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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남병초자(南屛樵者)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11/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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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장생전(長生殿)의 작가 홍승(洪昇)은 항주 출신으로 호를 남병산의 나무꾼(南屛樵者)이라고 했다. 그가 출생했을 때 청조의 강남 통치는 극에 이르렀다.

내외종 사촌 전개업(錢開業)은 과거의 답안지가 문제가 되어 살해당했고, 스승 육번초(陸繁弨)의 부친은 청병의 항주침입에 맞서다가 순국했다. 외조부, 장인, 부친은 청조의 관직을 역임했지만 유명한 독서인들이었다.

홍승은 15세에 이미 고금의 작품을 품평할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24세에 북경의 국자감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세속에 연연하고 살았던 것이 부끄러워 고향으로 돌아가 공부나 하겠다는 시를 남기고 귀향했다.

그는 부모의 부유함을 누리지 않고 가난한 삶을 자처했다. 29세에 지독한 가난을 견디지 못하여 북경으로 가서 17년 동안 살았다. 홍승의 집안에는 학해(學海)라 할 만큼 많은 책이 있었다.

박람강기했던 그의 시문은 정묘했다. 당대 최고의 문인 왕사정(王士禎)은 그와 문우였다. 홍승 문학의 압권은 곡(曲)이었다. 9편의 잡극 가운데 장생전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장생전은 10년의 시간과 3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 명칭은 백락천(白樂天)의 장한가에서 유래됐다. 곡을 붙이고 박자를 맞추다보니 탁자에 3개의 깊은 흔적이 남았다고 한다. 장생전이 완성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베꼈다.

원명대에 유행하던 잡극과 전기는 주류에서 밀려났다. 새로운 조류는 난탄(亂彈)이라는 형식의 민중 음악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몇 해 전에 송승환이 기획하여 세계적으로 히트친 난타(亂打)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강희 28년(1689) 황후 동씨(董氏)가 죽었다. 청조는 100일 동안 향락을 금지했다. 그러나 홍승의 친구 조집신(趙執信)이 장생전을 공연했다.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직에서 쫓겨났고 홍승은 하옥됐다.

홍승에게는 과거응시금지령이 내려졌다. 5년 후 홍승은 항구의 고산에 패휴초당(稗畦草堂)을 짓고 시와 술로 마음을 달랬다. 1704년 3월, 홍승은 남경으로 여행을 하고 돌아오다가 가흥 부근에서 술에 취해 익사했다. 사람들은 등왕각서(滕王閣書)를 지은 당의 시인 왕발(王勃)의 귀신이 벗을 삼으려고 잡아당겼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장생전은 현실주의와 낭만주의적 색채가 잘 어울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소재는 당명황(唐明皇)과 양귀비(楊貴妃)의 애정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안록산(安綠山)과 사사명(史思明)의 난을 전후로 한 광활한 사회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와 진홍(陳鴻)의 장한가전(長恨歌傳)을 발전시켜 이융기와 양옥환의 사랑을 비판하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하면서 미려한 수사로 중국인의 정서와 사회적 모순을 잘 드러냈다.

홍승은 안사의 난이 이융기와 양옥환의 무절제한 사랑에서 기인한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벗어나고 싶었다. 장생전 제15출에는 수탈의 대상인 농민들의 실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는 당시의 첨예화된 모순구조를 밝혀서 양귀비와 안록산이 없었더라도 어차피 당은 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승은 안사의 난이 민족문제에서 초래됐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은 청조의 중국민족에 대한 압제를 비판하려고 했다. 장생전 제28출 매적(罵賊)에서 악공 뇌해청(雷海靑)의 입을 통해 반역자를 꾸짖는 대목은 지금 우리 앞에서 벌이지는 정치적 추문을 꾸짖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평소에 입만 열면 충효를 지껄이더니, 나라가 위기에 처해도 부귀공명만 탐하는구나!
관직을 얻으려고 앞 다투어 꼬리를 흔들더니, 한 임금을 놓고 원수네 은인이네 떠드네!
내가 너에게 묻는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느냐?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공범이 될 수는 없다. 이 역사에 부끄러운 사태는 법만으로 처리할 수 없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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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14 [09:19]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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