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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6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3/04/1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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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레이싱걸이미지.(출처:다빈치당구클럽) 
독비괴사가 모습을 감추자, 그 때까지 의연한 자세로 서 있던 양봉환이 돌연 무릎을 꺾으며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사부님!”

“관주, 괜찮으십니까?”

상천을 필두로 비무를 구경하던 수련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양봉환은 무릎을 꿇은 채로 손을 저어 그들을 막으며 힘겨운 음성으로 말했다.

“괘, 괜찮소. 가벼운… 내상(內傷)을 입었을 뿐이니… 잠시만 쉬면 회복될 것이오.”

그 역시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전력을 다한 비무를 했던 것이다.

“몸조리 잘 하십쇼..”

“오늘 비무는 정말 멋진 한 판이었소.”

“다음에 꼭 한 수 지도 바랍니다.”

수련생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위로와 치하의 말을 하고는 무관을 빠져나갔다.

그날, 상천은 무관 문을 닫고 밤새 사부를 간호했지만 상세(傷勢)는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론승부세수전(毋論勝負洗手前)
손을 씻기 전에는 승부를 논하지 말라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꽃피는 봄도 어느덧 지나고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이 다시 찾아왔다.

상천은 더위도 잊은 채 사부의 병세를 살피랴 무관을 운영하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독비괴사와 사부 양봉환과의 일전이 있은 후, 수련생들의 태도는 전보다 훨씬 공손해졌고 무관을 도맡아 운영하다시피 하는 상천에게도 소관주(小館主)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바쁜 중에도 한 가지 즐거운 일이 있다면 수련생들과 비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교한 초식과 웅후한 내공을 지녔음에도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상천에게 수련생과의 비무는 무척이나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무척 차이가 났다. 그토록 힘든 수련을 했건만, 털끝만한 차이로도 공은 빗나가기 일쑤였고, 예상치 못 한 접문(接吻 Kiss)으로 구로(球路)가 바뀌어 엉뚱한 결과가 나는 경우도 많았다.

더구나 가끔씩 내공 수위가 한참 떨어지는 수련생과 겨뤄서 거의 이겨 놓고서도 지는 경우가 있었기에 상천은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상천의 내공은 이미 칠 갑자에 이르고 있었지만, 경험도 적은데다가 워낙 심성이 착한 터라 살기(殺氣)가 강한 초식 사용을 꺼렸기에 제대로 실력이 발휘되지 않은 때문이었다.
 
“왜 그러나? 소관주(小館主). 또 비무에 진 모양이군.”

우두커니 계산대에 앉아 있는 상천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수련한 지는 꽤 되었지만 내공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삼 갑자인 사마창(司馬昌)이었다.

사십 대 초반인 그는 근처에 있는 백암표국(白岩鏢局)의 표두(鏢頭)로, 시간이 나면 종종 무관을 찾는 단골이었다.

“고수라면 말도 안 해요. 상대는 겨우 내공 이 갑자였다구요.”

“당무란 주식(株式)과도 흡사하지. 내공이 어느 정도 수위에 이르게 되면 좀체 진전이 없게 돼. 고수지만 보합세(保合勢)나 하락세인 게지. 그 때 상승세인 하수와 비무를 한다면 이기기란 쉽지 않는 법이야. 즉 실력과 승부란 다르다는 말이지. 그래서 무론승부세수전(毋論勝負洗手前), 손을 씻기 전에는 승부를 논하지 말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저와는 한참 차이가 나는 걸요.”

“나를 보게. 구예를 수련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자네가 패했다는 청년에게 진다 해도 크게 마음쓰지 않아. 결코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것은 아니니까… 자네도 마찬가지야.”

사마 표두는 그를 위로했다.

“그래도 진 건 진 거예요. 아직 제가 수련이 부족한 거죠.”

“말 잘했네. 당무란 다른 구기(球技)와 달리 상대와 몸을 부딪히지 않지. 또한 자신의 공력에 맞는 점수를 얻으면 되거든. 무척 신사적인 비무인 만큼, 가장 큰 적은 자신일 수 있어.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절정에의 길인 게야. 누구더라? 그래, 맞아. 자내투리(自內鬪李)라는 여류구인도 그렇게 말했다지 않나?”

“그렇게 잘 아시는 사마 표두는 왜 절정에 이르지 못 하시죠?”

“나는 그저 취미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구예를 할 뿐 배우려는 의지는 없는 때문이지. 그러기에 좀체 공력이 늘지 않는 거야.”

결국 문제는 자신인 것이다. 상천은 수긍이 간다는 듯 표정이 다소 밝아졌다.

“사마 표두께서는 여러 곳을 여행하시니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으셨겠죠?”

“그러니까… 아마 자네 정도 나이였을 때일 거야. 벌써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군. 갓 표사가 된 나는 한창 구예에 몰두했었지. 그러다가 호남(湖南)의 무리뫼[群山]로 표행(鏢行)을 떠났는데… 일을 마치고 손이라도 풀 겸 한 무관에 들렸다가 흥미로운 비무를 보게 되었어.”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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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4/10 [02:19]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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