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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주역산책<3> 곤괘의 효사와 괘상은?
곤괘(坤卦)=유순하고 넉넉한 포용력
 
서상욱(사학자) 기사입력  2012/04/0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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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사학자)
<곤괘(坤卦)>
우주의 활달한 기세를 광활하고 유순한 대지(大地)의 넉넉함에 품는다.
 
[본문] 
곤(坤) - 元亨(원형) 利牝馬之貞(이빈마지정). 君子攸攸往(군자유유왕), 先迷后得主(선미후득주), 利西南得朋(이서남득붕), 東北喪朋(동북상붕). 安貞吉(안정길).
初六 - 이상(履霜), 堅氷至(견빙지).
六二 - 直(직), 方(방), 大(대), 不習无不利(불습무불리).
六三 - 含章可貞(함장가정). 或從王事(혹종왕사), 无成有終(무성유종).
六四 - 括囊(괄낭), 无咎(무구), 无譽(무예).
六五 - 黃裳元吉(황상원길).
上六 - 龍戰于野(용전우야), 其血玄黃(기혈현황).
用六 - 利永貞(이영정)
 
'곤(坤)'은 괘명으로 유순하고 고요함을 상징한다. 건이 하늘이라면 곤은 생명력의 위대한 근원인 땅이다. 만물은 대지의 힘을 받아 생장했다가 다시 그 품으로 돌아간다.
 
괘사는 이 괘가 성대(盛大)하고 형통(亨通)하며, 모든 일을 유순(柔順)하게 처리하지만 궁극적으로 천하에 이로움을 추구하므로 바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곤괘의 이러한 대의를 본받은 군자는 하늘인 건(乾)이 그릇된 행동을 하여 실수를 하더라도, 일단은 유순한 태도로 순종하며 포용하는 것이 도리이다. 군자라면 그러한 태도로 일을 추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지만 곧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게 된다.
 
월초의 황혼 무렵에는 태음(太陰)이 서남쪽에서 떠오른다. 태음이란 음이 극성한 때이므로 깜깜한 밤이나 새벽에는 눈썹을 닮은 달이 떠오른다. 그러나 점차 날이 갈수록 달이 차게 되어 밝은 빛을 사방을 비추게 된다. 월말의 이른 새벽에는 태음이 동북방에서 점차 없어져 가므로, 찼다가 점차 빛을 잃어간다. 붕(朋)은 두 개의 달이 겹쳐진 모습이므로 달이 차거나 줄어드는 형상이다.
 
이처럼 편안하게 지내면서 바른 태도를 지키면 세상만사는 저절로 길하여 이롭게 된다. ‘빈마(牝馬)’는 어미 말을 가리켜, 곤괘가 새끼를 기르는 어미 말처럼 유순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선(先)’은 앞에서 이끈다는 뜻이고, ‘미(迷)’는 미혹에 빠져 실수를 한다는 뜻이다. ‘후(后)’는 순종(順從)한다는 뜻이다.
 
초육의 효사는 가을에 서리를 밟게 되면, 곧 단단하게 얼음이 어는 추운 겨울이 온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리(履)는 밟는다는 뜻이다.
 
육이의 효사는 대지인 곤은 평평하고 곧으며, 바르고 넓어서, 특별히 배우고 익히지 않더라도 자연에 순종을 하면, 불리한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불습(不習)’은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육삼의 효사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야 바른 태도를 지킬 수가 있으므로, 위대한 업적을 남기려고 하는 사람은, 특별히 위대한 성공을 바라지 않더라도 좋은 결말을 남길 것이라는 말이다. ‘함장(含章)’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뜻이고, ‘왕사(王事)’는 위대한 사업을 상징하는 말이다.
 
육사의 효사는 하괘에서 상괘로 넘어 온 단계에 있으며, 자리는 차지하였으나 능력을 검증받지 못하였으므로 주머니를 닫듯이 입을 닫고 지내면, 허물은 없지만 명예도 없다는 것을 가리킨다. ‘괄낭(括囊)’은 주머니를 맨다는 뜻으로 입을 굳게 닫는 것을 가리키며, 그렇게 닫고 지내는 것이 삼가하고 신중한 태도이다.
 
육오의 효사는 황색(黃色) 하의(下衣)가 상반신에 순종한다는 뜻이다. ‘상(裳)’은 치마 또는 하의를 가리킨다. 즉 신하로서 군주의 위치에 있지만 자기 자리가 아니므로 유순하게 직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육오는 음효로서 군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득위(得位)를 하지 못했다. 즉 자기가 차지해야할 자리가 아닌 자라에 앉아 있는 형상이다. 군주를 대신하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교만하다가는 사방으로부터 공격을 받게된다.
 
상육의 효사는 2마리의 용이 들판에서 싸우니 피가 흘러서 검붉은 진흙처럼 되었다는 뜻이다. 현황(玄黃)은 황색과 검은 색이 섞인 색깔이다.
 
용육은 6개의 음이 모두 발동하면 건괘로 변하지만, 그 본체는 음이므로 오래도록 곧은 태도를 취해야 吉하다는 뜻이다.
 
곤괘의 괘상은 상부에도 곤(坤☷)이고 하부에도 곤이므로 두터운 땅을 상징한다. 따라서 대지의 광활함과 고요함을 여자의 유순함에 비유했다. 곤괘는 상괘와 하괘가 모두 순수한 陰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땅이 중첩된 형상이다. 더 없이 광활하여 넉넉하면서도 유순하여 편안한 존재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대지에서 발견했고, 만물을 품고 있는 대지의 형상에서 어머니의 이미지를 느꼈다. 그것을 어미말의 온순하고 유순함이라고 형상화했다. 그러나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처럼, 유순한 대지가 분노를 일으킬 때는 무한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어머니 자신의 일로 어지간해서는 분노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가장 강력한 분노를 느낄 때는 자식이 위기에 처했을 때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생명에 관한 말로 바꾸면, 대지와 어머니가 유순하고 고요한 가운데 강력한 생명력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생명력도 겉으로는 유순하고 고요하지만 그 내부에 강력한 생명의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의미이다. 양생(養生) 곧 건강의 도는 이러한 대지와 어머니처럼 유순하게 우주의 에너지를 몸 안에 축적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방법은 소극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태음 곧 달이 점차로 커지는 것과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충만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운동과 다른 점이다. 운동 또는 스포츠의 정신과 목적은 올림픽의 3대 목표처럼 보다 빠르고, 보다 높게, 보다 멀리 음직일 수 있도록 신체를 단련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신체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곤괘가 추구하는 건강의 도는 보다 느리게, 보다 낮게, 보다 작게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신체를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기공이나 요가와 같은 단련법이 곤괘의 정신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렇게 응축된 에너지는 필요할 경우 엄청난 힘을 과시한다.
 
우리는 늦가을에 서리를 밟으면서 곧 겨울이 다가올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계절의 변화가 변함없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구가 생성된 이래 이러한 계절의 변화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생명체는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비축한다. 즉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건강이 축적되게 된다.
 
대지와 어머니는 되도록이면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한결같아서 편안하고 믿을 수가 있다. 서리는 얼음이 꽁꽁 어는 겨울의 조짐이다. 삼라만상의 어떤 현상이든 조짐이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자연현상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현상도 반드시 어떠한 조짐이 있은 후에 변화를 일으킨다. 조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몽매함 때문일 뿐이다. 초육의 효사는 그것을 가리키고 있다.
 
곤괘 문언전에서는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가장 큰 단위인 국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고한 생기는 것은 이미 과거에 서리를 밟는 것처럼 변고의 원인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기쁜 일이 일어나겠지만, 선을 쌓지 않은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뒤따른다(積善之家 必有餘慶, 不積善之家 必有餘殃). 나아가 국가에서 신하가 군주를 살해하고, 집안에서도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 하루아침 하루저녁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반드시 그 유래가 있어서 점차적으로 그 정도가 심해졌기 때문(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 漸矣)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참혹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미리 그러한 일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크게는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에서 작게는 한 개인의 질병에 이르기까지 미리 원인을 분석하고 대비하지 않아서 커다란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 건괘에서 말한 ‘치미병(治未病)’에 대한 개념이 곤괘 초육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육이의 효사에서는 대지에 순응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자연에 순응하여 안정적이고 유순하게 생활을 하게 되면, 특별히 단련을 하지 않더라도(不習) 양생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지를 본받아 올곧고(直), 반듯하고(方), 통이 크게(大)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기공체조나 헬스클럽을 따로 하지 않아도 적어도 건강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흔히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유기농 식품을 먹고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아름다운 산천을 벗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이라는 것을 유물적으로 해석한 단견에 불과하다. 
 
자연이란 문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자연이라는 개념의 반대어인 인위적인 행위로 만들어진 결과의 대표적인 산물이 문화(文化)이다. 그렇다면 문화를 버린다면 자연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이미 문화를 등지고 생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완벽하게 자연에 순응하는 것은 생명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불가능하다.
 
가끔씩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미이라를 보면서 사람은 죽어서도 자연과 동화하기가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인간에게는 문화적 생명체라는 말을 붙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자연에 순응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연은 이제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자 형체를 가진 것이 아니므로 누구도 독점을 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일으키는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낮과 밤, 계절의 변화이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서 만물도 변화한다. 낮에는 활동을 하고 밤에는 휴식을 해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활동을 해야 하지만 겨울이 되면 최대한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문화가 시간마저도 잠식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낮에 일을 하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화는 인간이 향유해왔던 휴식의 시간을 엄청나게 빼앗고 말았다. 대낮처럼 밝은 전등, 리모콘으로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TV 채널, 밤이 새도록 즐겨도 싫증이 나지 않는 인터넷과 같은 것들은 인간을 잠들 수 없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수면부족으로 인해 낮 시간의 왕성한 활동력을 상실하고 있지만, 밤이 되면 또다시 자연이 지시한 휴식을 거부한다.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밤에 잠만 잘 자도 된다. 동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을 읽어보신 분은 깜짝 놀랄 것이다. 의학고전이라면 질병이 걸렸을 때의 치료방법이 잔뜩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처방에 관한 언급을 찾기는 어렵다, 자연의 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현상과 인간이 거기에 어떻게 순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요지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이며, 무리의 기준은 시간의 변화에 역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봄이 왔다고 성급히 내복을 벗지 말 것, 가을에 선선하다고 갑자기 두꺼운 옷을 껴입지 말 것. 제 철에 난 음식을 먹을 것. 겨울에는 늦잠을 잘 것. 등등 너무도 당연한 사항들이 대종을 이룬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하루 가운데 천지간에 음기가 가장 충만할 때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밤 11시 30분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까지인 자시(子時)이므로 아 때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간단한 예이지만 이러한 방법이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다.
 
육삼의 효사는 더욱 구체적으로 곤괘의 속성에 따라 행동하라고 경고한다. 곤괘의 육삼효는 하괘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상당한 실력과 명성을 갖추고 있다. ‘함장(含章)’ 글자 그대로는 자신의 뜻을 문자로 표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가정(可貞) 즉 가슴속에 확고한 이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기회가 찾아와 왕을 위해 일을 하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다. 곤괘 육삼의 효사에서 떠오르는 역사적 인물은 조선의 조광조(趙光祖)와 송왕조의 왕안석(王安石)이다.
 
이들은 ‘함장’과 ‘가정’을 갖추고 있었으며, 국정을 개혁할 수 있는 실력자의 위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자신의 뜻을 실현하지 못한 실패자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곤괘의 육삼효가 변하면 지산겸(地山謙)으로 바뀌는 이치를 몰랐기 때문이다. 겸괘는 대표적인 양인 간괘가 평탄하고 유순한 대지보다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는 형상이다. 그것은 큰 뜻을 품은 실력자가 하찮은 소인배들보다 스스로를 아래에 두고 있으므로 겸손한 모습이다. 실력이 없는 사람이 남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비굴한 모습이다. 그러나 실력자가 고개를 숙이면 겸손의 미덕으로 변한다. 조광조와 왕안석는 겸손의 도리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실패를 자초하고 말았다.
 
광활한 대지가 모든 것을 말없이 수용하는 것처럼, 유순함을 지켜나갔다면 그들의 개혁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개인의 건강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근육과 강한 체력을 가졌더라도 유연성이 떨어지면 언제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 신체가 강건해야 중대한 일을 할 수가 있지만, 고요함을 기본으로 삼지 않으면 성공을 거두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성공을 하더라도 마무리를 잘 하지는 못한다. 육삼의 효사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
 
육사의 효사는 체력과 사회적 성취와 건강의 관계에 대해 좀더 실적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괄낭은 정기를 함양하여 몸 안에 축적했다는 뜻이다. 그러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허물도 없고 명예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심신의 건강은 남는다. 신중해서 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성취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건강을 지킬 것인가? 만약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인생관이 달라진다.
 
굴지의 재벌회사를 정기적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중역들 대부분은 건강상태가 말이 아닐 정도로 악화된 듯했다. 그들은 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괄낭의 상태를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모은 에너지를 금방 소모해버렸다. 악순환이 계속되다가 보니 마침내 운동으로 체력을 강화해도 소용이 없는 정도가 되고 말았다. 대기업의 사장을 역임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어라하고 돈을 모아서, 죽어라하고 병원에 바치는 것 같습니다.”
 
호흡으로 에너지를 충족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심호흡을 중시한다. 어떤 수행자로부터 배워서 필자가 애용하는 방법은 들숨을 하단전까지 끌어들였다가 잠시 멈춘 후에 다시 천천히 내뱉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필자는 ‘잠시 멈춘다’는 상태를 괄낭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괄낭은 필수적이다. 복잡한 생각과 바쁜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과 공간은 화장실이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어떤 사람은 항문을 조이기 때문에 정말 괄낭이라는 농담을 곁들였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의 생각은 탁견이었다. 항문조이기를 반복하면서 스트레스까지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면 대단한 경지임이 분명하다. 괄낭의 순간에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주머니 속으로 넣어야 하고, 평소에 그러한 상태를 자주 반복한다면 분명히 건강해질 것이다. 괄낭의 순간에는 허물도 명예도 없다. 그러나 건강은 남는다.
 
곤괘 육오의 효사는 참으로 난해하다. 문자적으로 직역을 하면 노랑치마를 입으면 크게 길하다는 뜻이다. 육오의 효사를 이해하려면 색의 이미지를 알아야 한다. 의역학에서는 색을 오행에 배속시키고 다시 장상학과 연결시켜 인체의 생리학적 개념을 구성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름 기회에 설명하겠지만, 황색은 중앙색으로 대지의 색이며 비장과 위장의 색이다. 따라서 비장과 위장에 이상이 발생하면 인체에 황색이 드러난다. 황색이 중앙색이라는 의미는 청색, 백색, 흑색, 적색 등 나머지 오행의 색과 모두 어울려 강한 색을 부드럽게 변화시킨다. 황색은 그러한 속성 때문에 유순하고 안정적인 곤괘의 색이라고 했다.
 
유순하고 안정적인 성질은 자연에 순응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황색의 하의(下衣)가 상의(上衣)에 순응한다는 것은 이러한 상(象)을 취한 것이다. 황상(黃裳)은 황색의 하의 또는 여성들이 입는 치마를 의미한다. 여성의 도를 순종이라고 생각했던 고대인들은 황색의 속성과 여성의 도를 결합시켜 순종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만들었다. 육오는 상괘에서 가장 고귀한 자리인 다섯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음효로서 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마땅한 자리가 아니다.
 
곤괘의 육오효가 동하면 수지비괘(水地比卦)로 변한다. 비괘는 친화를 추구하는 온유한 리더십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란색의 치마를 입은 여성처럼 유순하고 온화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라야 불안정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대화합을 이룩할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곤괘 육오효의 상황에서 건강을 지키려면 조용히 행동을 해야 한다.
 
만물은 극에 이르면 반드시 반대로 움직이므로 지나친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유순한 음도 지나치게 많으면 강성으로 변한다. 곤괘 상육의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의 음이 생성되지 않으므로 양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파워를 자랑한다. 유순하게 순종하던 신하가 세력이 강해지면 군주를 능가하고, 순종적이던 아내가 권위를 가지면 남편의 위엄을 능가한다. 신하는 군주와 맞서고 아내는 남편을 무시한다. 양이 아닌 음이 강성하여 양과 같은 세력을 과시하면 충돌이 일어난다.
 
음기의 충돌은 엄청난 희생을 유발한다. 하늘의 노기는 기상의 변화로 나타나지만 대지의 노기는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이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한다. 용이 들판에서 싸우니 검붉은 피가 온 누리를 적신다. 마찬가지로 고요하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던 인체가 갑자기 크게 움직이면 급격하게 체력을 상실하여 건강을 해친다. 곤괘 상육효가 동하면 산지박괘(山地剝卦)로 변한다, 박괘는 거대한 산이 무너지는 형상이다.
 
곤괘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은 처음처럼 유순함을 유지해야 영원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안정과 평화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양생의 목적은 고요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지 강한 힘을 길러서 그것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용육은 모든 음들이 모여서 고요하게 본래의 속성을 유지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렇게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 건강하게 한 세상을 살다가 다시 대지로 돌아가는 인생도 소중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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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4/01 [03:02]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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