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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04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2/12/1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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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싱걸 당구이미지.(사진출처:Daum) 
이처럼 상천은 무관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서나, 수련생들의 부탁으로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무관은 오층이었으니 승강기(昇降機)를 사용하면 좋으련만, 숙부는 반드시 걸어 다니도록 했다. 어쩌다가 급한 마음에 승강기를 타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 녀석! 꾀부리지 말고 걸어 다니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느냐? 반드시 뒤꿈치를 들고 발끝으로 걷되,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 발을 내딛고, 일곱 걸음을 걸은 후에 숨을 내쉬라고 말이다. 만약 다시 한 번 승강기를 타다가 내 눈에 띈다면 그 때는 다리가 부러질 테니, 단단히 각오해라.”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고 이상한 걸음걸이로 걷도록 하는 외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또 한 가지 있었다.

수련에 사용했던 공을 거둬서 빛이 나도록 닦는 것도 상천의 중요한 일과의 하나였는데, 사용한 공을 들어서 옮길 때는 반드시 엄지, 검지, 중지의 세 손가락만 사용해야 했고, 공을 닦기 전에는 공을 손에 쥐고 열 번씩 들어 올리기를 해야 했다.

그것도 그저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손에 공을 쥔 팔을 곧게 펴서 아래로 내렸다가, 팔꿈치 아래인 하완(下脘)만을 빠르게 당겨 공이 어깨에 닿도록 해야 했다.

무관의 공은 사구가 비무대 수와 같은 열 조(組), 삼구가 여섯 조 그리고 육구가 네 조였으니, 개수로는 모두 여든두 개였다. 따라서 하루에 두 차례씩만 공을 닦는다고 해도 천사십 회를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것을 해야 할까? 그것도 공으로…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어.'

상천은 속으로는 불평을 하면서도 감히 내색은 하지 못 하고 숙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이렇듯 낮에는 몸이 셋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빠서 도무지 다른 생각을 할 짬도 없었지만, 밤이 되어 무관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자신을 매정한 숙부에게 맡기고 사라진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포근한 미소를 보내는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를 즈음이면 상천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무관의 일은 힘들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호남(湖南) 빛고을[光州]에서의 참사(慘事)도 점차 잊혀지기 시작한 독두(禿頭) 2년인 무력 1455년.

열 살이 된 상천은 아직까지 간을 한 번도 잡아 보진 않았지만, 짧지 않은 무관 생활을 하는 동안 어깨 너머로 다양한 비무의 형태와 규칙을 배운 것은 물론 손님들의 내공 수위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당무(撞武) 또는 구술(球術)이나 구예(球藝)라고 부르는 공을 사용한 비무에는 여러 형태가 있었다.

초보자이거나 내공 수위가 낮은 경우는 대개 붉은 공 두 개와 흰 공 두 개를 사용하는 사구(四球)를 주로 수련했고, 비교적 공력이 높은 이들은 홍황백(紅黃白)의 삼구(三球)를 사용하는 방식의 비무를 행했다.

친지나 동료 여럿이 함께 오는 경우는 흑청황홍구(黑靑黃紅球)와 두 개의 백구(白球) 등 도합 여섯 개의 공을 사용하는 육구(六球, Six Ball) 비무를 많이 했으며, 남녀가 함께 온 경우에는 무관 구석에 설치된 주머니[囊]가 달린 대에서 열여섯 개의 공을 가지고 행하는 낭구(囊球, Pocket Ball)를 수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주 드물게는 도중에 실점(失點)을 하면 그때까지 얼마를 득점했던 상관없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제대(除隊) 비무나, 아홉 개의 공을 사용하는 구구(九球) 비무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비무 형태 가운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박진감 있는 것은 삼구를 사용하는 비무였다.

상천이 호기심을 갖고 묻자 숙부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제 네가 비무에 관심을 가지는 모양이로구나. 기특하다. 네가 물은 것은 수리구선(數理球旋, Three Cushion)이라는 비무다. 수리구선이란, 말 그대로 수(數)의 이치[理]를 바탕으로 공[球]을 돌리는[旋] 비무 형태이지. 과거에는 두 개의 백구와 홍구 하나를 사용했지만, 근자에는 백황홍(白黃紅)의 색이 다른 공을 많이 사용한다. 크기도 약간 작아졌고 말이야.
수리구선이 여타 비무와  다른 점은 두 개의 적구(的球)를 모두 맞히기 전에 내가 치는 공인 수구(手球)를 반드시 래일에 세 차례 이상 부딪혀야 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난해한 무공이므로 웅후한 내력과 정교한 초식 그리고 적절한 상황 판단에 의한 순발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가히 구술(球術)의 정화(精華)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때는 한 점을 놓고 또 어떤 때는 두 점을 놓는 것은 왜 그런가요?”

“허허허! 유심히 관찰했구나. 수구로 제일적구(第一的球)를 맞히고 래일에 세 번 이상 부딪혀서 제이적구(第二的球)를 맞히면 한 점이지만, 래일을 먼저 치고 나서 공을 모두 맞히면 두 점으로 인정한다. 고급스런 초식인 때문이지. 이를 빈[空] 래일(來逸)을 친다[打]고 해서 ‘타공래일(打空來逸)’이라고 하는데, 정식 명칭은 제타(堤打, Bank Shot)라 하며, 가(可)히 즐거운[樂] 공[球]이기에 ‘가락’ 또는 ‘가락구’라고도 한다. 다만 사규(私規)와 맹규(盟規) 중 어떤 규칙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점수 계산은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요?”

“사규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고, 맹규란 구림맹에서 정한 것으로 공식(公式) 비무에서는 이를 적용한다. 사규에 따르면 일반적인 수리구선은 한 점, 가락구는 두 점으로 인정한다. 대신 공을 하나도 맞히지 못 하는 흰수레[白車]나 규칙에 어긋난 경우 벌점을 받게 되지. 반면에 맹규를 따를 경우, 통상적인 수리구선이나 제타 모두 한 점으로 인정하는 대신 벌점이 없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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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2/10 [00:14]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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