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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03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2/12/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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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구림입문(球林入門)
구림에 첫발을 내딛다
 
문여하의연당구(問余何意練撞球)
내게 왜 당구를 익히느냐 묻거든

죽음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여섯 살의 위상천이 기억하는 것이라곤, 아버지가 피투성이가 되어 오신 이틀 후 안방에서 어머니의 통곡이 흘러나왔고, 그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집을 다녀갔다는 것뿐이었다.

이상하게도 손님들은 표정이 어두웠고,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구림의 큰 별이 떨어졌군. 안타까운 일이야.”

“그러게 말이야. 이제 일월문(日月門)의 위세도 많이 줄겠구먼.”

“죽은 사람보다도 산 사람이 걱정일세. 부인은 아직 젊고, 하나뿐인 아들은 어리니…….”

사람들은 이 같은 대화를 나누며 어린 상천과 그의 어머니를 측은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사흘 후, 상천은 커다란 궤짝을 둘러멘 수많은 사람들을 따라 어딘지 알 수 없는 먼 산길을 다녀왔는데, 다리가 아파서 투정을 부리다가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잠이 들었던 것만 어렴풋이 생각날 뿐이었다.

그 후로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었고, 넋이 나간 듯 온종일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가끔씩 소리 죽여 흐느끼는 어머니의 모습에 상천은 어느 정도 실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도.
 
유신(維新) 연간이 끝나갈 무렵인 무력(武曆: 달마대사가 소림사를 창건한 527년을 원년으로 하는 무림의 역법) 1451년 8월, 아버지의 사십구 제(祭)를 마친 어머니는 상천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갔다. 그곳은 학당(學堂)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해동(海東)의 도읍 수이(首爾: 서울)에서도 번화가로 꼽히는 새마을[新村]의 어느 구술관(球術館)이었다.

“안녕하셨어요?”

“아니, 형수님! 어떻게 여기까지……?”

▲  레이싱걸 당구이미지.(사진출처:Daum)
두 사람을 맞이한 무관의 관주는 상천이 숙부라 부르던 양봉환(楊奉煥)이었는데, 그가 시대를 풍미한 고수 신촌당왕(新村撞王)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였다.

어머니는 상천을 의자에 앉혀 두고, 내실로 들어가 짧지 않은 동안 숙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형수님! 심정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서까지…….”

“힘드시겠지만… 상천을 부탁…….”

간간이 들려오는 말소리는 도중도중 끊겨서 무슨 내용인 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뭔가 중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참만에야 내실에서 나왔다.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인 채였고,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숙부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가득했다.

조류향은 축축하게 젖은 수건을 든 채 상천의 손을 꼭 잡고 슬픔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상천아! 엄마는 이제 먼 곳으로 가야 해. 그 동안 숙부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 잘 지낼 수… 있지?”

그녀는 목이 메는지 채 말을 더 하지 못 하고 고개를 돌렸다.

엄마를 꼭 잡고 있는 상천의 손에 미지근한 액체가 한 방울 떨어졌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엄마의 눈물이었음을.

“흑흑-!”

결국 그녀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더니, 급히 몸을 돌려 달아나다시피 무관을 뛰쳐나갔다.

상천의 뇌리에는 하얀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달려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각인(刻印)되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영영 어머니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상천아! 이제부터 어머니 말씀대로 이 숙부와 함께 사는 거야. 그런 만큼 더 이상 어리광은 안 돼!”

숙부는 평소의 자상한 모습과는 달리 엄한 표정으로 말했고, 상천은 그 자세한 의미도 모른 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어머니가 모습을 감춘 뒤 다시 굳게 닫힌 무관의 문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튿날부터 숙부와 함께 하는 구술관 생활이 시작되었다. 구술관은 청운의 뜻을 품은 강호의 젊은이들이 구술(球術)을 연마하고 기량을 닦는 곳으로 다른 말로는 당구장이라고도 하는 곳이다.

아직 구술을 익히기엔 어린 상천이 하는 일이라곤 주로 청소와 잔심부름이었으니 반점(飯店)으로 치면 점소이(店小二)나 다름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련생들이 오기 전에 넓은 무관을 청소하고 물걸레질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속칭 ‘다이[臺]’라 불리는 비무대 열 개를 정성스레 손질해야 했다. 비무대를 덮고 있는 나사(羅紗)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녹색의 천을, 같은 재질의 천으로 꼼꼼하게 닦아 내고 때로는 다림질까지 하는 것은 어린 상천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만 닦아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힘이 들었는데, 열 개 모두를 닦고 나면 거의  탈진하여 쓰러지기 일 보 직전이었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불을 피워 래일(來逸: 쿠션)의 상교(橡膠: 고무)가 탄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했으니, 애꿎은 날씨만 원망해야 했다.

상천이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사시(巳時)쯤이면, 수련생들이 하나둘 무관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전 중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점심시간인 오시(午時)가 되면 상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이호대(二號臺)에 연초와 냉차(冷茶)를 갖다 드려라.”

“삼호대(三號臺)에 청분(靑粉: 초크)이 없구나.”

“오호대를 깨끗이 닦고, 공을 새것으로 바꿔 놓아라.”

“칠호대에 육구(六球)와 화패(花牌)를 가져가도록 해라.” 

그야말로 정신없이 비무대 사이를 뛰어다니며, 기본적인 무관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수련생들의 잔심부름까지 해야 했으니, 여섯 살 나이의 상천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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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2/06 [15:03]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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