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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A 심판 처우·운영 실태 기획 3부] 끼리끼리, 줄 세우기, 고립과 배제

심판 조직의 내부 풍경
의견 표명 어려움 83.3% · 관계 압박 75.9% · 친분이 위촉·평가에 영향 64.8% · 고립·배제 경험·목격 75.9%

편집부 | 기사입력 2026/05/19 [21:34]

[KTA 심판 처우·운영 실태 기획 3부] 끼리끼리, 줄 세우기, 고립과 배제

심판 조직의 내부 풍경
의견 표명 어려움 83.3% · 관계 압박 75.9% · 친분이 위촉·평가에 영향 64.8% · 고립·배제 경험·목격 75.9%

편집부 | 입력 : 2026/05/19 [21:34]

▲ KTA 심판 운영의 친분, 침묵, 관계 압박, 고립 문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포그래픽 일러스트.  © 한국무예신문



말하지 않는 이유

 

심판대기석에서 심판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경기 일정, 날씨, 안부 및 근황.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대회의 전반적인 문제나, 심판 활동중 느끼는 불편함 등은 대기석 바깥에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더욱 나오지 않는다.

 

그 침묵이 자발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번 설문이 보여줬다.

 

조직 안에서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83.3%(45명)였다. 현직 심판 10명 중 8명이 넘는다. 이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말을 꺼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알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다.

 

 

침묵의 구조 — 83.3%가 말하기 어렵다는 조직

 

의견 표명이 어렵다는 응답은 이 설문의 조직 문화 영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수치가 다른 수치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면 침묵의 구조가 드러난다.

 

관계 압박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75.9%다. 친분이 위촉과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64.8%다. 고립이나 배제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응답이 75.9%다. 이 수치들은 각각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메커니즘 안에서 작동한다.

 

말을 했을 때 관계 압박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 말하지 않게 된다. 심판위촉 배제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 불편한 말을 한 뒤 어떤 결과가 올지를 계산하게 된다. 이의를 제기한 뒤 고립되거나 배제된 사례가 조직 안에서 공유돼 있으면, 그것이 경고 신호로 작동한다.

 

83.3%의 침묵은 이 메커니즘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솔직히 말하면 손해라는 걸 다들 알아요.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설문 자유응답란에 담긴 이 한 문장이 83.3%가 말하는 것을 말보다 먼저 설명한다.

 

 

관계 압박 — 75.9%가 경험한 것

 

관계 압박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 발생한다.

 

자유응답에 담긴 진술들은 그 방식이 다양함을 보여준다. 선배 심판이나 임원으로부터 특정 방향의 판정이나 태도를 암묵적으로 요구받는 경우, 공식 경로가 아닌 비공식 접촉을 통해 특정 행동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받는 경우, 회식이나 비공식 모임에서 조직의 분위기와 다른 의견을 냈을 때 이후 관계가 달라지는 경우.

 

이 중 어느 것도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다. 지시가 아닌 분위기로 전달되고, 규정이 아닌 관계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75.9%가 이것을 경험했다는 것은, 이것이 개인 간의 우연한 갈등이 아니라 조직 안에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임을 의미한다.

 

관계 압박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공식 권한의 바깥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공식 지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규정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분위기, 눈치, 암묵적 지시는 항의할 근거를 만들기 어렵다. 당한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그 분위기를 못 읽으면 다음 대회가 없어요."

 

이 응답이 관계 압박의 작동 방식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다.

 

 

친분과 위촉 — 64.8%가 목격한 기준 밖의 기준

 

심판 위촉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가. KTA의 공식 답변이 오기 전까지, 이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은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위촉 권한 자체는 심판위원장에게 위임돼 있다. 심판위원장이 누구를 어느 대회에 배정할지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 권한이 어떤 기준에 따라 행사되는지는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 심판의 64.8%(35명)는 친분이 위촉과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세 명 중 두 명이다.

 

이 응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이것은 부정 행위의 직접 증거가 아니다. 심판들이 느끼고 경험한 것에 대한 응답이다. 그러나 64.8%가 같은 방향으로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오해나 착각으로 일괄 처리할 수 없다. 공식 위촉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상태에서, 현장 심판들은 결과로부터 과정을 역으로 읽는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것이 친분이라면, 구조가 먼저 그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위촉의 공정성은 심판 조직의 신뢰 기반이다. 실력과 경력이 기준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심판들이 실력을 키우고 경력을 쌓는 것이 의미 있다. 그 신뢰가 흔들리면 다른 기준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다른 기준이 관계와 친분이라면, 조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위촉 권한이 심판위원장 1인에게 집중된 구조에서, 그 권한 행사의 기준이 불투명할수록 현장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실력보다 줄이 중요하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그게 슬픕니다."

 

자유응답에 담긴 이 문장은 수치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줄, 즉 친분에 의한 위촉이 반복되면 특정 관계망 안에서 이익이 순환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그 피해가 결국 공정한 판정을 기대하는 선수와 지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처우나 절차의 문제와는 다른 층위에 있다.

 

 

고립과 배제 — 75.9%가 본 것

 

조직 안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가.

 

고립이나 배제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하거나 전언으로 들은 응답자는 75.9%(41명)였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다. 이 조직 안에서 이의를 제기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이미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아니라, 목격하거나 들은 사람도 포함됐기 때문에 이 정보는 조직 전체에 퍼져 있다.

 

고립과 배제의 방식은 공식 징계와 다르다. 대회 위촉에서 조금씩 밀리는 것, 비공식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는 것, 정보가 나중에 전달되거나 전달되지 않는 것, 심판 내부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 이것들은 각각 설명이 가능하고, 그래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패턴으로 쌓이면 당사자는 느낀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 뒤로 위촉도 줄고, 연락도 줄었어요."

 

이것이 75.9%가 목격하거나 경험한 것의 구체적 얼굴이다.

 

 

왜 이것이 조직의 문제인가

 

이 섹션에서 다루는 내용은 인간관계의 불편함이 아니다. 조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의 문제다.

 

관계 압박, 친분 위촉, 고립과 배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특정한 적응이 최선의 전략이 된다. 실력보다 관계를 관리하는 것,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침묵하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하기보다 분위기를 읽는 것. 이 적응이 개인에게 합리적 선택이 되는 순간, 조직은 다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태권도 심판 조직에서 이 적응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결과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정확한 판정보다 안전한 판정을 선호하는 심판이 늘어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해도 보고하지 않는 관행이 쌓일 수 있다. 개선 의견이 올라오지 않으니 제도는 바뀌지 않는다.

 

83.3%가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침묵이 경기장에도, 회의 자리에도, 규정 개정 논의에도 존재한다면, 지금의 문제가 지금의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은 구조의 필연이다.

 

이것은 몇 명의 나쁜 사람이 만든 문제가 아니다. 나쁜 구조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나쁜 선택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문제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사람을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다.

 

 

KTA에 묻는다

 

본지는 공식 질의서를 통해 심판 위촉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대해 질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심판 위촉의 공식 기준 및 그 기준의 문서화 여부 ▲위촉 결과 공개 여부 ▲심판 위촉에 대한 이의신청 채널 존재 여부 ▲심판의 건의·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창구 존재 여부를 물었다.

 

위촉 기준이 존재한다면 공개하면 된다. 의견 수렴 창구가 있다면 그 운영 실태를 밝히면 된다. 이 질문들은 협회가 답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답은 오지 않았다. 그 침묵도 하나의 답이다.

 

 

다음 회차

 

4부에서는 이탈 위기를 다룬다. 77.8%가 이탈 위험군으로 분류된 현실, 그럼에도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 1위가 자부심(42.6%)이라는 역설. 처우, 절차, 조직 문화의 3중 구조가 쌓인 끝에 심판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태권도 경기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분석한다.

 

제목은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 그 한계에 온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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