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태권도협회가 뭐하기에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경기 뛰는 선수들을 격려는 못해줄망정 술판이 뭡니까?”
경기도태권도협회(회장 박윤국)가 뒤숭숭하다. 얼마 전 발생한 태권도경기장에서 벌어진 임원들의 술판 때문이다.
술판에 관계된 복수의 당사자들 의견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대충 이렇다.
지난 11월 8일 경기도지사기태권도대회가 부천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이날은 대회개회식도 있었다.
개회식 직후 경기진행과 함께 선수들은 경기를, 진행요원들은 교대로 대기실에서 도시락식사를, 그리고 주요 임원들은 경기장을 벗어난 외부 오찬장에서 식사를 했다.
오후 3시 무렵 경기장에 경기도태권도협회 K 이사가 늦게 도착, 체육관 탕비실(湯沸室, 차 또는 커피 등을 준비하기 위해 물을 끓이고 식기를 세척할 수 있게끔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방)을 들렀고,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을 고려해 부천시태권도협회 P 전무이사가 볶음짬뽕을 주문했다.
주문된 음식 때문인지 K 이사가 안주에 반주하면 좋겠다고 배갈(고량주) 주문을 요청해 P 전무가 4시경 소주 3병을 시켜 함께 있는 임원 몇 명과 나눠 마신 것이다. 술자리가 진행되던 탕비실엔 학생 및 학부모 등이 수시로 들락거렸다고 한다. 그것을 의식해서인지 소주를 생수병에 부어 마셨다고도 한다.
술자리가 진행되던 당시 탕비실에 있었던 임원들은 K 이사를 비롯해 K, K, P, L, C 등 협회 이사를 비롯해 부천시협회 P 전무이사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 이들 중 술은 3~4명이 마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술을 마셨다고 자인한 사람은 현재까지 K와 P 2명뿐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구설수에 오른 K 이사는 “이사 안하면 그만이지”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K 이사는 그런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소주를 마셔서는 안 되는 줄 알았지만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그는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추측하듯 “제보자가 학부모나 일선지도자는 아닐 것”이라고 말해 제보에 대해 어떤 저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들어내기도 하였다.
문제는 누가 술을 마셨는지 그렇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무도로서 태권도의 교육적 가치를 그렇게 강조하는 태권도인들 아닌가. 그런 태권도인들이 모여 태권도경기를 열었다. 거기에 태권도로 꿈을 일궈가는 학생들이 참가해 경기를 펼쳤는데 다른 한켠에서 태권도임원들이 그것도 학생들이 보는 데서 술판을 벌였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한 이사는 이 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누가 제보했느냐면서 “(제보한 사람을)죽여버리겠다”는 섬뜩한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기도 하였다.
기자는 오래전부터 비정상적 태권도경기장문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던 터였다. 관행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듯이 태권도경기장내 특히 심판석이나 대기석, 임원석 탁자위에 떡이나 빵, 음료수, 사탕 등이 버젓이 오르고 있고, 며칠씩 하는 대회경기기간동안 모두는 아닐지라도 밤마다 의례히 진행요원들, 임원, 코치 감독 등 끼리끼리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늦은 시간까지 장소를 바꿔가며 몇 차에 걸쳐 술자리분위기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안전과 질서를 고려해 대규모의 인원이 운집하는 실내경기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음주반입이 금지돼 있다. 더군다나 태권도경기장은 음주반입이 용납될 수 없는 정서적, 교육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의 경우도 문제로 부각된 이유 중의 하나가 어린 학생들이 보는 데서 그런 행위가 아무런 죄의식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 자료 이미지. 술판으로 얼룩진 경기도지시사기태권도대회? 태권도계는 이번 경기장 술자리 사건을 일번백계하고 그것을 계기로 건전한 경기장문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 한국무예신문 | |
기자와의 통화에서 섬뜩한 말을 내뱉은 태권도협회 임원은 자신은 마시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은)대회가 거의 끝나갈 때 마셨는데 그게 뭐가 문제 되냐?”고 도덕불감증에 비롯된 함량미달의 죄의식 없는 항변을 하기도 해 질문한 기자를 당혹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누가 몇 병을 마시고 안마시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부이기는 하나 때와 장소를 구별 않고 태권도협회 임원들 스스로 태권도를 망치는 도덕불감증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오늘도 일선태권도지도자들은 도장에서 ‘수련생들 인성교육에는 태권도가 최고’라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자녀를 미래 대통령으로 만들겠습니다.’하고 입관상담에 열을 올릴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태권도경기장에서 태권도협회 임원들이 보인 도덕불감증 민낯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기도태권도협회는 이번 문제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하고, 이번 도덕불감증 임원들의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각성과 함께 일선지도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경기도태권도협회 임원들의 도덕성회복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일을 접한 경기도의 한 태권도인은 특정 임원을 겨냥한 듯 “이사회의 때도 격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으로 눈총을 사더니만, 이번에도 그렇다”면서 “어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는 모양”이라고 핀잔 섞인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태권도인은 “잘못한 일이다. 자성해야 한다”면서 “계기로 건전한 태권도경기장문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장 음주 물의를 일으킨 한 당사자는 경기도협회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태권도협회는 이번 경기장음주문제와 관련, 고등상벌위원회를 구성해 해결책을 강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 징벌에 따른 해임 등의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