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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무협] 대권강호(大權江湖)②
부제: 와룡장호(臥龍藏虎)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史可知 기사입력  2012/08/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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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쾌삼로(救快三老)
 
여의도 중심가에 자리한 여의객잔(如意客棧)은 육지로 나가는 무인이나 반대로 무림맹을 찾는 손님들이 묵어가는 숙소 겸 식당의 구실을 하는 곳이다.
 
소문에 따르면 여의객잔은 흑점(黑店: Black market) 역할도 한다고 했다. 흑점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없고, 팔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강호를 뒤흔들 무공비급은 물론 전설의 신병이기(神兵異器)나 영약, 경국지색의 미녀는 물론 사람의 목숨을 앗는 계약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곳 여의객잔 삼층 귀빈실에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세 노인이 앉아 있었다. 모두 백발에 가슴까지 내려오는 하얀 수염을 기르고 있었지만 꼿꼿한 자세와 형형한 눈빛은 깊이를 측정하기 힘든 내공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토록 했다.
 
그들은 전대기인들로 세간에서는 구쾌삼로(救快三老)라 부르는 운청(雲靑), 거손(巨孫), 호광(弧光) 등 세 명의 선인이었다.
   
“호광선인! 속세를 떠나시더니 신수가 더욱 헌앙해지셨구랴.”

“허허-! 이렇듯 혼백의 존재로 있는 나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니 운청의 공력은 삼화취정을 넘어 오기조원에 이른 모양이요.”

▲ 무협 인터넷게임 이미지(출처:Daum) 
“그나저나 이번 맹주 선출은 어찌 될 것 같소?”

“무림맹주 직은 언제나 적임자가 없어서 문제였지요. 우리 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 혼란스러우니…….”

“그래도 선계에 있는 호광은 우리보단 천기를 정확히 볼 수 있을 것 아니오.”

“하늘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있습디다. 그조차 하늘의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태상노군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데 그조차 고개를 흔듭디다.”

호광의 말을 들은 운청선인이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대충의 판세와 인물의 면면은 모두 알고 있은 즉 사주를 바탕으로 그들의 운로(運路)를 알아봅시다. 우선 가장 유력한 청와공주부터 시작하지요.”

“임진란이 발생한 해 2월 2일에 태어났으니 임진년 임인월 임인일 생이요. 시는 잘 모르겠고.”

호광선인이 육갑을 짚어 보고 말했다.

“시를 모르다니? 그러면 사주를 보기 힘들잖소. 선계에 계시면서 그 정도도 못 알아낸단 말이오?”

운청선인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얼마 전 선계에도 인간정보보호법이 발효되었소. 신선들이 인간의 정보, 즉 사주를 마음대로 바꾸다 보니 살 사람이 죽기도 하고 반대로 죽을 놈이 살기도 하여 염라대왕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상제께 상소를 올렸다오. 그래서 인간들의 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새로운 법이 제정되었소.”

“그럼 지금 알려준 생일은 대체 어떻게 안 거요?”

“하계로 내려와 전뇌(電腦, Computer)로 인특망(因特网, Internet)을 검색했지요. 그리고 나이를 보아 생일은 음력이라 여긴 거요.”

“신과 인간이 가진 정보 수준이 똑같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군. 그러나 저러나 어떻게 사주를 본다지요?”

“시를 추측할 수밖에 없소. 그 인물의 성격이나 배경, 현재의 위치 등을 고려해서 가장 적절한 시간을 찾아 대입하는 것이지요.”

“그럴 수밖에 없겠구랴.”

운청과 호광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했고, 역학을 잘 모르는 거손은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대체 사주가 뭐요? 난 잘 모르니 설명 좀 해주시오.”

거손선인이 말에 운청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가 있소. 이를 간지(干支)로 표현하는 게지요. 갑을병정… 10개의 천간과 자축인묘… 12개의 지지로 나타내지요. 그리고 각각의 간지를 기둥에 비교하여 연주(年柱), 월주, 일주, 시주라고 하오. 기둥이 네 개라 사주(四柱), 모두 여덟 자라서 팔자(八字)라 하는 것이오.
 
- 청와공주
“이게 청와공주의 사주로구랴. 헌데 사주를 보고 어떻게 운명을 안단 말이오?”

“천간과 지지는 날짜를 표시하오. 이를테면 현대의 달력이 숫자를 쓰듯 간지로 표시한 것이라오. 그런데 간지는 각각 오행을 품고 있소. 그러므로 그 사람이 어떤 기운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알 수 있는 것이오.”

운청의 말에 호광이 설명을 덧붙였다.

“오행 그러니까 목화토금수는 우주 만물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로서 서로 생하고 또는 극하며 변화를 이끌어내지요. 이를 생극제화(生剋制化)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목생화로 나무는 불을 생하지만, 목극토로 나무가 흙을 파헤치지요. 그런가 하면 토생금으로 흙에서 금이 나지요. 그런데 금은 도끼가 되어 목을 치니 극극목이지요. 또한 금에서 나는 수는 수생목으로 목을 생하지요. 이렇듯 오행은 서로 생하고 극하며 제어하고 화합하며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겁니다. 
사주란 사람이 태어날 때 어떤 오행의 기운을 받았으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기운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살펴 운명을 예측하는 것이죠.”

“사주 옆의 숫자와 간지는 뭐요?”

“대운(大運)이라고 하지요. 10년을 주기로 그 사람이 어떤 운로를 걷게 되는가 알 수 있는 거요.”

“사주와 대운이라? 알아듣기 힘드니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시오.”

“사주가 자동차라면 대운은 도로에 비유할 수 있소. 즉 벤츠를 타고 험한 길을 갈 수도 있고, 경차로 고속도로를 달릴 수도 있지 않소? 전자는 능력은 있으나 고생을 하는 것이고, 후자는 능력은 모자라도 편한 삶을 살 수 있는 거요.”

거손은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운청이 한마디 거들었다.
 
“사주와 대운 외에 세운(歲運)이란 게 있소. 사주와 대운이 나 개인적인 것이라면 세운은 세월과 환경의 변화요. 해마다 기운이 바뀌는 기운이 내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려하여 운을 판단하는 것이죠.
어떤 일을 도모하는 데 사주가 좋다면 능력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소. 하지만 대운이나 세운이 나쁘면 실패할 수도 있죠.”

“이젠 대략 알았으니 청와공주는 과연 어찌 될 것인지 말해 보시오.”

“시가 정확하지 않아 열두 개의 시 가운데 적당한 것을 대입하면 대략 알 수는 있겠으나 반드시 맞는다고 볼 수는 없소. 그러니 사주보다는 삼주를 근거로 오행 위주로 판단을 해야겠지요.”

호광이 설명한 청와공주의 성격과 운로는 다음과 같다.
 
태어난 해 임진(壬辰)은 괴강살(魁罡煞)로 대부(大富), 대귀(大貴), 영웅호걸 등 좋은 의미와 극빈, 단명, 횡액, 살상, 재앙 등 극단적인 불행을 나타낸다. 즉 극단적인 운을 암시한다.
 
일주의 천간 임(壬)은 오행상 수성, 즉 물이다. 물은 지혜를 상징하며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것처럼 적응력과 융통성을 나타내는데, 이 경우는 사주의 대부분이 물이니 임수대하(壬水大河), 엄청나게 크고 도도히 흐르는 강과 같다고 하겠다.
 
물은 부족하면 가뭄이 들고, 지나치게 많으면 홍수가 나니 적절히 조절하는 기운이 필요한데, 이 경우 너무도 힘이 크니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독불장군일 가능성이 있다.
 
신살을 살펴보면 일간 임에 대해 인은 금여(金輿)와 암록(暗祿)이다. 금여란 임금이 타는 수레이니 황족처럼 귀하게 태어났다는 것이고, 암록은 늘 귀인이 도와주고 재물이 풍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지 진을 기준으로 인은 조객살(弔客煞), 즉 문상객을 맞는다는 것인데 사주에 둘이나 있으니 조실부모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수성이고 올해는 임진년은 물 기운이 강한 해이니, 물이 물을 만나 더 큰 물을 이루어 세력이 확장되고 뻗어나가는 해라 할 수 있다.
 
“상당 부분이 맞는구려. 제3대 맹주의 여식으로서 오랫동안 공주처럼 살았으나 부친이 동창태감에게 시해 당하자 날개 잃은 새의 신세가 되지 않았소? 그래도 사람들이 왕손 대접을 해주어서 품위 유지는 했으나 마음고생이 컸을 것이고 제대로 기를 펴진 못했죠.
그러다가 세를 이뤄 지난번 맹주 선출 때 후보로 나섰으나 서면검수에게 밀리고 말았죠. 그리고 다시 5년여의 세월 동안 침묵하다가 요즘 들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세간의 평도 맹주가 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하니 말이오.”

거손이 사주 해설과 청와공주의 지난 행적을 합쳐서 설명했다.

“운은 어떻소?”

“대운, 즉 자신의 운은 54세부터 64세까지 병신운(丙申運)이오. 병은 화이니 편재(偏財)이고, 신(申)은 편인(偏印)이지요. 편재는 큰 재물이나 지도력, 추진력 등을 의미합니다. 여자에겐 아버지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내가 극하는 기운이니 잘 통제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끄럽고 불만스럽지요. 그리고 편인은 부수적인 명예를 얻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긴 이번 맹주 후보로 나선 것도 선친의 잔영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대로 이어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进退两难)이지요.”

“영어로는 딜레마(dilemma)라고 하지요.” 

“대운은 반반이라지만 세운, 즉 올해의 운은 무척 좋소. 임진년이니 자신의 본성과 같은 물이 왕성하고, 용을 뜻하는 진(辰)이 있으니 세력과 그를 운용할 수하를 얻은 것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물이 너무 많으면 홍수가 나는 법. 승승장구하다가 갑자기 자충수를 두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질 우려도 있다는 거요.”

“그래도 세력은 가장 크지 않소? 달리 마땅한 대항마도 없고.”

“거손은 무슨 의견이 없소?”

호광의 물음에 거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사주에는 약하지만 서양 점성술을 조금 익혔소. 그에 따르면 청와공주는 물병자리로군요. 사주도 물이라는데 별자리도 물과 관계가 있으니 묘하지 않소?”

“거 참 공교롭구만.”

“한 가지 묻겠소. 물병자리 태생의 상징인 물병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아시오?”

“쓸데없는 질문 같구려. 물병에 담긴 게 물이지 술이겠소?”

호광이 비아냥거리자 운청이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니오. 답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묻질 않았겠지. 그게 뭐요?”

“눈물이오. 그것도 자기가 흘린 눈물.”

“눈물을 담은 병을 가지고 다닌다. 낭만적이긴 하지만… 물병자리는 그렇게 눈물이 흔하단 말이오? 그런 것 같지 않은데?”

“무엇 때문에 흘린 눈물인가가 중요하지. 눈물의 양이 뭐 중요하겠소?”

“역시 운청은 예리하구려. 그래요. 물병자리 태생은 완벽을 추구하지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그래서 감정이 예민하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소. 그러다가 혼자 있게 되면 우는 것이오.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남에 대한 동정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것일 수도 있소. 다만 그 시각이 독특하니 문제요. 마치 99억을 가진 부자가 1억이 부족하다고 흘리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배추 값이 비싸면 카베츠로 김치를 담가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발상일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소. 사람이 모자라거나 악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다른 때문이죠. 그러니 물병 속의 눈물은 순수의 정화(精華)일 수도 욕심의 결정(結晶)일 수도 있다는 거요.”

“물병자리 여성은 연약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줏대가 세고 인내심도 강하니 이른바 외유내강형이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는 잘 몰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분명하게 알지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보니 사회성이 다소 부족한 거요.
담백한 성격이지만 때로는 가식적이 되기도 하는데, 여성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하고 싶지 않은데 거절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 보는 게 옳을 거요. 밀크부단한 면이 있거든요.”

“밀크부단이 뭔 말이오?”

“아, 참 우유부단(優柔不斷)이지. 요즘 영어를 자주 쓰다 보니…….”

“우유? 그건 우유(牛乳)지. 객쩍은 소리 말고 계속하시우.”

▲ 그녀가 깨어나야 내 꿈이 이뤄질까.(이미지 출처:Facebook) 
“물병자리 특히 여성은 시각이 아주 독특해요. 스스로 제삼자가 되어 자신을 냉철하게 지켜보거든요. 남에게 책잡힐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방어법인 게지요. 가끔 독설도 하고 발톱을 드러내긴 해도 남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 해야겠지요.”

“흥미롭군요. 계속 설명해 보시구랴.”

“물병자리 여성은 말이요. 대체로 섬세한 성격을 지녔으면서 무한한 자유를 바라지요. 그 같은 자유를 원하는 경향이 지나치면 어떤 목적을 이뤄도 만족하지 못하기도 해요. 다시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또 질주하거든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목표에 대한 꿈이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죠.”

“신통하군. 구호(口號, slogan)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고 하는 것 같던데… 맞소?”

“그렇소.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화법으로 보면 주어가 분명치 않소. 문장에서 ‘나’가 누구냐는 것이오.”

“청와공주가 말했으니 청와공주 자신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고, 무인 개개인 모두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소. 서로가 꿈이 같다면 좋지만, 만약 같지 않다면……?”

“그런 걸 세임 베드 디퍼런트 드림(Same Bed, Different Dream)이라고 하죠.”

“세, 세임 베드 뭐시기… 그게 뭐요?”

“같은 침대, 다른 꿈이니 동상이몽(同床異夢)이란 말이오. 강호인들이 꾸는 꿈과 무림맹주가 꾸는 꿈이 같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단이 난단 말이지.” 

“평소 청와공주가 주장하는 바가 안거연무(安居鍊武), 편안히 살면서 무예를 연마한다는 것 아니었소?” 

“그렇지요. 하지만 맹주란 자리는 이상만으로 꾸려갈 수 없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단 말이오. 그런데 태생부터가 다르오. 어린 시절 발모세수를 받고 탈태환골조차 필요 없는 절정고수가 되었으니 일반무인들과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단 말이오. 또 그들처럼 고련(苦練)한 바도 없고. 그러니 자칫하면 인상무술(印象武術), 그러니까 실체가 없는 이미지로만 한정될 수 있다는 게 문제겠지요.”

“운청은 청와공주의 선친과도 인연이 깊지 않소, 그때 태상장로를 지냈으니 말이오.”

“그렇죠. 제가 보필한 중수희제(中樹熙帝)는 정말 뛰어난 맹주였지요. 무공개발오개년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했고, 신촌운동(新村運動)도 창안하여 큰 성과를 이루었으니까요.”

“신촌운동이 뭐요?”

“새마을운동이라고도 하지요.”

“청와공주는 태생은 진골(眞骨)이나 과연 선친의 지략과 용맹을 얼마나 이어받았는지가 관건이겠지요.”

“어린 시절을 궁안에서만 지낸 만큼 현실적 감각은 다소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동영(東瀛, 일본)을 통해 들어온 인자(忍者)에게 모친을 잃은 후부터는 많은 대외활동으로 위상을 높이고 현실감각을 익혔지요.”

“아무리 그래도 한계는 있소. 수준이 낮아도 안 되지만 수준이 너무 높아도 문제지요.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겠냐는 말과는 반대로 수박에 색칠을 한다고 호박이 될 수는 없는 게요.”

원로들의 불참 선언

“허어! 신세파에 일이 생겼구려. 족구대제와 특임장로가 비무대회 불참 선언을 했네.”

"그래도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인물인데 아무리 경선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 순순히 물러날 수가 있을까? 어디 운을 살펴봅시다.”
 
- 족구대제
“족구대제는 각법(脚法)의 달인이지요. 발이 아홉 개나 되는 듯 정신없이 몰아친다고 하요. 헌데 사주가 재미있구려. 지지가 해묘미 합을 이뤄 목국(木局)이 되었소. 나의 일간은 토성이고 목은 나를 극하니 관(官)에 해당하오. 즉 관을 따르는 성향이 강하오. 하지만 목극토이니 무언가가 발목을 잡지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도록 하는 천형(天刑)의 체질이라 할 수 있지요.”

“누가 뭐래도 엄청난 부호 아니요? 또 현직 장로로서 각종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고.”

“물론 일반적으로 보면 그렇소. 민초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높은 위치에 있고, 금력도 대단하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족구대제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바가 아니란 말이외다. 그는 최고의 권력을 잡고자 하니까요.”

“허어-!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다더니.”

“하지만 만약 을축시(乙丑時)에 태어났다면 지지의 축과 미는 충(沖)이 되니 목국이 형성되지 않을 텐데…….”

“목국은 뭐고 충이 뭐요?”

역학에 약한 거손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충이란 상극인 지지끼리 충돌하여 깨진다는 것이오. 인간사에서는 큰 사고, 일의 무산 등으로 나타나지요. 그리고 합이란 서로 비슷한 성질을 지닌 지지끼리 합쳐서 더욱 단단해지고 강한 기운을 갖게 된다는 거요.”

“만약 다른 시라면 어떻소?”

“여태까지의 운로로 볼 때 시가 어느 때라도 큰 상관이 없소. 현재 사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든요. 운청! 대운은 어떻소?”

“52세부터 계사(癸巳), 62세부터는 임진(壬辰)이오. 운은 모두 수로 흐르지요. 토의 입장에서 수는 재물에 해당하오. 따라서 돈은 벌겠지만 권세를 잡기는 어렵소. 결국 알아서 물러났다고 하겠지요.” 

“그러면 점성술을 봅시다.”

호광의 말을 들은 거손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천칭자리 남자는 감성이 예민하고 날카로운 직관력을 지녔지요. 목표 지향적이고 강한 출세욕도 가졌고요. 냉철한 판단력과 탁월한 통찰력을 지녔고,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아는 실속파라 손해 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이익을[利] 사랑하여[愛] 싸움도[鬪]도 불사하는 애리투(愛利鬪, Elite) 형이지요. 
스스로의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기 계발과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기에 전망이 밝은 인물이라 하겠소. 섬세함과 총명함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긴 하지만  추진력이나 행동력이 부족해서 큰일을 해내기에는 조금 어렵지요. 실패하더라도 밀어붙이는 담대함이 없거든요.”

“큰 인물이긴 하나 일성(一成) 정도가 모자란단 말이로군.”

“토끼해에 돼지월 생이에요. 겉은 토끼, 속은 돼지란 말이죠. 토끼는 귀가 커서 정보를 잘 듣고, 돼지는 욕심이 많지요. 그러니 욕심은 많지만 조심성 때문에 기회를 잘 놓친단 말입니다.” 

“내공이나 무위가 아니라 성격적 문제라 하겠죠.”

“얼추 맞는 듯 하구만. 전 맹주인 봉하대제(峰下大帝)와 손을 잡았다가 막판에 갈라섰지요. 그때도 누구로부턴가 고급정보를 들었다는 말이 있더군요.”

“자, 이제 특임장로는 어떤지 봅시다.”
 
- 특임장로
“현 맹주 전성기에 장로의 대표격으로 특수임무를 맡았다는 인물이지요. 병인년에 15대 장로로 선출되면서 세력을 얻었소. 당시 대운은 갑술이었고. 그렇다면 본인이 수성이고 목과 화가 용(用)이란 말이니 출생시를 갑인시부터 정사시 사이로 보아야겠죠.”

“대체 용은 뭐고 어째 시간을 그리 잡는단 말이오?”

“용이란 오행 가운데 내게 도움이 되는 기운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반대로 나를 해치는 기운은 병(病) 또는 기(忌)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을 생하는 기운이 용인 경우가 많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어요.
특임장로는 목과 화가 강한 시기에 발탁되었으니 그때가 좋다고 본 것이고요. 아울러 출생시도 그 기운이 많은 때라 보는 것이죠. 뭐 반드시 맞는다고 할 순 없지만.” 

“계속해 보구려.”

“대운을 보면 신미로 작년부터 금 기운이 들어오네요. 오행상 금생수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방해가 되요. 사주에 물이 충분하거든요. 밥을 배불리 먹었는데 또 상을 차린 격이니… 또 먹기는 곤란하지요. 그러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요.”

“맹주 후보로 나서지 않는 게 당연하단 것이로군. 점성술로도 그런 기미가 있긴 합디다. 염소좌인 사람은 태생이 비록 불우하더라도 특유의 끈기와 노력으로 정상에 오르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출세와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요. 겉은 온순해 보이지만 속에는 날카로운 칼을 품은 소리장도(笑裏藏刀) 형의 인물이죠.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해서 대인관계는 좋지 않지만, 자제력이 뛰어나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지요. 대립이 심하면 심할수록 극복하려 노력하고 결국 뜻을 이뤄내지요. 지도자보다는 참모가 어울리는 사람 같소.”

“하지만 진정성이 부족해요. 이상하게 자신의 대인관계는 서투른데 업무적인 대인관계는 좋거든요. 그러니 진심이 아닌 게지요.”

“사주에 고신살(孤身煞)과 효신살(梟神煞)이 있어요. 고신은 홀아비를 가리키는 말로 외롭다는 것이고, 효신이란 올빼미를 가리키지요. 올빼미는 어미새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불인지조(不仁之鳥)라고도 하지요. 손재 및 이별 등을 뜻합니다.”

“어쨌거나 노련한 경험으로 이번 경합에서는 물러서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네요. 그러면 다소 불리함에도 청와공주가 고수하는 비무 규정을 수용한 경기지사는 어떻소?”
 
- 경기지사
“늘 자신을 경계[警]하는 기운[氣]을 배양하는 특수한 기공을 익힌 선비[志士] 예요. 전 맹주, 현 맹주 모두와도 관계가 있고.”

“신묘년 생이네요. 삼명통회에 따르면 ‘신묘는 송백목(松柏木)으로 눈과 서리를 맞으며 하늘을 뚫을 듯 서 있으며, 땅을 덮을 듯한 웅장함을 지니고 있고, 정동에 위치하여 목기가 더없이 강하다’고 하오.
일단 지사라는 별호대로 꼿꼿함을 간직한 인물이오. 게다가 일간 경(庚)이 월지의 든든한 뿌리를 얻은 바 강한 금성으로 의리파이며, 나를 극하는 화를 보고 있으니 관(官)과 인연이 깊소.
다만 대운이 겁재(劫財)이고, 세운은 상관(傷官)이니 좋지 않소. 겁재란 재물을 빼앗긴다는 것이고, 상관이란 관을 다치게 한다는 것이니 이름은 얻겠지만 뜻을 이루긴 힘들다고 볼 수밖에 없소.
흉살로 검봉살(劍鋒煞)과 양인(羊刃)이 있는데 둘 다 날카로운 칼을 상징해요. 결국 예리함에 스스로가 다치는 게지요.”

운청의 해설에 거손이 덧붙였다.
 
“점성술로는 전대맹주 봉하대제와 같은 처녀좌요. 처녀좌는 감정이 섬세하며 정신이 순수하지요. 때문에 어떤 일이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루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지요. 중도에서 포기하는 법이 없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결벽증이 있지요.
왕성한 지식욕의 소유자로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해 직선적인 화법이 잘못 전달되어 원망을 듣기도 해요. 그러나 따르는 후배는 많지요.”

“구설수에도 여러 번 오르지 않았소.”

폭풍전야(暴風前夜)
 
무림맹주의 집무실. 호위무사 한 명이 급한 걸음으로 달려와 알렸다.
 
“대군께서 의금부로 송치되셨습니다. 곧 양언장로도 소환할 예정이랍니다.”

대군이란 현 맹주 서면검수의 친형인 영일대군(迎日大君)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소라문전장(所罗门錢莊, Solomon Bank)을 비롯한 수많은 전장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비리를 저질렀다는 풍문이 있었는데, 마침내 의금부로 송치되고 만 것이다.

당시 그는 두 가지 말을 한다고 하여 양언(兩言)이라 불리는 젊은 장로를 대동했는데, 그 역시 곧 소환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건 치명타야. 절름발이 오리 신세를 면치 못하겠군.”

서면검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절름발이 오리란 임기 말에 생기는 권력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문용어로는 파압(跛鸭, Lame duck}이라고 한다.

‘아, 누구보다도 퍼펙트(Perfect)하게 모랄(Moral)하다고 자부했는데… 측근들이 내 발등을 찍는구나.’

집무실 내의 공기를 뒤흔드는 맹주의 탄식이었다. 

하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피는 꽃이 없고, 권불십년(權不十年), 십 년 가는 권세가 없다 하지 않던가.

그날 밤 맹주 처소의 등촉은 이경이 넘어서야 꺼졌다.
 
“쯧쯧! 맹주 치고 끝이 좋은 경우가 없어. 왜 그런지 모르겠어.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거손이 혀를 차며 말했다.

“거손선인의 아드님도 하옥(下獄)되었잖소?”

운청의 한마디에 거손은 입을 닫았고, 호광 역시 낯빛이 침중해졌다. 그 또한 자식을 의금부로 보낸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현 맹주는 대체 운이 어떻기에 말년에 이리 고생을 할까요?”
 
- 서면검수
“본인은 토성이에요. 늘 중심적인 인물이죠. 연월의 간은 신(辛)으로 금성이니 내게는 식신(食神)입니다. 깊이 있는 학문이 아니라 돈 벌 수 있는 기술을 가리켜요. 그런데 자신의 재주를 팔려면 본래보다 과장되게 말해야죠. 그래서 공인(工人)이지만 모사(謀士)의 기질도 있다고 보는 거죠.”

“본래 무인 출신도 아니고 상인이었다며? 어디선가 검보(劍譜) 한 권 구해 무공을 익혔다고 하더군.”

“내곡(內谷)에서 연마했다고 하더군요. 수법이 괴이하고 비밀스러워 비비검법이라던데… 그의 칼 아래 쓰러진 고수가 부지기수라 하오.”

“상궤를 벗어난 무공이니 당황해서 그런 것일 뿐. 정종무공이라 볼 수는 없소. 얄팍한 수에 당한 거야.”

“식신이 많으면 재주가 있고 자기표현이 강해요. 이론에 정통하기보다는 표현을 잘한다는 게 맞겠지만… 그러면서도 외골수이고 저돌적인 면이 있어요. 남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고 일단 밀어붙이고 보거든요.”

“청계하(淸溪河)를 무대로 설치는 수적들을 소탕했잖소.”

“수적이라고까지 할 순 없소. 모두 영세상인인네 조금 거칠 뿐이지요. 행상을 하다 보니 그런 게지요.”

“여하튼 50대부터 을미 대운의 목기운을 얻어 관계로 진출하여 무림맹에 입맹했고, 60대 갑오운에 수이(首爾) 판윤(判尹)을 지냈지요. 그리고 여세를 몰아 무림맹주가 되었구요.”

“앞으로는 어떨 것 같소?”

“올해가 임진년이고 본인 운도 계사(癸巳) 수로 흘러가네요. 이 사주에서 수는 재물이니… 돈은 많이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권력과는 멀어지겠죠.”  

“사수자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생각과 개념을 잘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관심도 빠르게 새로운 것으로 옮겨 가지요. 때문에 어떤 결과를 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시작은 창대하지만 마무리는 약한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시각의 문제가 있어요. 늘 사냥의 주체이니 사냥을 당하는 짐승이나 그에 관련된 다른 사항은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예를 들어, 천연기념물이 나타났는데도 먼저 활을 쏘고 보는 식이지요.”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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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8/24 [21:16]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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