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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 중공군 전사자 유해도 고향으로 보내자
무혼(武魂)으로 南北中 화해를!
 
신성대 논설위원(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1/12/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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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전쟁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것이 내전이다

 
전쟁은 곧 인류의 역사이자 종교와 더불어 인류문화의 양대 축이다. 어찌 생각하면, 이 둘은 기실 인간에게 전혀 필요한 요소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신을 지극정성으로 받들며 소원을 빌어보지만 실제로 그 신이 인간에게 직접 무엇을 해줄 도리는 없다. 전쟁 역시 누구도 원치 않는 파괴와 살육 뿐, 인간을 위해 결코 생산적이질 못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신에의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문제해결의 수단으로서 전쟁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강자에게는 손쉬운 문제 해결 방법이요, 약자에게는 최후의 선택이 된다. 권력자에겐 후광이자 수단이지만 백성들에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숙명이기도 하다. 어쨌건 필요에 의해서 벌인 침략전이든 마지못해 치르는 방어전이든, 제 아무리 참혹하다해도 외적이나 이민족과의 전쟁이라면 일단 대의명분이 있다. 그렇지만 동족간의 내전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옳고 그름이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동족끼리 씻을 수 없는 한을 남긴다.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의 전쟁은 그저 안타까울 뿐, 누가 누구를 구체적으로 원망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그 상처가 빨리 아물고 뒤끝이 없다. 하지만, 동족상잔은 이웃 간의 살육이기 때문에 승패를 떠나 서로에게 배신과 미움이라는 지울 수 없는 한을 남긴다. 육신의 상처는 쉬이 아물지만 한은 어지간한 세월과 노력에도 풀리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그 땅에서 사라질 때까지.
 
통일이 된다면 어차피 그리 될 일.

한국전쟁이 그친지 반세기가 넘어서야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발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안타깝지만 어차피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산사람이나 살아야지” “먹고 살기도 바쁜데 뭐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어딨나?”며 방치해오다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기어이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아내어 고국으로 데려가는 미국인들을 보며 스스로 부끄럼을 느껴 나선 것 같아 그다지 가벼운 마음이 아니다.
 
아무튼 늦었지만 이왕 시작되었으니 철저히 진행되어 전쟁의 앙금을 씻어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욕심 같아서는 이 사업을 군에만 맡기지 말고 민간단체나 기업(특히 방위산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후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그리고 문화예술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범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면 싶다. 비록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할 정치적인 고려에서였다 하더라도, 내친 김에 북쪽 땅 어딘가에 묻혀 있을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을 북한 당국에 타진해 보겠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으로 제발 그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나 그 이전에 대한민국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역시 늦은 일이지만, 이왕 남한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김에 인민군 전사자들의 유해들도 함께 발굴하여 소중하게 챙겼어야 했다. 그리고 기왕 발굴된 유해나 유품들이 있다면 이참에 북으로 보내는 문제도 숙고했으면 한다. 당연히 북한에 제안할 때에도 국군 전사자 유해만이 아니라, 북한군 전사자의 유해도 동시에 발굴하고 그 비용을 우리가 대겠다고 제안했어야 했다.
 
그러니까 남북한을 구분하지 말고, 인민군이든, 유엔군이든 중공군이든 이 땅에 묻힌 모든 전사자들의 유해를 함께 발굴하자는 말이다. 더불어 나오는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도 따로 챙겨 관련기관으로 보내어 유족을 찾아 고향 땅에 안장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서부휴전선 근처에는 중공군의 유해도 만만치 않게 나올 것이니 모두 잘 수습하여 예를 갖춰 중국으로 보내 주었으면 한다.
 
흔히 또 이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 국가의 부름에 나아가 목숨을 바쳤으니 국가가 그들의 사후를 책임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전쟁이 일어날 때 어느 누가 그런 개죽음을 무릅쓰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려 하겠느냐는 논리를 내세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명분만으로 이 사업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아직 부족하다.
 
인류 만고의 진리가 하나 있다.

호마는 북풍을 그리워하고 여우도 죽을 때는 제 태어난 골짜기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고 했다. 연어나 장어처럼 수만리 바닷길을 헤쳐 제가 태어난 곳을 찾아 산란을 하고 생을 마감하는 물고기들도 많다. 그 외에도 수많은 조류나 양서류, 곤충 등등, 기실 모든 동물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죽는 것을 소망하는 원초적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에 나가는 모든 장병들의 똑같은 제1의 소망이라면 이기든 지든 살아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 타향이나 이국땅에 돈 벌러 갔다 해도 역시 같은 소망일 것이다.
 

▲ 유해발굴작업을 하고 있는 국방부  전사자유해발굴단(사진출처: 전사자유해발굴단 홈페이지)   © 한국무예신문
전쟁이 끝나 무사히 돌아만 간다면 더 무엇을 바라랴. 혹 성치 못한 몸으로라도 그리운 가족들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도 저도 아니어서 죽음을 맞게 된다면, 뼈라도 고향 땅에 묻혔으면, 혼백이나마 돌아가 그리운 가족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뭘 염원하겠는가? 그마저도 안 된다면 계급장이나 철모, 숟가락 하나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 그리움과 사랑을 대신 전해주었으면, 기다리는 가족들 심정 또한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장성한 한 인간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바라는 오직 하나의 소망이란 차라리 소박하다 하겠다. 그걸 다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는가. 이는 국가의 책임이기 이전에 문명화된 인간으로서의 도리이다.
 
지금 남쪽은 잘 살고, 북쪽은 못 살고 …등등은 모두 종전 이후의 일이다. 당시의 상황에선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어느 누구도 몰랐다. 그것마저도 상위 위정자들의 선택이었고, 세계정세가 그러했고, 전쟁을 거부할만한 힘이 백성에겐 없었다. 어느 미친 사상가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권력자의 야욕이 일으킨 동족간의 살육전이었지, 장병들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었다.
 
내전이란 조상들이 내려다본다면 자손들 간의 다툼이고, 후손들에겐 조상들의 싸움일 뿐인데. 집안에서 형제가 다투면 대개의 부모들은 누가 옳고 먼저랄 것도 따지지 않고 둘 다 때려 팼었다. 요즘은 민주적임을 자처하는 어리석은 부모들도 간혹 있어서, 형제들 다툼에 끼어들어 누가 옳고 그름을 따져 판사 노릇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대개가 나중에 콩가루 집안이 되고 만다.
 
전쟁에 무슨 선악이 있는가? 더구나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도 아닌, 마지못해 끌려 나가 죽기 싫어 방아쇠를 당겨 같은 처지의 이웃을 죽이고 죽을 수밖에 없었던 전사 장병들.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들에겐 그 순간까지가 그들의 역사이다. 적군이건 아군이건, 흉악범이든 거룩한 성자이든, 의로운 사람이든 비겁한 사람이든 그 죽음 앞에선 경건해야 하는 것이 문명인의 도리이다. 어찌 인간뿐이겠는가? 하찮은 짐승이나 벌레, 심지어 풀 한 포기라도 생명이 있는 그 모든 것의 죽음에 숙연해 지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본성이 아니겠는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적이라 해도 존중하고 예를 갖추어 주는 것이 참다운 무혼(武魂)이다.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고, 총부리를 내릴 수도 없는 대치상황이지만, 어쨌든 과거는 과거다. 원치 않은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 해도 그건 그것대로 우리 역사다. 수치스러운 전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난 일을 거울삼아 무비(武備)를 다져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에는 서해교전에서처럼 더없이 단호하면 그뿐이다.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사람은 육신과 혼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죽으면 혼(魂)은 육신을 떠나 저승으로 가지만, 백(魄)은 끝까지 남아 백골이 진토가 될 때까지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전사자들의 혼인들 저승(천당이든 극락이든)으로 가고 싶어 하겠는가? 아니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집으로 가고 싶어 할 것이다. 뼈 한 조각, 유품 하나라도 챙겨 그들의 혼백을 고향집으로 인도해야 한다.
 
전쟁 중 함께 전사한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들도 국립묘지나 판문점 근처에 따로 안장하여 그들의 넋을 달래주어야 한다. 비록 지난 시절 적군으로 싸웠다하나, 그들은 죄인도 아니고 가해자도 아니다. 목숨을 잃은 똑같은 희생자일 뿐이다. 신원이 확인되어 연고자가 북한에 있으면 북한에 보내주고 남한에 있으면 그 유족들에게 보내주고, 이국땅에 묻힌 중공군들 역시 원한다면 제 나라, 제 고향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그도 여의치 않다면 조금이나마 고향 가까운 판문점 근처 동산에다 따로 안치하여 원하는 북쪽 유족이나 관계자들이 언제든 참배토록 했으면 한다. 그렇게 상처는 감싸고 한은 풀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동포애를 서로 확인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전쟁 재발을 막고 통일의 날을 앞당기게 하지 않겠는가. 혹여 좌익에 물든 인사들이 그곳에 몰려들어 푸닥거리를 벌인다 해도 그만한 일쯤은 능히 감당해 낼 수 있을 만큼 대한민국이 성숙되었다고 본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모든 전사자들은 남과 북, 어느 쪽이 승리하든 머잖아 그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통일된 나라에서 서로 용서하고 오순도순 함께 살 것으로 알고 눈을 감았을 것이다. 자신의 가족 친지들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헌데 백골이 삭아 진토가 된 지금까지 분단이라니!
 
통일을 위해 어느 쪽에서든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면 남침을 당한 우리가 먼저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정략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화해의 진정성이 깃든 이런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다음 전사자 유해 발굴, 국군포로 및 납북자 귀환 등등의 사업을 순차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참전의 과오를 따지기 전에 인도적인 예로써 진정한 화해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는 동북아 평화공존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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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12 [20:1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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