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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武人)도 염치(廉恥)는 알아야!
문대성,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신성대 논설위원(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2/04/0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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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찾아보기 힘든 단어가 바로 ‘부끄러움(恥)’이 아닌가 싶다. 지난 세기 동안 식민지배, 동족상쟁, 독재정권,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때로는 구차스럽게 살아와서 그런지 낯가죽이 많이 두꺼워졌나 보다. 다들 저 잘난 맛에 살고, 저 잘나지 못해 안달을 하는 세상에 이런 말을 들먹이다가 시쳇말로 또 쪼다 소리를 듣기 딱 알맞다.
 
부끄러운 짓을 부끄럽지 않게 해치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이제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몇 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적인 망신주기에 그만 한강 투신한 그 분이 부끄러움을 아는 마지막 사람이었나 보다. 기업을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그 사장님 심정 잘 이해할 것이다. 그게 어디 저 혼자 잘 살자고 한 일이었겠나? 조금만 참았더라면 그보다 더 부끄러운 희한한 대통령을 보고 웃었을 텐데.
 
예의염치(禮義廉恥)?
 
▲ 문대성 IOC위원
조선시대 민화 가운데 문자도(文字圖)라는 것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명 <효제문자도(孝悌文字圖)>라고 하는 팔자도(八字圖)이다.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는 조선시대의 감계적(鑑戒的) 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서, 유교적 윤리 강령을 여덟 글자로 압축해 놓았다. 《논어(論語)》에서 유래한 ‘효(孝)’ ‘제(悌)’ ‘충(忠)’ ‘신(信)’과 《관자(官子)》에서 따온 ‘예(禮)’ ‘의(義)’ ‘염(廉)’ ‘치(恥)’란 여덟 자를 소재로 각각의 한자 자획 속에 해당 글자의 의미와 관련된 고사나 설화 내용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그려 넣은 것이다.
 
이처럼 염(廉)과 치(恥), 즉 염치(廉恥)를 선비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덕목으로 꼽았다. 청렴하여 체면을 차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어찌 선비에게만 해당되겠는가.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기본 심성일 것이다. 여기서 치(恥)란 ‘부끄럽다’는 것이 아니라 욕됨을 알고 ‘부끄러움을 안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여 부끄러울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말 속에는 ‘네 분수를 알라’ 그리고 ‘부끄러움을 알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이 염치(廉恥)를 모르고, 혹은 소홀히 하다가 망신당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감방을 당당하게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수많은 정치인들과 그 주변에 붙어 기생하는 온갖 잡충들. 하기야, 어쨌거나 한 나라 대통령까지 지낸 인물들이 자식들 앞세워 가며 감방을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드나들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판이니 더 할 말이 있겠는가.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세상이다. 웬만한 부정부패는 하루치 1단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장관 벼슬에 올랐다가 며칠 만에 개망신당해 쫓겨나는 일은 이젠 그저 흔해빠진 뉴스거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선(善)을 빙자한, 다시 말해 인(仁)을 베푼다는 핑계로 부끄러운 일을 서슴지 않는 가증스런 일들이다. 종교를 빙자해서, 혹은 자선 사업을 한다며 ‘○○원’을 차려 놓고 ‘도가니’짓을 하고도 돈 버는 일이 이젠 아예 유망 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종교조차도 야바위 상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차마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곤 한다. 성추행한 동료를 위해 탄원서를 꾸미는 교사들. 검사에게 자기 마누라 흠담하는 인사를 기소해달라고 부탁한 판사. 그 검사는 양심선언하고 사임했지만 그 판사는 아직 건재하다. 옛말에 “예(禮)가 있는 자 서로 위하다 죽고, 예(禮)가 없는 자도 역시 서로 위하다 죽는다”고 했다. 마주보며 눈꺼풀을 꿈뻑거리며 눈알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물론 이 땅에서 염치를 모르기는 정치인들이 단연 으뜸이다. 친일파의 후손들이 국회의원 배지 달고 과거사 청산을 부르짖는가 하면 성추행, 돈봉투를 돌려 망신을 당하고도 미적거리던 국회의원, 경건해야 할 국경일에 독립지사묘에 참배하러 가기는커녕 업자들과 골프 치다 망신당해 쫓겨났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총선에 출마한 전직 총리. 똥색도 동색(同色)이라고 “내가 몸통이다”고 우기며 변명을 거드는 주변머리 정치인 등등. 왕은 무치(無恥)라더니, 권(權)자를 잡으려면 먼저 무치가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뻔뻔함이 도처에서 묻어나고 있다.
 
옛말에 “군자는 덕을 행함으로써 자기 몸을 온전히 하고, 소인은 탐욕을 행함으로써 자기 몸을 망친다”고 했다. 인(仁)을 입에 담기 전에 먼저 치(恥)를 생각하였어야 했다. 염치(廉恥)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배운다’는 말은 ‘배우고 행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덕행(德行)’이라 하고, ‘선행(善行)’이라 하는 것이다. 저도 이제 남만큼 벌었으니 이제 그럴듯한 감투 하나 얻어 체면 좀 세우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쉽게도 항상 붙어 다니는 염(廉)과 치(恥)를 몰랐던 것이다.
 
후안무치와 영원한 낙인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라도 이런저런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간혹 크게 부끄러운 실수를 해서 평생을 두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낙인과도 같아 결코 지워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잘되면 잘될수록,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흉터는 더욱 크고 돋보이게 된다. 본인이야 어떻게 해서든 잊고 싶고 감추고 싶겠지만, 그럴수록 잘되는 사람의 흠일랑은 한껏 꼬집고 싶어지는 것이 세상인심인 것이다. 누구나가 존경해 마지않는 고(故) 이병철 회장의 사카린 밀수 사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지역차별이 그 좋은 예가 된다.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그분들에 대한 글을 쓸라치면 반드시 한 줄 덧붙이는 이야기이다. 그게 글쓰기의 습관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치(恥)를 몰라서 그랬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건 ‘실수’이지, 부끄러운 일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하기야 ‘몰랐을 것’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욕이 될지도 모르겠다. 분명 부끄러운 일인 줄 알면서도 저질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탄받고,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다. 알고서도 그랬다면 실수가 아니고 ‘악행(惡行)’을 저지른 것이다. 마땅히 벌 받고 쫓겨나야 하는 것이다.
 
“남이 하니 따라서 했다” “나도 모르게 마누라가 한 일이다” “오래된 관행이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등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지워지는 일이 아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없었던 것처럼 행세하는 모양새가 영 어색하고 안쓰럽기 짝이 없다. 기껏해야 낯가죽이 두껍다는 공치사밖에 돌아갈 것이 없는데도. 그렇지만 남들이 설령 용서한다 해도 과연 스스로의 부끄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세인들의 기억이야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질 수 있다지만 제 양심을 속일 수 있을까? 무사라면 자결을 해야 할 것이고, 선비라면 조용히 숨어서 없는 듯이 사는 것이 마땅하다. 아니면 그 짐을 덜기 위해 평생토록 선행을 쌓으며 살아가든지.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후, 함께 숨진 경호실장 차지철의 치부를 들춰내기 위해 기관과 매스컴이 동원돼 그의 모친까지 찝쩍거리다가 “내 자식이 설사 나쁜 놈일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은 없다!”는 호통만 듣고 쫓겨났다. 물론 이후 그의 모친 말대로 별다른 꼬투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분수를 넘어서는 과도한 욕심

▲ 팔슈미트 헝가리 대통령 
시원한 돌려차기 하나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태권도인 문대성이 그 후 모교 교수가 되고, 젊디젊은 나이에 IOC위원에까지 올랐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내친 김에 국희의원까지 하겠다고 나섰다가 박사논문 표절 시비에 온갖 비아냥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누가 봐도 표절임에 분명하건만 본인은 정치공세라며 무대응하고 있다. 실적 쌓기 한 다른 논문들도 하나 둘씩 표절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그 박사학위논문을 심사하고 학위를 준 국민대학도 알아줘야겠고, 그 모교 동아대학도 우습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태권도 영웅이라며 간판으로 내세운 태권도계, 대한민국 스포츠계 모두의 망신이다. 그러면 그렇지 운동만 한 선수가 무슨 놈의 박사논문? 논문 작성은 고사하고 논문 읽을 줄이나 알까? 베끼는 것조차도 자신이 직접 했을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많은 체육계 박사들이 도매금으로 평가절하 되고 무시당하게 생겼다. 태권도를 위해 출세를 하겠다는 건지, 출세를 위해 태권도를 이용한 건지? 아무튼 분수를 넘는 바람에 자칫 본전까지 날아가게 생겼다.
 
참으로 절묘하게도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로서 1983년부터 IOC위원인 팔 슈미트 헝가리대통령도 지금 막 논문표절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1992년 발표한 그의 박사논문이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대학평의회가 그의 박사학위를 박탈한다고 발표함으로서 야당과 언론의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혹 문대성이 그를 모델로 삼아 정치적 야심을 키워 온 건 아닌지? 서울 핵안보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의 앞날이 어찌될지? 그리고 한국은 똑같은 사안을 어찌 처리할지 궁금해진다. 아무렴 한국의 도덕성이 헝가리보다 못할까? 설마 국민대학이 표절의 논란을 알고서도 이를 재심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그렇고 그런 대학으로 남을 것인가?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무조건적 배려, 우리 종목에 대한 무제한적 애정이 낳은 오만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이게 어디 스포츠계만의 일이던가. 학연, 지연, 혈연, 종교연, 업종연 등등 한국인의 고질병인 맹목성과 편협성에서 나온 것이리라. 결과적으로 자신과의 싸움? 만약 문대성이 문대성과 싸워 이긴다면 또 다른 영웅탄생? 역겨운 아이러니다. 아무튼 목에는 금메달, 가슴에는 금배지를 단 우리들, 아니 ‘저들만의 찌그러진 영웅’이 탄생할지, 이번 총선에 관전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옛글에 “거짓에 힘쓰면 길게 갈 수 없고, 헛된 것을 좋아하면 오래갈 수 없다”고 하였다. “몸은 엄중하게, 마음은 여유롭게, 표정은 온화하게, 기질은 부드럽게 해야 한다. 말은 간략하고 여유 있게, 마음은 공명정대하게, 도량은 넓고 크게, 의지는 과감하고 굳게, 일을 계획할 때는 주도면밀하게, 그리고 일을 할 때는 타당해야 한다.” 그게 문덕(文德)이자 무덕(武德)이다. 그게 스포츠맨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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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4/01 [02:24]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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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대 2012/04/03 [01:28] 수정 | 삭제
  • 헝가리 대통령이 오늘 사임했네요.
    박사학위 취소를 발표한 총장도요.
    역시 멋진 나라입니다.
    그 대통령도 지난 방한 때 참 멋있었는데 안타깝네요.

    http://media.daum.net/foreign/newsview?newsid=2012040220301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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