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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에 '한반도평화공원'을 만들자
한국전쟁 전몰용사 유해 송환, 나라마다 관습 달라
 
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3/07/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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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중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29일 오전 베이징(北京) 칭화대에서 류옌둥(劉延東) 중국 부총리 겸 국무위원에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빠진 것이 조금 있다. 올해가 정전 60주년이다. 중국 군인 유해가 한국에 360구가 있다. 유해를 송환해드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류 부총리도가 “박 대통령께 너무 감사하다. 제가 바로 시 주석께 보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수십만 명의 국군, 유엔군, 북한군, 중국군이 대한민국 산야에 잠들었다. 정전 60년에 즈음하여 국군유해발굴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굴된 북한군과 중국군 유해는 따로 휴전선 근처 북녘을 바라보는 언덕에 임시 안장하고 있다. 이름 하여 ‘적군묘지’라는 곳이다. 적군이었기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북녘을 바라보는 외진 언덕에서 돌보는 이도 없이 세월만 흘렀다.
 
하지만 아직 발굴되지 못했거나 이미 진토가 되어버린 더 많은 전몰용사들은 어쩌나? 이에 수년 전부터 도의 있는 시민들이 모여 이 쓸쓸한 묘지를 돌보며, 산야에 흩어져 떠도는 북한군과 중국군 전몰용사들을 위령하는 행사를 해오고 있다. 아울러, 그 시민들이 매월 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인근의 사찰 금강사에서 그들의 넋을 달래는 일을 조용하게 해왔다.
 
원래 이곳 묘지에는 하얀 나무막대 묘비만 세워져 있었고, 봉분(封墳)도 아기 묘처럼 작았다. 유해발굴감식단에서 "향후 적군묘지가 대북·대중 관계 개선의 가교(架橋)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묘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여 작년 12월 묘비를 화강암으로 바꾸고 주차장과 진입로를 만들어 재단장 했다.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호마는 북풍을 그리워하고 여우도 죽을 때는 제 태어난 골짜기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고 했다. 전쟁에 나가는 모든 장병들의 똑같은 소망이라면 이기든 지든 살아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 타향이나 이국땅에 돈 벌러 갔다 해도 역시 같은 소망일 것이다. 혹 성치 못한 몸으로라도 그리운 가족들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도 저도 아니어서 죽음을 맞게 된다면 뼈라도 고향 땅에 묻혔으면!
 
사람은 육신과 혼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죽으면 혼(魂)은 육신을 떠나 저승으로 가지만, 백(魄)은 끝까지 남아 백골이 진토가 될 때까지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혼인들 저승으로 가고 싶겠는가? 아닐 게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집으로 가고 싶어 할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바라는 오직 하나의 소망이란 차라리 소박하다 하겠다. 뼈 한 조각, 유품 하나라도 챙겨 그들의 혼백을 고향집으로 인도하는 일. 이는 국가의 책임이기 이전에 문명화된 인간으로서의 도리이다.
 
무혼(武魂)으로 南北中 화해를! 
 
지금 남쪽은 잘 살고, 북쪽은 못 살고 …등등은 모두 휴전 이후의 일이다. 당시의 상황에선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어느 누구도 몰랐다. 세계정세가 그러했고, 전쟁을 거부할만한 힘이 백성에겐 없었다. 어느 미친 사상가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권력자들의 야욕이 일으킨 동족간의 살육전이었지 장병들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었다.
 
내전이란 조상들이 내려다본다면 자손들 간의 다툼이고, 먼 후손들에겐 조상들의 다툼일 뿐이다. 집안에서 형제가 다투면 대개의 부모들은 누가 옳고 먼저랄 것도 따지지 않고 둘 다 때려 팼었다. 요즘은 민주적임을 자처하는 어리석은 부모들도 간혹 있어서, 형제들 다툼에 끼어들어 누가 옳고 그름을 따져 판관 노릇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십중팔구 콩가루 집안이 되고 만다.
 
전쟁에 무슨 선악이 있는가? 전사한 장병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들에겐 그 순간까지가 그들의 역사이다. 적군이건 아군이건, 흉악범이든 거룩한 성자이든, 의로운 사람이든 비겁한 사람이든 그 죽음 앞에선 경건해야 하는 것이 문명인의 도리. 어찌 인간뿐이겠는가? 하찮은 짐승이나 벌레, 심지어 풀 한 포기라도 생명이 있는 그 모든 것의 죽음에 숙연해 지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심정일 것이다.
 
죽은 적(敵)은 없다. 죽은 자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 함께 싸운 우리일 뿐이다. 그들이 죽었기에 내가 살아있는 거다. 해서 싸울 땐 싸우더라도, 적이라 해도 존중하고 예를 갖추어 주는 것이 참다운 무혼(武魂)이다.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고, 총부리를 내릴 수도 없는 대치상황이지만, 어쨌든 과거는 과거다. 원치 않은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 해도 그건 그것대로 우리 역사다. 수치스러운 전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 묘지를 둘러보고 있는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회원들. [사진출처: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통일을 내다보고 제2평화공원으로 조성했으면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아름다운 뜻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자칫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다. 사전에 합의된 것도 아니고, 그것도 지나는 말로 주석에게 전하라는 것은 좋은 일임에도 모양새가 조금 어색하다. 한국인으로서야 저들의 유해를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하고 민감한 일임을 감안했더라면 더 좋았을 법 했다.
 
60년, 360구. 앞으로도 계속 발굴되겠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비록 뼈 몇 점 찾았다 하나 그들 육신은 이미 이 땅의 일부가 되었으며 티끌은 들꽃이 되어 천지사방으로 펴져나갔다. 게다가 중국은 전통적으로 전몰 용사를 현지에 묻었는데, 간혹 혼인을 한 직급이 높은 용사들의 유해에 한하여 고향으로 데려갔다. 나라마다 관습이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중국 정부도 나름 고심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작스런 제안에 말로야 고마운 일이라 했지만 아무튼 중국 정부로선 상당히 당황스러웠겠다.

하여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재검토했으면 한다. 과연 이제 와서 유해를 송환하는 것이 최선책인지. 부산 <유엔군묘지>처럼 휴전선이나 그 부근에 <북중군묘지>를 새로 조성하여 한반도평화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지? 북한인이든 중국인이든 고향의 흙 한 줌 가져와 무덤을 덮을 수 있도록 하여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는 화해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싶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그곳에다 남북한에 흩어져 있는 모든 참전 전몰용사들의 유해를 함께 안장했으면 좋겠다.
 
그 영령들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적군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중국군은 모두 무명용사들이다. 설사 고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고향으론 못 간다. 진정한 용사라면 고향으로 돌아가 잊어지기보다는 자신의 피가 스민 땅에서 영원히 기억되기를 원할 것이다. 세계인들이 보기에도 그게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 작년 말 한국정부는 적군묘지를 재단장하고 <북한군중국군묘지>라 하였다. 이른 봄에 어린 소녀가 찾아와 헌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적군의 희생 또한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국전쟁에 참전한 각국의 모든 전몰 용사들은 남과 북, 어느 쪽이 승리하든 머잖아 그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통일된 나라에서 서로 용서하고 오순도순 함께 살 것으로 알고 눈을 감았을 것이다. 자신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 자위하면서 말이다. 헌데 백골이 삭아 진토가 된 지금까지 휴전이라니!
 
통일을 위해 어느 쪽에서든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면 남침을 당한 우리가 먼저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지금은 화해의 진정성이 깃든 이런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다음 북한 땅의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국군포로 및 납북자 귀환 등등의 사업을 순차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전쟁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먼저 인도적인 예로써 진정한 화해의 길을 모색해 나갔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가 좀 더 당당해질 수 있다. 동북아 평화는 이곳 북중군묘지에서 그 싹을 틔울 것이다. 

▲ 재단장 후 겨울, 중국군 무명용사에 바쳐진 카네이션. [사진출처: 북중군묘지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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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7/01 [10:29]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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