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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무협] 대권강호(大權江湖)⑤
부제: 와룡장호(臥龍藏虎)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史可知 기사입력  2012/09/0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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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비무(豫備比武)

7월 중순, 비무대회에 참가하는 후보들의 자체 검증이 시작되었다. 신세파 각 비무장을 순회하며 비무를 하여 고하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불참을 선언한 특임장로와 족구대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청와공주를 비롯 경기지사, 영남대호, 인천권격, 성남서생 등 다섯 명만이 비무대에 올랐다.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저마다의 무공을 펼쳤지만 역시 청와공주의 무위를 감당할 인물은 없었다. 막강한 유신검법 외에도 그녀는 철포삼이나 금종조 등 허접한 외문기공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막강한 호신기공 부지철(不知鐵) 일명 ‘모르쇠’라는 막강한 기예를 익히고 있는 때문이었다.

어떤 공격을 감행해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는 식으로 맞받으니 공격하는 쪽이 지칠 수밖에.

그저 경기지사가 발휘한 만사올통(萬事兀通)의 한 수가 위력을 발휘한 듯했다. 본래 이 수법은 현 맹주 서면검수가 친형으로부터 배워 강호에 널리 퍼뜨린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초식을 슬쩍 변형한 것이었다.

의외의 공격에 청와공주는 일순 당황한 듯했지만 역시 부지철 신공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결국 예비 비무대회는 별다른 이변 없이 청와공주의 무위만 확인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무림맹 인근에 있는 비선(秘線)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동창(東廠)의 태감(太監)에게 한 당두(檔頭)가 급한 걸음으로 달려와 보고를 했다. 동창은 명대에 왕이 반역 사건 따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황성 동안문의 북쪽에 설치한 관청으로 오늘날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정수불범하수(井水不犯河水), 우물물은 강물을 범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관(官)과 무림은 불간섭을 원칙으로 할 수 있으나, 무림맹은 워낙 거대하고 막강한 조직이기에 동창도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소식인가?”

“무림맹 장로 선발에 상당한 금품이 오갔다는 첩보입니다.”

“어느 파의 인물이 연관되었다는가?”

“신세파의 몇몇 장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흠-! 과거 일국파의 전거송사(錢車送事)가 생각나는군.”   

전거송사는 과거 어느 상인이 무림맹 소속 일국파의 유력자에게 돈을 수레에 실어 보냈다는 사건으로 일명 ‘차떼기’라고도 한다. 그 사건으로 과거 일국파의 수뇌들은 부도덕한 무인들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것이다. 헌데 그 악몽이 재현되려 하고 있으니…….

잠시 후, 동창으로부터 수십 마리의 전서구가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신세파 장로 집무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금품 수수가 있었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소?”

“공주를 싸고도는 흉흉한 소문이 많았지만 이건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소.”

“그렇소. 사생아가 있다는 말도 있었으나 요하지사불가문(腰下之事不可問), 허리 아래 일은 묻는 게 아니라는 옛말을 되살려 그냥 지나갔거늘… 청렴결백해야 할 무인이 돈을 받았다는 것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오.”

서로의 정보를 교환한 장로들은 청와공주를 대청으로 불러냈다.

잠시 후,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외모와 의상의 그녀가 나타났다. 연공(鍊功)을 방해 받았는지 썩 유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하긴 소속이 같은 만큼 겉으로야 웃는 얼굴을 보이지만 결국은 경쟁자인 만큼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을 터인데 유쾌할 리가 있으랴.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경기지사를 비롯한 영남대호, 성남서생, 인천권격 등 장로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인 일로 호출을 하셨나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무림맹 입단을 원하는 이에게 공주 또는 측근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말이 있소. 해명해야 할 것이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

“부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오.”

“내가 없다면 없는 거예욧!”

중후한 내공이 실린 일갈(一喝)에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아, 정녕 놀라운 부지철(不知鐵: 모르쇠) 신공의 위력이여.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인천권격이 날카로운 일권(一拳)을 날렸다.

▲ 사진자료. 정수장학회.(사진출처:Naver) 
“예전에 선친이 설립에 관여한 서당도 문제가 있다더군요.”

“한 해를 내다보는 이는 곡식을 심고, 십 년을 보는 이는 나무를 심으며, 백 년을 내다보는 이는 인재를 키운다고 했습니다. 선친께서는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임을 통감하시고 인재 양성을 위해 서당을 여는 데 도움을 주신 것인데… 그게 뭔 문제란 말이오?”

“공주가 아직도 그에 관여하고 있지 않소?”

“부친의 유업을 받들기 위한 것일 뿐. 어떤 권한도 행사한 적이 없어요. 이를테면 봉사인 셈이죠. 그게 문제가 되나요?”

과연 청와공주가 호락호락할 리 없었다. 이에 성남서생이 급습을 했다. 필생의 공력이 담긴 그러나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삼대 맹주이신 선친은 무척 뛰어난 분이셨지요. 하지만 그 분이 일으킨 정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에 청와공주는 입가에 냉소를 띠며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게 언제 일이라고? 당시 성남서생은 비체소년(鼻涕少年: 코흘리개 아이)였을 텐데…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군요.”

그대로 물러설 수 없는 성남서생은 연환공격을 했다. 

“누구에게는 과거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현재일 수도 있지요. 그로 인한 피해자들이 아직도 살아있으니까요.”

과연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공격 수위에 좌중들도 놀랐고 청와공주 또한 잠시 멈칫했으니까.

그러나 청와공주는 예의 신공을 발휘했다. 위기 때마다 그녀를 구한다는 구명절초(救命絶招)이자 호신기공인 부지철 신공을.

“나와는 상관없지요. 그렇게 사는 사람이 문제일 뿐.”

그때 좌중 모두를 경악토록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 노단원(老團員)이 난입하여 경기지사를 공격한 것이다. 

소림 금나수에 버금간다는 추주오령(揪住袄领: 멱살잡이)의 초식에 경기지사는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히 달려온 보표(保鏢)들에 의해 노단원은 끌려가고 경기지사는 위기를 모면했지만, 결국 청와공주의 입지와 그녀를 지지하는 단원이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하는 사건이었다.
 
청와공주의 신세파의 순회비무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무림맹에는 심상찮은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통진파의 원로 백포점로(白袍點老)가 무너진 자파(自派)의 위상을 세우고자 분투하고 있었고, 금의위가 북향여인(北向旅人)을 내사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그런가 하면 동창은 신세파의 금품 수수건과 관련하여 역시 은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고, 잠룡 안수의생에게 몇몇 원로들이 애소(愛訴, Love Call)을 보낸다는 말도 있었다.  
 
상생과 상극
 
“예비 비무 결과, 청와공주가 신세파의 맹주 후보로 결정되었다는구려.”

“당연한 것 아니겠소? 가문으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그녀를 능가할 인재란 찾기가 어렵죠. 신세파뿐만 아니라 무림 전체에서도 말이외다.”

“그럼 경기지사나 성남서생 같은 친구는 뭣하러 후보로 나왔단 말이오?”

거손이 다소 격앙된 음성으로 물었다.

“허어-! 강호에서 평생을 보낸 거손이 그걸 몰라서 묻소? 차기를 노리는 것 아니오. 어차피 이번에야 승부가 되질 않으니까.”

“자기 무공 수위 점검차 출전해 본 거지요. 출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보탬이 될 테니.”

“그나저나 금품 수수 사건은 어찌 되었소?”

“동창 중에 특별조가 편성되어 수사를 했지만… 이번에도 결국 석척단미(蜥蜴斷尾),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조무래기 몇몇만 희생되겠지요.”

“깃털만 남기고 몸통은 사라진다는 유우소동(留羽消胴)의 초식을 누가 당하겠소?” 

“큰일을 할 때 잡음이 나는 건 당연한 거고… 안수의생인가 하는 친구의 동향은 어떻소?”

“아직 미지수랍니다. 오리무중(五里霧中) 무공에 능한가 보오.”

“의생 출신으로 전균(電菌)을 연구하다가 무공의 오의(奧義)를 깨달았다고 하는데 누구도 그의 실력을 목격한 바는 없소, 그러니 오히려 두려운 게지요.”

“만약 그가 결심을 하고 무림맹주 선발대회에 후보로 참가한다면 엄청난 변수가 되겠지요. 누구도 그의 무공을 견식한 적이 없으니까요. 어떤 무기를 쓸지 내공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이럴 게 아니라 각각의 사주와 오행을 비교해 봅시다. 여태까진 개개인의 무공 수위를 알아보았을 뿐 서로 비교한 것은 아니지 않소?”

“내 그럴 줄 알고 각자의 사주와 별자리를 정리한 도표를 만들었다오.”

늘 꼼꼼한 성격의 운청이 두루마리를 꺼냈다.
 

“봉하문인은 누구요?”

“봉하거사가 호를 바꿨답니다. 사람들이 자꾸 그렇게 부른다는군요.”

“그래서 이 도표로 무엇을 알 수 있단 거요?”

“각 후보의 장단점과 강한 라이벌을 알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청와공주는 금수가 이롭고, 목화가 해로운 바 백학진인, 특임장로, 금관공자가 껄끄러운 상대라 할 수 있지요.”

“백학진인이야 모르겠지만 특임장로야 일찌감치 예비후보에서 물러났지 않소?”

“제가 이야기한 것은 단지 사주만을 비교할 때 그렇다는 거지요. 실제로는 그 외의 변수까지 고려해야겠지요.”

“변수라니? 안수의생말고 변수가 또 있다는 게요?”

언성을 높이는 거손과는 대조되게 운청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흔히 천지인(天地人)을 삼재라 하지요. 무릇 어떤 일이 이루어지려면 삼재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천지인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천시(天時), 지리(地理), 인화(人和)지요. 즉 하늘이 정한 때이니 기회요, 지리란 옛날이라면 단순한 지형이겠으나 오늘날은 상황과 조건을 말한다고 보아야겠지요. 그리고 인화란 인간적 화합, 즉 개인의 능력과 추종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운청이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주상으로만 보면 특임장로는 청와공주의 막강한 상대입니다. 하지만 천지인 세 가지 조건 중에 인만 볼 때 그렇지요. 설사 그가 청와공주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과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후보가 되기를 포기한 이상 겨룰 기회는 없지 않습니까? 천시를 얻지 못한 거죠. 애초에 링 위에 올라가질 못했는데 어찌 겨룰 수 있겠습니까? 청와공주로서는 천시를 얻어 부전승을 한 거지요.” 

“그러니까 개인적 능력은 우위지만 겨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로구려.”

“그렇습니다. 신세파가 아닌 민초파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개인적 성향으로 청와공주와 가장 반하는 사주는 금관공자예요. 그러나 파 내의 경선에서 다른 이들에게 밀리니 청와공주와 겨룰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것이죠.”

“대략 이해는 하겠소만… 대체 왜 그런 거요?”

“개인적 능력은 있어도 천시와 지리를 얻지 못한 때문이지요.”

“마치 전포추(剪包锤, 가위바위보)와도 같구만.”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호광이 한마디 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예를 들자면 청와공주가 주먹, 백학진인이 가위, 금관공자가 보자기라고 합시다. 금관공자는 보자기니까 주먹인 청와공주에게 이길 수 있지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백학진인과 겨뤄야 합니다. 헌데 백학진인은 가위이니 보자기가 질 수밖에요. 그러니 금관공자는 청와공주와는 겨룰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것이죠.” 

“강호에서 무공만으로 행세할 수 없다는 말이나 같구려.”

“앞에서 찔러 오는 칼을 막을 수 있어도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건 비유가 썩 타당치 않은 듯하오. 애초에 그를 찌를 기회도 방법도 없는 것이라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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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9/07 [23:57]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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