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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A 심판 처우·운영 실태 기획 1부] 하루 최대 10시간, 일비는 제자리

"일한 시간을 인정받지 못한다"
집합일 수당 없고, 초과 운영 기준도 없고, 교통비는 정액 — 3중 결핍 구조의 실태

편집부 | 기사입력 2026/05/17 [21:48]

[KTA 심판 처우·운영 실태 기획 1부] 하루 최대 10시간, 일비는 제자리

"일한 시간을 인정받지 못한다"
집합일 수당 없고, 초과 운영 기준도 없고, 교통비는 정액 — 3중 결핍 구조의 실태

편집부 | 입력 : 2026/05/17 [21:48]

▲ KTA 심판 처우의 문제점을 경기장 배경과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이틀 다녀왔는데 손에 쥔 돈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 연차를 쓰고 교통비를 보태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가 나는 날도 있어요. 자부심 때문에 합니다. 그게 솔직한 말이에요."

— 현직 심판, 복수 종목 활동, 경력 11년 (익명)

 

 

대회 전날 밤

 

대한태권도협회 주관 대회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하루 동안 진행하는 대회와, 1박 2일 이상 진행하는 대회다. 규모가 다르고 일정이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는 같다. 어떤 유형이든 심판은 경기 전날 현지에 집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합 일정은 통상 경기 전날 오후 4~5시다. 모인 심판들은 경기규칙 교육을 받고, 인원을 확인하고, 공지사항을 전달받는다. 1~2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 시간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수당도 붙지 않는다. 내일 경기장에서 받을 일비 12만 원에도, 교통비 10만 원에도, 집합일의 그 시간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경기 당일 심판의 공식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이 기준이다. 그러나 하루 대회의 경우 참가 팀 수에 따라 경기가 오후 5시를 넘겨 진행되는 일이 적지 않다. 1박 2일 이상 대회에서는 마지막 날 경기가 오후 2~3시에 마무리된다.

 

이틀에 걸친 활동을 마치고 손에 쥐는 돈은 22만 원. 그 안에서 숙식 외 개인 지출을 빼고 나면, 집합일 이동과 대기에 쓴 시간은 사실상 무보수로 처리된다.

 

이것이 2026년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심판의 처우 구조다.

 

 

12만 원이라는 숫자

 

KTA 내부 규정상 심판 일비는 1일 12만 원이다. 교통비는 정액 10만 원이 별도 지급된다. 숙박비는 대회 주관 측이 부담한다.

 

이번 설문은 현직 KTA 등록 심판 중 본지가 직접 접촉 가능한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전원이 자발적으로 응답했다.

 

표면만 보면 납득 가능한 수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설문에 응한 심판 96.3%는 이 금액이 업무 강도와 책임에 비해 부족하다고 답했다. 54명 중 52명이다. 이 중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만도 75.9%(41명)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현장의 압도적 사실 인식에 가깝다.

 

왜 그런가. 12만 원이라는 숫자 바깥에, 그 숫자가 포괄하지 못하는 시간과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설문이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바깥이다.

 

세 개의 공백이 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첫 번째 공백 — 집합일: 87%가 경험한 '없는 날'

 

"전날 이동하고, 집합하고, 교육받고, 배정 확인하는 데 두 시간은 기본입니다. 그 시간은 어디에도 없어요."

 

설문 자유응답란에 담긴 이 한 문장은 응답자들의 공통된 경험을 압축하고 있다. 대회 전날 집합일의 업무 시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87.0%(47명)였다.

 

집합일은 단순한 이동일이 아니다. 심판이 실제 업무 절차에 진입하는 날이다. 경기규칙 교육, 인원 확인, 공지사항 전달이 이 시간에 이루어진다. 내용만 놓고 보면 명백한 직무 수행이다. 그러나 수당 체계에는 이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판이 소속된 기관이나 직장에서 하루 휴가를 내고 전날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 휴가의 비용은 심판 개인이 감당한다. KTA 규정에는 이에 대한 보전 조항이 없다.

 

이것이 첫 번째 공백이다. 일한 날이 존재하지 않는 날로 처리되는 구조.

 

 

두 번째 공백 — 초과 운영: 92.6%가 기준 없다고 한 이유

 

품새 대회는 참가 팀 수에 따라 경기 시간이 늘어난다. 예정보다 경기가 길어지면 심판도 그만큼 더 판정석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 초과 시간에 대한 추가 보상 기준은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초과 운영에 대한 보상 기준이 없거나 불명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2.6%(50명)였다. 거의 전원이다. 이 중 '기준이 아예 없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59.3%(32명), '있지만 불명확하다'는 응답이 33.3%(18명)였다. 두 응답은 성격이 다르다. 전자는 규정 자체가 부재하다는 인식이고, 후자는 규정이 있어도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어느 쪽이든 심판이 초과 운영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대할 근거가 없는 구조라는 결론은 같다.

 

응답자의 63.0%는 실제로 하루 8시간 이상 판정석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공식 업무 기준이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8시간임에도, 하루 대회에서는 참가 팀 수에 따라 오후 5시를 넘겨 경기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초과 시간에 대한 추가 보상 기준은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규정의 문제는 실제 경험의 공백으로도 확인된다. '초과 운영 시 별도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는 응답이 46.3%(25명), '거의 없었다'는 응답이 29.6%(16명)였다. 합산하면 75.9%가 초과 보상을 한 번도 또는 거의 받지 못했다고 답한 것이다. 기준이 없으니 보상도 없다. 이것은 규정의 공백이 현실의 공백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몇 시간을 더 해도 받는 돈은 똑같습니다. 대회가 길어질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예요."

 

자유응답란의 이 진술은 단순 불만이 아니다. 산술의 문제다. 12만 원이라는 일비는 몇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지, KTA 규정은 이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 기준이 없으니 초과분에 대한 보상 기준도 없다. 심판은 경기가 늘어날수록, 대회가 클수록, 더 많이 일하고 더 적은 시간 단가를 감당하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 공백이다. 일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

 

 

세 번째 공백 — 교통비: 정액 10만 원의 현실

 

교통비 정액 10만 원이 실제 이동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79.6%(43명)였다.

 

현장 심판 대부분은 대회장까지 자가용으로 이동한다. 지방 대회장까지의 왕복 유류비와 고속도로 통행료를 합산하면 이동 비용은 상당한 수준이 된다. 서울에서 지방 대회장까지 왕복 유류비와 톨비가 1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더라도 5~7만 원대의 요금에 대회장까지의 현지 교통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어떤 수단을 선택하든 정액 10만 원으로 실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정액제라는 구조 자체다. 거리에 관계없이 동일 금액이 지급되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길수록 개인 부담이 늘어난다. 수도권 인근 대회에 배정된 심판과 먼 지방으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심판이 받는 교통비는 같다. 자가용을 이용해 연료비와 통행료를 부담한 심판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심판이나 지급 금액은 동일하다. 실제 지출이 다름에도 보전은 같다.

 

이것이 세 번째 공백이다. 실비가 아닌 정액으로 처리되는 구조.

 

 

판정의 질은 어디서 오는가

 

세 개의 공백은 처우의 문제이기만 한 게 아니다. 경기의 품질로 직결된다.

 

장시간 활동이 판정 집중도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98.1%였다. 54명 중 53명이다.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수치다. 그리고 이 98.1% 중 83.3%(45명)는 '매우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수준이 아니다. 집중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는 것이 현장 심판 대다수의 인식이다.

 

이 응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판정 집중도가 떨어지는 심판이 내린 판정은, 경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불공정한 판정이 선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경기 출전을 위해 수년을 훈련한 선수의 결과가, 8시간 이상의 과부하로 집중력이 저하된 심판의 판정에 달리는 상황이 현재 구조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식사와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81.5%였다. 심판복 지연 또는 미지급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83.3%에 달했다. 심판복이 없거나 늦게 지급되는 상황에서 경기 전 복장 기준을 갖추는 일은 심판 개인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처우는 사기(士氣)의 문제이기도 하다. 집합일 이동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고, 초과 근무에 대한 기준도 없고, 교통비는 실비에 못 미치는 구조에서 일하는 사람의 집중력과, 적정 보상을 받는 구조에서 일하는 사람의 집중력은 다를 수 있다. 98.1%의 응답은 그 차이를 심판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구조가 문제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 중 일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심판도 자원봉사적 성격이 있지 않느냐.' '태권도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 아니냐.'

 

그 물음에 두 가지로 답한다.

 

첫째, KTA는 심판에게 전문성을 요구한다. 심판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시험 비용은 심판 본인이 부담한다. 자격 유지를 위한 보수 교육도 마찬가지다. 규정 위반 시 징계도 따른다. 자원봉사자에게 요구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문성과 책임이 부과돼 있다. 그 요구가 정당하다면, 그에 걸맞은 처우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둘째, 처우의 불합리는 재원의 문제가 아니라 규정의 문제다. 집합일을 공식 업무일로 인정하는 것은 돈의 문제 이전에 규정에 그 항목을 넣는 문제다. 초과 운영 시 보상 기준을 명시하는 것도 규정의 문제다. 교통비를 정액이 아닌 실비 기준으로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세 가지는 KTA가 의지만 있으면 규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사안들이다.

 

셋째, 이 문제는 KTA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도의 전문성과 징계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자원봉사자 수준의 처우를 강요하는 방식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 협회 전반에서 반복돼 온 '헌신에 대한 구조적 의존'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종목 심판, 기술위원, 심사위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헌신을 요구받고, 헌신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태권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구조의 상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있다. 국가 지원을 받는 종목 단체가 소속 전문 인력에게 적정 처우를 제공하는지를 감독하는 것은, 주무 부처와 상위 기관의 책임 영역이다. KTA 심판 처우의 구조적 부실이 이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확인된 상황에서, 감독 기관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인지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별도로 물어야 할 질문이다.

 

 

KTA에 묻는다

 

한국무예신문은 이 기사와 함께 대한태권도협회에 심판 처우 관련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답변 기한은 2026년 5월 16일(금) 오후 6시였다.

 

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행 심판 일비 12만 원의 산정 기준과 근거 ▲일비 금액 현실화 계획 여부 ▲집합일 업무 시간에 대한 수당 지급 규정 존재 여부 ▲초과 운영 시 추가 보상 기준 명시 여부 ▲교통비 정액제의 실비 전환 계획 여부.

 

2026년 5월 16일 오후 6시, 답변 기한이 지났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면 답변도, 구두 입장 표명도, 검토 중이라는 회신도 없었다. 심판 일비 12만 원의 산정 근거가 무엇인지, 집합일 업무 시간을 왜 인정하지 않는지, 초과 운영에 대한 보상 기준은 존재하는지, 교통비를 실비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지 — 이 질문들 중 단 하나에도 협회는 답하지 않았다.

 

96.3%가 일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 수치가 질의서에 적혀 있었다. 협회는 그것을 받아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침묵했다. 개선 의지가 있는 조직이 현장의 문제 제기를 확인하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본지는 이후에도 이 사안을 추적한다. 협회가 뒤늦게 답변을 제출할 경우 해당 내용을 별도 보도에 반영하되,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사실 역시 함께 기록한다.

 

 

다음 회차

 

2부에서는 징계와 소명의 문제를 다룬다. 단순 오심 2회 기준이 과도하다는 응답 79.6%, 소명 기회가 형식적이거나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 83.3% — 판정 오류에 대한 대응 절차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그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심판들의 증언과 함께 기록한다.

 

제목은 "오심 2회에 퇴장, 소명은 형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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