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몸 움직임의 철학이다.
몸 움직임이란 하나의 행위이고 행동이다. 인간의 움직임은 움직임을 낳고 그 움직임은 무릇 목적에 따른 행위이다. 그 같은 합목적적 행위는 일상의 모든 활동을 뜻한다.
태권도 기술체계는 그와 같은 몸 움직임의 행위가 규범화된 ‘동작’으로 표현되고, 그 동작이 때리기와 막기(공격과 방어)라는 형태로 나타난 기술이 무도의 특징이 된다. 태권도 개념도 그 범주에 포함된다.
태권도 기술체계에서 동작과 기술 개념의 차이란 동작은 몸 움직임의 행위라면 기술은 동작을 부릴 줄 아는 재능을 이른다. 하지만 우리들이 그 둘의 엄밀한 구분을 떠나 동작 숙달을 말할 때 기술을 연마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술체계라 말하는 까닭을 알 수 있게 된다.
태권도 기술체계는 오늘날 크게 3수로 나눠, 품새, 겨루기, 시범 등 순의 내용이지만 전통적 구분에 따르면 5행(行) 개념이다. 기본, 품새, 겨루기, 격파, 호신술이 그것이다. 이 오행 개념은 음양오행이라는 전통 사상과 무관하지 않는다.
오행 사상에서 오행(五行)이란 토를 중앙에 배치하고 동서남북 네 방향에 목금화수(나무, 쇠, 불, 물)을 배정하여 상생적 조화를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순리가 오행 상생이고 그 역순이 오행 상극의 이치로 전 우주 만물을 지배한다고 보는 것이다.
태권도 오행(五技의 움직임)도 오행 사상과 같은 맥락에서 해의가 가능하다. 태권도에서도 그 사상을 수용한다면 다섯 갈래의 기술성에서 (기본)동작을 중앙에 배치하고 그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순으로 품새, 격파, 겨루기, 호신술 순의 배정이다.
중앙의 ‘동작’이 일어나 품새는 나무의 성질과 같이 무한히 수련자로 하여금 깨달음을 가능하게 하고, 격파는 쇠의 성질처럼 안으로 굳세고 오므라드는 성질의 이치를 알게 한다. 남의 겨루기는 불의 성질처럼 아주 신속한 민첩성과 흩어져 번지는 성질을 갖는다. 그리고 북의 물은 아래로 흐르듯 유연성이 호신술에 있어 기 흐름의 성질을 닮는다.
태권도의 (기본)동작은 몸과 기술로 나뉜다. 몸의 세 가지 목표는 얼굴, 몸통, 아래(아랫도리의 준말)로 그것은 소우주인 인간의 몸에서 대우주인 하늘, 땅, 사람(天地人)의 원리적 상징성을 갖는다.
태권도 오행의 다섯 구성 요소는 상호 보완적이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천지인 ‘한’(하나의 준말)은 서로 소통하며 공방의 목표로서 영향을 미친다. 대우주와 오행은 밀접한 관계망으로 ‘질서’를 낳고 영원불변이라는 철리에 따르듯이 태권도 기술체계의 순환성도 그 맥락을 같이한다.
동작의 기본인가, 기본의 동작인가는 어순이 다를 뿐 그 중요성에는 다름이 없다.
모든 ‘동작’은 기본이 서야하고 정확한 자세를 요구한다. 때문에 기본은 모든 분야에서 소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기본이 돼 있지 않은 기술은 오래가지 못하고 끝장(성취)을 볼 수 없는 법이다.
태권도 입문에서 수련의 첫걸음은 ‘기본’을 익히는 단계이다. 교본에서 강조되는 기본 동작을 바르게 익히는 요령으로 네 단계로 나눠 가르침을 주고 있다.
첫째 동작의 변화를 갖지 말아야 하며, 둘째 완전히 몸에 익히며, 셋째 오랜 시일을 두고 몸에 익혀야 한다. 넷째 그 자리에서 이동(전후좌우)하면서 수련할 수 있다(태권도교본, 국기원, 1987).
동작은 기술 체계의 구조이며 원리다. 하나의 동작(몸동작)은 발 또는 손동작의 합성이다. 부분의 모둠이다. 동작의 구성은 그 동작의 규격이 정확해야 하듯 뚜렷하게 정해져 있다. 동작 규격이란 완성된 하나의 몸동작 시 몸의 부위가 일정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동작의 표준이 되는 것을 이른다.
동작에는 흐름과 기능이 있다. 리듬인 동작의 흐름은 위력과 속도(빠르기), 동작미 등과 연계된다. 동작의 흐름은 면면히 끊어지지 않고 관절은 신축성 있게 움직여야 한다. 동작의 기능은 다양하고 태권도적 기법의 특징을 나타내며 그 특징의 상호성은 체계를 이룬다. 그것은 동일한 유와 종을 이루는 체계로서 동작의 기능은 바로 태권도의 끈질긴 생명의 원천이다.