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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측근역할(側近役割)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11/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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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소세장(蕭世長)은 당고조 이연(李淵)의 친구였지만 이연의 정적 왕세충(王世充)을 섬겼다. 나중에 왕세충이 망한 후에 투항했다. 이연이 꾸짖자 그는 대답했다.

“수왕조가 권력을 잃자 모두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폐하는 모든 것을 얻지 않았습니까? 쫓고 쫓기던 사람에 대해 원한을 품습니까?”

이연도 다시 따지지 않고 그를 간의대부로 임명했다. 사냥을 하던 이연이 수행하던 대신들에게 오늘 사냥은 즐거웠는가 물었다. 소세장이 대답했다.

“폐하께서 사냥을 하신 지 100일도 되지 않았는데 무슨 즐거움을 느끼겠습니까?”

아무리 좋아도 100일 동안이나 사냥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또 방자한 고질병이 도졌다고 중얼거렸다. 이연이 피향전(披香殿)을 짓고 화려한 잔치를 열었다. 소세장은 축배를 들면서 이 전각을 수양제가 짓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친구가 또 나를 놀리네. 정말 내가 지은 것을 모르는가?”

“모릅니다. 망국의 군주라면 몰라도 개국 군주가 이렇게 화려한 궁전을 지었겠습니까?”

소세장은 창업공신이 아니라 항신에 불과했다. 간의대부라고 하지만 국가대사에 대해서는 감히 말도 꺼내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이연도 자신을 등졌던 옛 친구에게 서운한 감정이 남았다. 황제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눈치를 살펴야 했고, 눈치만 살피다가는 이연을 옹졸한 군주로 여겼다는 비난이 두려웠다.

소세장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으며, 황제에게는 청사에 납간(納諫)이라는 미명을 남기게 했다. 그러나 사실은 아부의 달인이었다. 황제의 사냥이 옳지 않다면 사전에 막아야 한다. 그러나 하루 종일 잘 놀다가 끝나자 일침을 가했다. 피향전을 지은 것도 옳지 않다면 사전에 제지했어야 한다. 그러나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잔치가 열리자 몇 마디로 질책했다. 이연도 속임수라고 간파했지만 죄를 물을 수는 없었다.

당중종시대에는 안락공주가 최고의 권세를 누렸다. 측천무후에게 쫓겨났을 때 낳았는데 강보조차 없어서 중종의 옷으로 감쌀 정도로 비참했다. 공주의 별명은 보따리로 싼 아이라는 과아(裹兒)였다.

복위한 중종은 지난날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여 유독 공주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조서를 열어서 내용을 읽어보고 자기가 서명했으나, 중종은 웃으며 꾸짖지 않았다. 공주는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봉작과 상을 남발했다. 사치까지 심해서 한 벌에 1억전이나 되는 치마를 입었다.

곤명지(昆明池)를 달라고 졸랐으나 중종이 대답을 하지 않자, 화가 난 공주는 백성들의 농토를 빼앗아 곤명지보다 더 큰 정곤지(定昆池)를 만들었다. 이 공사를 맡은 조리온(趙履溫)은 공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원성이 높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60세가 넘은 노인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친히 공주의 수레까지 끌었다. 사람들은 그를 부마에 비유하여 원마(轅馬)라고 비웃었지만 오히려 기뻐할 정도였다.

나중에 현종(玄宗) 이융기(李隆基)가 궁정정변을 일으켜 위황후와 안락공주의 일당을 죽였다. 조리온은 가장 먼저 새로운 황제에게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다. 자신이 모시던 주인이 망하자마자 그는 재빨리 새로운 주인에게 아양을 떨었다. 그러나 새로운 주인은 그의 꼴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여 거리로 끌고 나가 참수했다.

그에게 집과 농토를 빼앗겼던 백성들과 가혹하게 매를 맞았던 일꾼들은 시신을 향해 침을 뱉고 돌을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발로 짓이기자 순식간에 그의 시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리온과 같은 관리는 여전히 많다. 신념도, 도덕도, 충성도, 염치도 없다. 달콤한 말과 알랑거리는 재주뿐이다. 집권자가 나누어주는 죽 한 그릇을 받아먹으려고 대들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꼬리를 흔들었으니 집에서 기르는 개보다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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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04 [10:47]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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