 띵해지면서 멀미가 난 적이 몇 번 있다. 그때는 그저 내 체질에 안 맞아서 그런 모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체질이 양()에 가까운 기름진 사람들은 이런 차를 마신다 해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않지만, () 체질은 한두 잔 마시면 곧 열이 위로 올라 어지럽게 된다.

 

거기에다 웰빙 붐을 타고 생꽃잎들로 비빔밥을 만들어 파는 식당까지 생겨나고 있는데, 생각할수록 인간이란 참으로 희한한 동물이구나 싶다. 이쯤 되면 인간이 영악한 건지, 아니면 어리석은 건지 판단이 잘 안 선다. 꽃은 눈과 코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으로 인간의 욕망을 다 채워 주지 못한다. 이제 혀까지 만족시켜 주어야 하고, 낱낱이 뜯기어 목욕탕에서 인간의 피부 촉감까지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이치적(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꽃이란 결코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가 있다. 천하의 온갖 초근목피를 약재로 사용하는 한방에서도 예외적으로 꽃은 별로 쓰지 않는다. 간혹 특정한 증세를 지닌 환자를 위해 몇 종류의 꽃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치료용이다. 누구나가 먹어서 좋은 몸보신용으로 쓰이는 경우는 없다. 시중에서 가장 흔한 꽃차가 감국(甘菊)인데 아마도 사군자 중의 하나라 친숙해서 달여 먹고픈 모양이다.

 

야생국화인 감국은 한의학에서 소풍청열(疏風清熱), 해독소종(解毒消腫) 항균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항바이러스, 항염, 해열, 진통, 면역기능 제고 등의 효능이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글로는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두풍(頭風), 즉 부스럼 치료에 사용하는데, 달인 물로 머리를 감으라고 했지 달여 마시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옛날 소독약이 없던 시절 소독알코올을 대신했다는 거다. 금은화(金銀花, 인동초 꽃) 등 대충 꼽아 10종도 안 되는 다른 꽃잎 약재들도 대개가 그와 비슷한 소염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걸 열심히 달여 먹고 있으니 혹시나 장()에 부스럼 난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을는지?

 

만약 아무나 먹어서 몸에 좋다면 아마 지구상에는 꽃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물들이 종족을 퍼뜨리는 수단으로 결코 꽃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입으로 들어오기 전에 동물이나 온갖 벌레들이 먼저 먹어치웠을 것이라는 뜻이다. 동물에게든 벌레에게든 꽃은 결코 먹어서 이로울 리가 없다. 백해무익하거나 오히려 해로울 뿐이다. 간혹 꽃(꽃잎보다는 씨방)을 먹는 짐승들이 있지만, 그들은 그 꽃을 소화할 수 있는 특정 효소를 분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 원추리꽃. 꽃대에 잔뜩 붙어있는 진딧물들. ©신성대  

 

천하의 어떤 해충도 꽃잎을 갉아먹지는 않는다. 진딧물도 꽃대까지는 올라가지만 꽃잎은 절대 건드리는 법이 없다. 꽃잎은 종족 보존을 위해 벌 나비를 유인하는 도구이자 다른 온갖 해충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한 울타리이다. 해서 오히려 독()을 넣어둔다. 그러니 건강식보다는 차라리 방충제를 만드는 게 더 좋을 것이다. 한가한 사람 있으면, 꽃을 따다 말려서 베갯속으로 사용해 보시라. 어쩌면 먼지진드기 방제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대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겠다.

 

진달래꽃처럼 독이 없는 꽃잎은 먹어도 문제는 없지만 먹어서 득 될 것도 전혀 없다. 영양분 제로다. 수정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들어버릴 꽃잎에 영양소를 넣어둘 멍청한 식물은 없다는 말이다. 꽃가루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송화떡만큼 맛없는 떡도 없다. 개떡만도 못하다. 맛없는 맛으로 먹는 것이 송화떡이다. 꽃가루가 맛이 있고 영양이 많으면 당연히 그 꽃도 진즉에 멸종했을 것이다.

 

인간은 꽃을 보고 향기를 맡으면서 본능적으로 성적인 흥분(매우 미약하지만)을 느낀다. 그래서 그걸 먹고 싶어지는 것인가? 그리고 먹으면서 쾌감을 느끼는가? 역시 아주 미약한 성적인 쾌감을? 수많은 종교나 방술, 혹은 신비한 동양철학과 관련된 미신적 취향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굳이 그렇게 믿고 싶어하니 누가 옆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만 이치적으로 그런 줄 알고나 먹으라는 말이다.

 

증명되지 않은 속설이나 비법을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비논리적인 모호한 동경심으로 제멋대로 해석해서 몸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항상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지녀야 한다. 지혜롭지 못하면 몸이 괴롭다. 사소하고 쓸데없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거나 망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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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10 [08:19]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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