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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武)의 문화, 문(文)의 문화
한국의 문화자산이자 인류의 문화유산
 
신성대 논설위원(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1/12/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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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십팔기(十八技)는 어느 개인이나 문중에서 만든 무술이 아니고, 민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호신술도 아니다. 십팔기는 나라에서 만든 나라의 무예, 진정한 우리의 국기(國技)이다. 이는 전 세계 유일할 뿐 아니라, 가장 완벽하고 완전한 고대 병장무예체계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마샬아츠이다. 해서 십팔기는 당연히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땅에서 누가 그 어떤 외래무예를 익힌다 하더라도 먼저 자신의 것을 제대로 알고 한다면 그에 맹목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십팔기의 전승과 복원, 그리고 본격적인 보급을 위해 20년 넘게 일해 왔지만 안타까운 일은 각 무예인과 단체들이 자기 것만을 고집하다보니 제 나라 무예를 애써 멀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혹 관심을 가지고 해범 선생의 십팔기 실기해제서와 보존회의 무예시범을 보고 흉내 내어 익힌 이들도 굳이 ‘십팔기’라는 이름을 피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엉뚱한 명칭과 명분을 내세우는 옹졸함까지 보인다. 물론 흉내라도 비슷하게 내는 무예단체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혀 이치에 닿지도 않은 동작으로 스스로 복원했다며 자랑하는 무예인들과 그걸 믿고 배우는 이들을 볼 때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전승으로 배우지 않고 자신의 상상만으로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천 년을 파고들어도 십팔기를 온전히 재현해 낼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이는 비단 십팔기만이 아니다. 구전심수가 아니면 백 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 이치를 깨우치기 힘든 것이 고대무예의 기법이다. 또한 십팔기는 한중일 동양3국 실제 전쟁경험으로 만든 실전무예의 결정체이다. 보다 나은 기예라면 적의 것이라도 배워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무예인의 진실한 자세이다. 순결주의는 학무(學武)의 정신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것을 전통적인 것이라 속이거나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구차한 변명으로 국민과 세계인을 기만하는 무예 장사꾼들을 볼 때면 뒷감당을 어찌하려는지 걱정이 앞선다. 당사자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고 황당해할 후학들은? 요즘 필자가 그런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비겁하지 않고 옹졸하지 않은 당당한 무술인, 무도인, 무예인, 체육인을 만날 때가 가장 즐겁다. 언젠가 공개적으로 십팔기 전 기예를 세세하게 공개할 기회가 오겠지만, 그전에라도 가르쳐주길 청한다면 필자도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에게서 어떻게 전승받았다 해도 십팔기는 내 것이 아닌 나라의 것이고 한국인 모두의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 시대에 왜 전통무예인가?

 
▲ 자료이미지. 어정무예도보통지     © 한국무예신문
중국 양(粱)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通)은 “문화(文化)로써 내부를 화목하게 하고, 무덕(武德)으로써 밖으로 멀리까지 미치게 한다 文化輯和於內, 用武德加於外遠也”고 하였다. 무(武)는 도모하지만 문(文)의 반려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문(文) 또한 무(武)의 보호막 없이는 꽃을 피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크게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던 국가들의 문무(文武)성향을 비교하면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우선 역사가 오래된 국가들 중 문(文)의 성향이 강한 대표적인 나라로는 고대의 이집트 ․ 인도 ․ 그리스 · 로마를 들 수 있겠다. 이집트와 인도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서, 인류에 기여한 바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 또한 신화와 문학, 그리고 철학과 민주주의의 나라 그리스 역시 그 어떤 나라에 못지않은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그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후 세계사에서 이렇다 할 주도적인 역할을 못해 내고 있다. 오히려 위대한 역사와 유산이 무거운 짐이라도 되듯이 말이다.
 
이제까지 세계사에서 두 번 영광을 누린 민족은 없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민족 혹은 국가에게서는 공통적으로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건 바로 힘이다. 과거의 위대함에 비해 지금은 도무지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무력(武力), 즉 무(武)의 힘을 발산하지 못하고 정체된 채로 과거의 유산이나 자랑하며 관광 수입으로 먹고 사는 나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한없는 자긍심이 오히려 타성의 동아줄처럼 배를 뒤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로마제국을 무너뜨린 게르만족,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점령했던 칭기즈칸의 나라 몽고제국, 그외 세계사에서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져 간 무수한 왕조들, 이들은 모두 무력(武力)으로 일어났다가 그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수명을 다해 버려 겨우 책갈피 속에서나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따름이다. 넘쳐나는 힘으로 거대한 영토를 차지했지만 이를 다스릴 능력, 즉 문력(文力)이 부족했던 것이다.
 
문(文)의 나라, 무(武)의 나라

무(武)는 동적인 힘이다. 필연적으로 도전적이며 분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다. 이에 비해 문(文)은 정적이며 여성적이다. 또 변화를 싫어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인류 문명의 가장 전형적인 두 문화를 비교해 보자. 고대 그리스인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여야 했으므로 어떻게 하면 외계로 나아가 재화를 획득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였다. 따라서 철학적으로도 자연에 대한 인식과 자연을 개조하는 지식과 능력에 중점을 두어 발전해 왔다. 확실히 고대 그리스는 문무(文武)가 함께 꽃피운 시기였다. 이에 비해 우월한 자연 조건하에서 자급자족의 농업 문명을 일구어 온 이집트인들은 어떻게 하면 현재 상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했으며, 철학적으로도 현실적인 인륜의 사회관계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오늘날, 지구상 몇 안 되는 독재 국가 중 북한과 쿠바는 극단적인 무(武)의 문화를 지닌 나라이다. 독재 정권이란 무(武)를 통치 수단으로 삼는데, 한 가지 장점은 밖에서 쉽사리 넘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나라들은 대개 국력이라 할 것도 없을 만큼 백성들이 핍박받고 가난하지만 호전적이어서 이웃나라가 쳐들어갈 수가 없다. 차지하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또 지배하는 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무(武)만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문치(文治)의 왕조(정권)가 들어서면 백성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살기가 편해진다. 문(文)은 꽃을 피우지만 무(武)는 소홀히 하게 된다. 조선 5백 년이 그랬다. 이웃나라들과의 분쟁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들어 태평성대를 구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 국가 중에 호전적인 정권이 들어서거나 안으로 어지러운 틈을 타 반란이 일어난 경우, 자칫 나라를 빼앗기거나 정권을 찬탈당할 우려가 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이승만 정권과 북한의 김일성 정권이 좋은 비교의 예가 된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러 국가들 중 문무(文武)의 성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를 꼽아 보자. 무사도(武士道)의 일본, 무협(武俠)이 살아 있는 중국, 기사도(騎士道, 紳士道) 정신이 이끌고 있는 유럽 선진국들, 총(銃)의 나라 미국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하나같이 문화적으로 깊이 성숙되어 있으면서도 진취적이고 역동적이다. 결코 주변 나라가 어찌해 볼 수 없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또한 무(武)는 항상 드러내고자 하는 속성을 지닌다. 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냐, 싸움(전쟁)이라면 결코 사양치 않겠다. 언제든지 도전을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잘 보아두어라"라면서 끊임없이 과시하고 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날에도 강대국 약소국 할 것 없이, 수시로 군사 훈련을 벌이지 않는가. 그것이 곧 무비(武備)이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이 되어야 한다. "설마"혹은"아무렴 그럴 리가"라는 무책임한 생각에 무비를 낭비적이라고 여겨 최소한의 것을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초등학교 과정 역사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만 보더라도 신라 화랑(花郞)의 문무겸전(文武兼全), 고려의 무신(武臣) 정권, 조선의 문치(文治)로 대변할 수 있다. 또한 현대사에서도 김일성과 이승만(만약 김구였다면 김일성이 남침하지 못했을 것이다)의 문무 대립,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 정권, 김영삼과 김대중의 문민정부, 그리고 군에 가 썩었다던 노무현의 무(武)도 문(文)도 아닌 참여(口治) 정부로 특징지을 수 있다.
 
민족정신의 자양분, 십팔기

▲ 자료사진. 한국전통무예 십팔기보존회가 남산 팔각정 앞에서 등패 시연을 펼치고 있다.     © 한국무예신문
오늘날 우리 민족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 민족의 문화적 특질을 어떻게 바꾸어 나아가야 할 것인가? 바람직한 민족정신은? 우리 민족의 피 속에 흐르는 기마민족의 호전적인 기질을 오직 글, 즉 문(文)의 철학으로 다스리려고만 하니 부작용이 많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려 애쓰지만, 사실 문(文)으로 보면 교만의 역사요, 무(武)로 보면 비애, 아니 비겁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武)는 현실이다. "왕인(王仁) 박사 납시오" 하며 그다지 위대하다고 할 것 없는 고대 문화의 상대적 우수성을 들먹여 근대의 나약함과 낙후함을 은폐하려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가치관의 혼돈과 갈등의 밑바닥에는 이런 앙금이 두껍게 가라앉아 있다. 문(文)이 사유하는 철학이라면 무(武)는 행동하는 철학, 즉 실천철학이다. 우리의 핏줄 속에 엉켜 있는 앙금을 씻어내고 뜨거운 피가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무(武)의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유일의 전통무예이자 정통무예인 십팔기(十八技)를 오늘에 되살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십팔기인들만의 사명이 아니다. 다른 어떤 무예를 익히든, 심지어 문인(文人)이라 할지라도 한민족이라면 당연히 아끼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 이 나라 이 민족을 오늘에까지 지켜온 나라의 무예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정부는 물론 국민들조차 자신의 무예가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해도 역사적 사실이야 변할 수 없는 법, 다행히도 그 교본인 《무예도보통지》가 불쏘시개로 날아가지 않고 전해지며 그 실기 또한 가까스로 전승되고 있으니, 우리는 물론 세계인이 한국전통무예, 동양전통무예의 전형이 곧 십팔기임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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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12 [08:44]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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